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아무런 증상 없는 40대, 안저검사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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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대 궁금증] 〈22〉 녹내장 검사 권장 대상

전 세계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실명의 원인 중 하나가 '녹내장'입니다. 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신경이 손상당하면서 주변 시야부터 서서히 장애가 생기는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말기에는 실명을 초래할 수 있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녹내장 검사는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받아야 할까요. 중앙일보헬스미디어가 연속 기획한 '건강 100대 궁금증' 코너에서는 건강 관련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드립니다. 22번째로 녹내장 검사의 권장 대상을 알아봅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녹내장 진단은 쉽지 않습니다. 성인 녹내장 가운데 가장 흔한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의 경우 중기 이전까지는 환자 본인이 느끼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안압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하는 경우 안압이 정상인 녹내장 환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녹내장이라 하면 주로 안압이 상승한 경우를 포함했지만, 최근 안압이 정상인 녹내장이 흔하게 발견되면서 녹내장의 정의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녹내장을 확진하기 위해 시야 검사계, 망막 신경 섬유층 촬영기, 신경 섬유층 레이저 분석기 같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녹내장 진단을 어렵게 합니다. 녹내장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 검사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럼 녹내장 검사를 권장하는 대상은 누구일까요. 첫째, 가족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녹내장 가족력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녹내장 발병 위험도가 4~9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둘째, 고도근시인 사람입니다. 고도근시와 녹내장 간의 연관성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김안과병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 조사에서 ‘고도근시가 있으면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44.9%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고도근시 환자는 상대적으로 눈의 앞뒤 길이가 길어지며, 시신경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두께가 더 얇고 힘도 약해져 있기 때문에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같은 전신질환이 있는 사람입니다. 특히 포도막염, 당뇨병성 망막병증 같이 눈에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 이와 관련한 이차성 녹내장이 발생하진 않았는지 검사해야 합니다.

넷째, 만 40세 이상입니다.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보다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므로 만 40세 이상이 되면 눈에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안저검사를 받아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게 권장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녹내장은 만 40세 이상의 약 3.5%에서 발병합니다. 100명 가운데 3~4명이 걸린다면 그렇게 드문 질환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성 녹내장, 증상 나타나면 '말기'
급성 녹내장은 통증이 심해 주로 응급실로 내원하면서 알게 되지만, 만성 녹내장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며, 주변 시야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말기이므로 치료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안압검사, 안저검사를 통해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안압 측정 검사, 시야 검사, 시신경 단층 촬영검사, 망막 시신경 섬유층 촬영검사 등의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녹내장을 진단·분류해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녹내장이 없는 정상인이 녹내장을 막을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녹내장은 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한번 손상된 신경은 현재 기술로 되살리지 못합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녹내장 환자나 고위험군이라면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합니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피하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는 게 도움됩니다.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음료는 많이 마시지 말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도움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복압이 올라가는 운동, 머리가 가슴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물구나무서기 등은 좋지 않습니다. 넥타이·허리띠가 너무 조이는 옷은 안압을 높일 수 있고, 수영할 때 물안경이 눈을 너무 조이지 않게 착용해야 합니다. 규칙적이고 적절한 잠을 자되, 잘 때 엎드리는 자세는 안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습니다.

도움말: 이원준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안과 전문의, 서울대병원 의학 정보,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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