"궤양성 대장염 생물학적 제제, 종류 따라 전신 부작용 위험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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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칠곡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현석 칠곡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의 약물치료 옵션이 다양해져 단계별 치료 목표를 더 세분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증가 폭이 예사롭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의 대표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환자는 2017년 6만741명에서 2021년 8만289명으로 4년 새 32% 이상 늘었다. 이들 가운데 약 70%가 궤양성 대장염 환자다. 완치법은 없지만 약물치료로 평생 증상을 조절하며 '증상 없이 사는 것'이 이들의 치료 목표다. 다행히 이 질환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치료제가 다양해졌다. '2022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의 영예를 얻은 대구 칠곡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석 교수에게서 최신 궤양성 대장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질의 : 어떤 경우에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할 수 있나. 
응답 : “궤양성 대장염은 혈변·설사가 주된 증상인 만성질환이다. 혈변·설사가 한 달 이상 지속하면서 '악화'와 '완화'를 반복한다. 대변을 참기 힘들거나, 대변을 보고 나서도 다시 보고 싶은 불편감이 있으며 대변을 조금씩 지리는 변실금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할 땐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설사하는 '야간 설사'를 보이기도 한다. 20~30대에서 증상이 처음 나타나는데 요즘 환자가 증가하면서 10~40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병하는 추세이며, 50대 이후 처음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병의 정도가 일시적으로 호전될 수는 있지만 완치되지는 않는다. 평생 치료하며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질의 : 원인은 뭔가. 
응답 : “궤양성 대장염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학계에선 유전적·환경적 문제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궤양성 대장염을 일으킬 유전적· 소인이 있는 상태에서 후천적으로 환경적 요인이 있을 때 잘 발병하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적 요인이란 서구화된 식습관, 장내 미생물 환경의 변화 등을 가리킨다. 예컨대 장염을 앓고 지나가면서 장내 미생물 환경이 좋지 않게 변화한 순간이다. 이 병에 걸릴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상태에서 평생 발병하지 않을 수 있지만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어느 순간 발병할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패스트 푸드 같은 서구 식단 등 서구 문물이 대거 들어오면서 궤양성 대장염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률 증가와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기름지거나 패스트푸드, 당분이 많이 든 음식 등 장내 환경을 좋지 않게 만드는 식단이 유발 위험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질의 : 어떻게 진단하나. 
응답 : “궤양성 대장염 진단엔 대장내시경 검사가 기본이다. 염증성 장질환 가운데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발생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국한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인의 대장 길이가 평균 80㎝~1m인데, 처음엔 약 5㎝에서 시작해 심하면 1m 전체에 염증성 병변이 확장한다. 환자가 혈변을 반복하거나 발열·복통을 동반하면 혈액검사로 빈혈 수치를 검토한다. 빈혈은 혈변이 누적됐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혈변·설사를 하루에 몇 번 하느냐도 점검해야 한다. 원인 모를 설사를 하루 3번 이상(많으면 10번 이상) 또는 대변에 피가 섞인 경우가 매일 또는 주 2~3회씩, 모두 합해 한 달 이상 지속하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상한 음식을 먹어 식중독 같은 급성 감염성 장염에 걸리면 대부분 1~2주, 길어야 한 달 이내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한 달 이상 만성 설사·혈변을 지속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설사가 심하지 않고 피만 약간 대변에 섞여 나오는 경우 많은 환자가 치질로 오해한다. 실제로 치질로 오해해 1년 이상 방치했다가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질의 : 새로운 진료 지침이 나왔는데. 
응답 : “염증성 장 질환 연구를 위한 국제기구 'IOIBD'는 지난해 염증성 장 질환 치료 목표 선택을 위한 새 진료지침인 스트라이드 투(STRIDE-II)를 발표했다.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 단계를 단기·중기·장기로 구분해 각 단계에 맞는 치료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단기 치료 목표로는 임상적 반응(혈변·설사 등 증상 개선) 및 관해(증상이 없어진 것) ▶중기 치료 목표로는 혈액·대변 검사상 염증 수치의 정상화 ▶장기 치료 목표로는 내시경적 관해(내시경상으로 병변이 보이지 않는 단계), 삶의 질 개선 및 장애가 없는 상태를 설정했다. 이처럼 단계별 치료 목표가 세분화한 데에는 약물치료 옵션이 다양해진 데 따른 것이다.”

