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는 어릴 때나 간다는 생각은 오해”

인쇄

청소년 치료는 개인별 평가 필수

오늘(8월 12일)은 유엔에서 제정한 세계 청소년의 날(International youth day)이다. 신체적 성장·발달이 이뤄지고 있는 청소년은 아플 때 성인과는 다른 관점에서 치료해야 한다. 신체적·정신적 성장·발달이 진행중인 청소년기에는 몸이 아플 때 개인별 평가가 필수다. 몸에 문제가 있어 불편할 때도, 심리적으로 힘들 때도 통증의 형태로 나타나 꾀병 취급하기 쉽다. 몸이 좀 컸다고 증상을 중심으로 진단·치료하는 전문 진료과를 찾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치료를 받으면서 개인별 성장과정, 신체적 특징 등을 잘 알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진료하는 진료의 연속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소정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청소년 이사)에게 청소년 진료 가이드라인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소정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청소년 이사)

Q1. 이제 다 컸다고 동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찾는 것을 꺼리는 청소년이 많은데.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까지 청소년 시기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생각이 든다. 신체적으로 다 컸다는 생각에 아프면 어렸을 때부터 다닌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대신 성인 진료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감수성이 예민해 알록달록하게 꾸민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의 환경에 ‘아기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은 당연히 성인이 되기 전까지 치료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일차적으로 어렸을때부터 진료를 받아왔던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찾는 것이 맞다.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추는 병원 내부 인테리어를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릴 때나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바꾸는데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Q2. 아픈 것은 똑같은데 왜 소아청소년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

“물론이다. 청소년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연속성이다. 신체적으로 성인과 비슷해 보이지만 아직 성장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몸이 아플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통증의 형태로 나타난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아프니 부모 입장에서는 꾀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아플 때마다 찾은 동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찾아라는 이유다. 청소년 개인을 중심으로 성장 발달 패턴, 기질적 특징, 함께 생활하는 가족 등 보호자의 관계, 학교·학원 등에서의 생활 등 전반적인 성장 과정을 파악하고 있어야 어디가 어떻게 왜 아픈지를 파악할 수 있다. 성장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등 연속적 진료를 통해 다소 허용되는 수준인지, 문제적 상황인지를 파악하는데 유리하다. 청소년기 문제적 이슈를 예방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Q3. 부모 입장에서는 청소년기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거나 배탈이 났다고 하면 공부하기 싫어 꾀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청소년을 진료하는 입장에서 꾀병이라는 표현 자체가 조심스럽다. 몸이 아픈데 확실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꾀병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청소년은 증상을 호소할 때 어딘가 아프다는 통증으로 표현한다. 신체적·심리적 불편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진짜 병이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2형 당뇨병의 경우 당뇨 전단계이거나 혈당이 일시적으로 높은 경우도 있고 저혈당 증상을 초래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식사량, 진료 시점 등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불편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가 속이 아픈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몸이 버티기 힘들어져 탈이 난다. 그런데 부모 조차 자녀의 생활 패턴 등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원에서도 자신이 일정이 촉박해 다그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이 본심을 꺼내기 어렵다. 결국 돌이기기 어려운 순간이 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아프다고 꾀병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Q4. 청소년기 자녀가 너무 잘 먹어서 혹은 너무 안 먹어서 걱정이라는 사람이 많은데. 

“청소년기 영양 불균형 문제다. 식습관 보다는 스트레스와 연결돼 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의 저체중 혹은 과체중 문제는 삶을 버티는 과정에서 파생하는 것으로 본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밥이 생활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스스로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음식을 먹으면서 해소하거나 아예 굶으며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 영양 불량으로 인한 저체중과 비만이 함께 나타나는 양극화인 Double burden of malnutrition 현상이다. 전보다 잘 살게 됐는데 저영양으로 인한 저체중이 관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생활 전반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청소년에게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Q5. 병원에서도 아픈건 아니라는데 어떻게 하나. 

“보호자 입장에서 일정은 바쁘고 특별히 아파보이지도 않는데 병원을 여러 번 찾기 힘들 수 있다. 지금 이상이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해서다. 기억해야 할 점은 질병에는 자연경과라는 과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적응 혹은 대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병이 된다. 예컨대 당뇨병이라고 가정하자. 비만하면 고인슐린혈증이 발생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당뇨 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점차 진행한다. 질병으로 진단된다는 것은 결과인 ‘진단 기준’을 충족해야 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위험성에 기초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적절한 기간을 두고 모니터링할 것을 권한다. 청소년기에는 대개 아직 병으로 진단하기는 힘들지만, 이 상태를 방치하면 병으로 진행할 수 있어 개인별 평가가 필수적이다. 영유아 검진이나 학생 검진에서 비만 소견으로 개별적 진료가 필요하다고 안내 받았다면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개인별 진료를 받는 것을 당부한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