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넘었다면 건강검진 때 꼭 추가해야 할 C형 간염…8주 치료로 완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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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픽] 〈24〉 완치 가능한 C형 간염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56세 자영업자입니다. 몸이 찌뿌둥할 땐 부항을 뜨고 피를 빼면 힘이 나는 것 같아 즐기는 편입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잔병치레 하나 없이 지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받은 건강검진에서 간경변증이 의심될 정도로 간수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병원에서는 간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간이식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납니다. 한편으로는 크게 몸이 아프지 않은데 꼭 치료를 받아야 하나란 생각도 듭니다. 추가 검사에서 C형 간염으로 간경변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는데 앞으로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또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왔는데 왜 더 빨리 C형 간염을 발견하지 못한 건가요.

건국대학교 소화기내과 최원혁(대한간학회 홍보이사) 교수의 조언

C형 간염은 일상 속 침습적 습관으로 감염되는 병입니다. 부항을 뜨고 여러 번 쓴 사혈침으로 피를 뽑거나 면도기·손톱깍기·칫솔 등을 빌려쓰다가 묻은 체액·혈액 등을 통해 감염되기 쉽습니다. 요즘 젊은층에 유행하는 타투(문신), 피어싱 등도 비위생적으로 시행하면 C형 간염이 퍼지는 경로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간 질환은 B형 간염입니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로부터 아이에게 퍼지는 수직감염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다행히 B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나오면서 발병률이 차츰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간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걱정하는 질환은 소리 없이 퍼지는 C형 간염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접촉했는지 알지 못해 스스로 감염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전 국민의 1%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노출 위험이 커져 70세 이상은 2.3%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70% 이상이 만성 C형 간염으로 진행됩니다. 이중 30~40%는 간경변증·간암 등으로 악화합니다. 특히 60세가 넘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실제 조언을 드리는 분처럼 간경변증·간암 등으로 간 기능이 나빠진 상태에서 뒤늦게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C형 간염과 연관된 간암 환자의 83%는 간암으로 진단받고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예방 백신이 없습니다. 게다가 발병 위험이 높은데 국가검진항목에 C형 간염이 포함되지 않아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합니다. 다행히 C형 간염은 간단한 혈액검사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대한간학회에서도 C형 간염 유병률이 증가하는 40세부터는 C형 간염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만 40세때 진행하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때 C형 간염 검사를 추가하면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세월이 지나 만성 C형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사실 C형 간염은 조기에 진단·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몇 안되는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 중 하나입니다. 최근엔 최소 8주만 먹어도 무려 99%의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마비렛)이 나오면서 C형 간염 치료 환경이 획기적으로 좋아졌습니다. 건강보험 급여로도 지원돼 약값 부담도 예전보다 줄었습니다. 조언을 드리는 분처럼 황달·복수·혈변 등 임상적 증상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증을 동반한 경우에도 효과적으로 C형 간염을 치료가 가능합니다. 방치하지 말고 치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치료하지 않고 그냥 지내면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C형 간염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실제 C형 간염 바이러스은 코로나19처럼 질병관리청에서 관리하는 법정 감염병(3급)입니다. 발생 24시간 이내 보고해야 합니다. 최근 3년간 매해 평균적으로 1만 명의 환자가 C형 간염으로 진단받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C형 간염 진단 후 치료를 받는 비율은 40~60%로 낮아 우려스럽습니다. 

백신이 없는 C형 간염은 체계적인 진단·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공 의료를 담당하는 보건소 등에서 C형 간염 치료를 안내·관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한간학회에서도 더 나은 C형 간염 진단·치료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하겠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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