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물질 없는 최악의 유방암, 면역항암제로 치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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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28〉삼중 음성 유방암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삼중 음성 유방암으로 확진된 40대 중반 여성입니다. 아직 젊어서 유방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 충격입니다. 그런데 유방암에서도 예후가 나쁘고 치료가 어렵다는 삼중 음성 유방암을 확인돼 막막한 심정입니다. 표적이 없는 상태인데 완치는 가능한지, 다른 유방암보다 더 잘 재발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최근 수술 전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예후가 좋다는데, 정말인지 궁금합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의 조언

유방에 생긴 암이라고 모두 같은 유방암이 아닙니다. 최근엔 유방암 진단·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에 따라 유방암을 세분화합니다. 그중 삼중 음성 유방암은 유방에 생긴 암세포의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3종류의 표적(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사람 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에 모두 반응하지 않아 음성인 유방암을 의미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는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타깃하는 표적 항암치료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탈모·구토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1세대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등으로 주로 치료합니다. 게다가 전이·재발 위험도 높아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중 음성 유방암을 최악의 유방암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삼중 음성 유방암으로 암세포가 유방이나 폐·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일 때 5년 상대 생존율은 12%에 불과합니다. 일반적인 유방암 4기의 평균 5년 상대생존율인 34%보다 더 낮습니다. 표적 물질이 없어 표적 항암치료가 어렵고 세포독성 항암치료를 받아도 내성·부작용 등이 생기면 대응이 더 힘들어집니다. 같은 유방암이라도 삼중 음성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상대적으로 장기 생존이 어렵습니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전이되면 치료 성과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따라서 진단 시부터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하여 조기에 적극적인 항암치료로 암세포가 모두 없어지게 하는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직 유방암 수술을 받지 않은 지금이 중요합니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다른 유형의 유방암보다 면역세포인 T세포 활성도가 높고 면역항암치료에 대한 가장 효용성 있는 바이오마커인 PD-L1 발현이 높습니다.

초기부터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를 항암제와 함께 유방암 수술 전에 투약하면 암세포가 모두 없어질 확률이 높아져서 보다 월등한 항암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략적으로 유방암 수술 전 면역항체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함께 투약하는 수술 전 선행 면역항암요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에서도 삼중 음성 유방암 치료에 선행 면역 항암치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면역 항암치료는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도 입증했습니다. 면역 항암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여서 수술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세 전이를 초기에 제거하여 재발 없이 지내는 무병생존기간과 전체 생존 기간을 늘리고, 전이·재발 방지에도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치료 경험이 없는 2기 또는 3기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 1174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보조 치료로 항암 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키트루다)를 병용했더니 항암 화학요법만 단독으로 했을 때보다 무사건 생존율(EFS)은 키트루다 병용 투여군은 84.5%로 항암 화학요법 단독 투여군(76.8%)와 비교해 사건 발생 위험이 37% 줄었습니다. 병리학적 완전 관해 비율도 키트루다 병용 투여군은 64.8%로 항암 화학요법 단독 투여군(51.2%) 대비 13.6% 더 높았습니다. 특히 키트루다는 여러 면역항암제 중에서는 유일하게 조기 삼중 음성 유방암 치료의 임상 3상에 성공했습니다.

면역 항암치료는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가 수술 전 시행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치료 기회입니다. 2기 또는 3기로 새롭게 진단받은 고위험 조기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라면 누구나 PD-L1 발현, 림프절 침범, 폐경 등과 상관없이 투약할 수 있습니다. 올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고위험 조기 삼중 음성 유방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키트루다 적응증 추가를 승인했습니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사회·가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합니다. 앞으로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도 수술 전 선항 항암요법에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적극적인 항암치료로 장기 생존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암을 극복하고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치료 편의성도 높습니다. 수술 전에는 3주씩 8회 혹은 6주마다 3회 투여하고, 수술 후에는 3주마다 9회나 6주마다 5회 치료하면 치료가 끝납니다. 삼중 음성 유방암이라고 표적이 없다고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까다로울 뿐입니다. 이제는 키트루다 같은 면역 항암치료로 완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치료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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