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성 표피박리증, 유전자 교정 통한 근본 치료 가능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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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서울대 공동 연구팀, 최신 유전자가위 활용 치료법 전임상 시험 진행

국내 의료진이 대표적인 중증의 난치성 유전 피부 질환으로 꼽히는 이영양형 수포성 표피박리증에 대한 유전자 교정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팀(김송이 연구원)과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팀(홍성아 박사)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이영양형 수포성 표피박리증(Recessive Dystrophic Epidermolysis Bullosa, 이하 RDEB)에서 최신 유전자가위인 ‘염기교정(base editing)’과 ‘프라임교정(prime editing)’ 기술을 활용한 체외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피부의 표피와 진피는 고정원 섬유에 의해 단단히 연결돼 있는데, RDEB는 이 고정원 섬유의 주요 구성 성분인 7형 콜라겐의 유전적 결함으로 발생한다. RDEB 환자는 출생 시부터 반복적인 전신 피부 및 점막의 수포와 상처, 심한 통증과 가려움에 시달린다. 또 상처의 이차 감염, 만성 상처 부위에서 발생하는 피부편평세포암, 관절 구축과 손발가락 붙음증(합지증), 식도 협착으로 인한 연하곤란, 만성 빈혈 및 내부 장기 부전 등의 증세가 흔히 동반되는 중증 난치성 유전 피부질환이다.

지금까지 RDEB는 대증적 치료에만 의존해왔으나 최근 수년 사이 재조합 7형 콜라겐 주입 치료, 약물치료, 세포치료 및 유전자 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런 전략 중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것은 유전자 치료다. '체외 유전자 교정 자가 세포치료'는 환자로부터 유래한 세포에서 변이 유전자를 교정해 다시 환자에게 넣어주는 획기적인 치료 방식이다.

공동 연구진은 RDEB 환자에서 채취한 피부 섬유아세포에서 아데닌 염기교정과 프라임교정 방법을 이용해 7형 콜라겐을 발현하는 COL7A1 유전자 변이 중 국내 환자에서 가장 흔한 2가지 돌연변이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유전자 변이가 교정된 환자의 섬유아세포를 면역결핍 마우스의 진피 내에 주입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만든 인공 피부를 면역결핍 마우스에 이식했을 때 사람의 7형 콜라겐이 표피-진피 경계부에 RDEB 환자의 피부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침착함을 확인했고, 치료 부위에서 고정원 섬유의 생성이 이뤄짐도 확인했다.

수포성 표피박리증에 대한 다학제 치료클리닉을 운영하는 이상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기존 유전자가위보다 정밀하고 효과적이며 안전한 유전자 교정 자가 세포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전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RDEB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상수 교수는 “아데닌 염기교정 방법과 프라임교정 방법으로 국내 RDEB 환자의 유전자 변이 중 각각 42.5%, 97.5%가량 교정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며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자 치료 분야 대표 국제학술지인 ‘몰레큘러테라피’ 8월호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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