약물치료 마지막 단계에 생물학적 제제 투입
 질의 : 약물치료는 어떤 단계로 진행하나.
응답 : “기본적으로는 항염증제인 '메살라민(mesalamine)'을 복용한다. 병변이 직장 점막에 국한되면 메살라민 좌약을 삽입하기도 하는데 연고를 직장 내에 바르는 것과 같은 효과로 생각하면 된다. 병변이 왼쪽 대장(S자 결장, 하행 결장)으로 진행하면 역시 메살라민을 복용하게 되는데, 추가로 액체로 된 메살라민 관장액을 주입해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약을 먹어도 호전되지 않거나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엔 '스테로이드(부신피질호르몬)'를 복용해야 한다. 굉장히 심한 급성 궤양성 대장염으로 병원에 오면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때는 주사로 스테로이드를 고용량 투여한다. 스테로이드는 전신 염증을 완화한다. 스테로이드는 메살라민보다 염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하지만 오래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소화성 궤양, 속 쓰림, 부종, 피부 발진, 혈당 상승, 근육통, 골다공증, 백내장 등이 그 예다. 장기 투여가 불가능한 이유다. 스테로이드 제제에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스테로이드를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 그 대안으로 면역조절제를 복용한다. 관해(증상이 없어진 상태)를 유지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궤양성 대장염은 넓게 보면 자가 면역 질환이다. 면역세포가 과다하게 움직여 장을 공격해 발생한다. 과다면역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모든 약에 대해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병이 재발할 땐 의사와 환자가 상의해 생물학적 제제를 정맥·피하 주사로 투여할 수 있다.”

 질의 : 생물학적 제제엔 어떤 게 있나
응답 : “국내 진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생물학제제는 기전에 따라 ▶항TNF제제 ▶항인테그린제제 ▶항인터루킨제제 등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개발된 항TNF제제는 약효가 빠르고 좋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된다. 효과·안전성이 확립됐다. 하지만 약을 오래 사용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3년, 4년이 지날수록 약효가 점차 감소하며 많게는 처음보다 30~40%까지 약효가 줄어든다. 또 전신 염증에 대처하면서 피부 발진, 결핵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하는 심부전 환자에겐 이 약을 투여할 수 없다. 전신의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탓에 종양 환자의 경우 종양이 커지거나 재발할 우려도 있다. 이를 보완해 개발된 게 '항인테그린제제(성분명 베돌리주맙)'다. 전신이 아닌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전신 부작용 위험이 적다. 세 가지 생물학적 제제 가운데 치료 반응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가장 안전하다는 게 강점이다. 항TNF제제보다 약효 감소율(반응 소실률)도 적다. 안전성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 기저질환(심장 질환, 호흡기질환, 암 등)이 있는 환자에게 특히 권장된다. '항인터루킨제제'는 염증에 관여하는 인터루킨 물질을 차단하는데, 약효가 잘 줄어들지 않으면서 염증이 일어나는 부위만 억제한다. 항TNF제제만큼은 아니지만 약간의 전신 염증 반응이 있을 수 있다. 이들 세 가지 생물학적 제제는 각각 정맥주사를 맞는 데 2시간, 30분, 60~90분씩 걸리며, 자가주사(피하주사)는 10초 미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생물학적 제제 옵션이 늘면서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새 약제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셋 중 의료진의 판단과 환자의 선호도, 편의성, 비용 등을 고려해 약제를 선택한다. 참고로 생물학적 제재는 비용이 1회당 30~250만원선이며 국가 부담을 제외하면 본인 부담금이 10~100만원선이다.”


 

 질의 : ‘젊은 연구자상’을 받게 된 연구 내용이 궁금한데.
응답 : “대장내시경 검사는 검사 과정 자체가 번거롭다. 위내시경은 금식만 하면 되지만 대장내시경은 장 정결 과정이 힘들다. 이 때문에 5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대장내시경을 받아본 사람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혈액검사를 이용해 대장내시경 검사가 꼭 필요한 사람을 선별하는 방법을 연구(혈액 검사를 통한 대장암 표지자 분석 진단적 유용성)했다. 초기 대장암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상 아미노산 화합물이 건강한 사람보다 유의하게 높게 검출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결과가 임상에 적용된다면 간단한 혈액 분석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할 사람을 선별할 수 있고, 대장암을 빠르게 진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질의 : 염증성 장 질환과 관련해 진행 중인 연구가 있나. 
응답 : “면역조절제는 골수 기능을 억제해 백혈구·적혈구 생성을 방해하는 등 체내 독성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저용량부터 사용해 용량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혈액검사로 혈액 내 백혈구 수치, 면역조절제의 독성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혈액 내 면역조절제의 농도를 측정하면 환자마다 면역조절제의 독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허용량을 선제적으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면역조절제의 혈액 내 농도를 측정해 진료목표에 도달하면 용량을 더는 올리지 않아도 되는 식이다.”

 질의 : 궤양성 대장염 치료의 과제는. 
응답 : “현재 치료 목표가 증상 호전, 내시경적 호전인데 궁극적 목표는 조직학적 관해다. 다시 말해 내시경상으로는 병변이 좋아졌지만 조직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을 때도 병변이 호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학적인 관해를 유도하는 게 과연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지, 비용 측면이나 치료 관련 위험성이 발생하지는 않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결정된 바 없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조직학적인 관해는 '치료 반응의 깊이 있는 평가'라는 점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질의 : 궤양성 대장염 환자·보호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응답 : “환자·보호자가 모여 있는 SNS 밴드(칠곡경북대학교병원 염증성 장질환 밴드(크론병, 궤양성 대장염))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SNS로 바로 물어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은 장기적인 관리·치료가 중요하다. 치료·관리를 지속한다면 질환이 발병하기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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