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면서 돌출되는 대표적인 족부 질환이다. 통증·변형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무지외반증 수술에도 1㎝ 이내로 절개하는 ‘무지외반증 최소절개 교정술’이 가능해졌다. 다양한 족부질환에 최소 절개 수술을 도입해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강북연세병원 조준 원장에게 무지외반증의 최신 치료에 대해 들었다.
-최소절개 교정술이 도입된 배경은.
“기존에는 무지외반증 수술을 할 때 피부를 10~15㎝ 절개해야 해서 상처가 크게 생겼다. 그러면 환자가 통증을 많이 느낀다. 신경이 손상되거나 뼈가 잘 안 붙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경험하다 보니 가능하면 피부를 조금만 째기 위해 각도를 조정하고 나사를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 절개를 4~5㎝까지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행히 획기적인 기구가 개발되면서 1㎝ 이내로 피부를 절개해 무지외반증을 수술하는 방법이 5~6년 전 나오게 됐다. 국내에는 2018년쯤 도입됐다. 뼈를 잘라내는 톱의 크기가 작고, 1㎝ 절개만으로도 톱날의 방향·움직임을 조절해 뼈를 절삭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날의 움직임이 컸기 때문에 피부 손상이 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처음부터 피부를 많이 쨌다.”
-환자의 만족도는 어떤가.
“현재까지 1000 케이스 정도 수술을 했는데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피부 상처가 작을수록 수술 직후 통증이 적기 때문이다. 무지외반증 수술을 받을 때 너무 아팠다는 환자가 많았다. 그래서 다른 발에 무지외반증이 생겨도 수술을 미루는 경우도 있었다. 피부 절개가 작으면 마취 시간이 짧고 피부 봉합 시간도 짧아진다. 기존에는 피부를 봉합하는데 20~30분이었지만 최소 절개에서는 5분이면 마무리된다. 또 절개 시 골막을 건드리지 않고 주변 조직 손상이 덜해 회복도 빨라진다. 기존에는 뒤꿈치로 걸으면서 조심해야 하는 기간이 6주 정도였는데 최소 절개에서는 2주로 단축됐다. 대부분의 무지외반증 환자를 최소 절개로 수술하지만, 예외도 있다. 간혹 통풍 같은 질병을 동반해 혹이 있는 경우에는 혹을 함께 제거해야 하므로 피부를 크게 절개해 수술한다.”
-최소 절개에서 의사의 손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무지외반증은 교과서적인 수술법이 없다. 뼈를 쳐서 안으로 밀어 넣으며 형태(축)를 교정한다는 원리원칙만 있다. 큰 틀에서 원리는 같은데 수술장에서의 테크닉은 수술자에 따라 다양하다. 그래서 피부 절개가 클수록 다양한 수술법을 시도할 수 있고, 육안으로 뼈 모양을 확인하며 좀 더 수월하게 수술할 수 있다. 반면 피부 절개가 작으면 그 안에서 해결해야 하므로 테크닉에서는 까다로울 수 있다. 또 실시간 엑스레이를 보며 수술하기 때문에 톱날의 방향이 정확한지, 나사의 고정이 잘 됐는지 등을 확인하며 진행해야 한다. 숙련된 의사가 아니면 수술이 좀 어려울 수 있다. 의사가 수술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길어지거나 교정이 덜될 수 있다.”
-다른 족부질환도 최소 절개가 가능한가.
“그렇다. 무지외반증을 포함해 아킬레스건과 만성 발목 불안정증 같은 대표적인 족부질환에 최소 절개 수술이 확대되고 있다. 새끼발가락이 튀어나오거나 두 번째·세 번째 발가락의 길이가 긴 경우, 발꿈치뼈의 형태에 이상이 있을 때도 최소 절개 수술로 교정할 수 있다. 족부질환에서 최소 절개 수술은 조금씩 알려지며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국내에는 '무지외반증 최소침습 연구회'가 있다. 최소침습을 하는 대학병원·개원가의 족부질환 전문가들이 모여 화상 회의를 하며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공유한다. 또 수술 기법을 개선하는 방향을 논의한다. 지난해에는 만성 발목 불안정증 수술법의 최소 절개 치료에 대한 주제로 정형외과 분야 국제 학술지인 '골관절 수술 저널(THE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미국판)'에 공동 논문을 발표했다. 무지외반증의 최소 절개 수술을 주제로 한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다양한 족부 질환을 최소 절개로 수술 할 수 있는 의료진은 수술장에서 난도가 좀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빠르게 판단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면 수술 시간이 더 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 시간이 짧아야 감염 부작용이 적어진다. 또 수술 후 재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예컨대 아킬레스건 파열로 인한 수술 시 피부는 얇아서 피부를 많이 절개할수록 감염 위험이 커진다.”
-족부질환을 방치하면 기능에도 이상이 오나.
“족부질환을 방치하면 발 건강이 연쇄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 실제로 무지외반증을 모양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는 드물다. 엄지가 튀어나와 아프거나 발가락이 휘어지면서 두 번째·세 번째 발가락에 변형이 오는 경우에 수술한다. 변형이 심하면 압력을 받는 부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발등 쪽으로 관절염이 진행하기도 한다. 그래서 원인이 되는 무지외반증 수술이 필요하다. 이 밖에 발바닥이 저린 신경병증, 잦은 접질림으로 인한 연골 손상과 관절염 등의 위험도 커진다.”
-족부질환을 예방·관리하는 생활습관은.
“최근 족부질환이 증가하는 추세다.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하는 등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발을 많이 쓴다. 또 허리·무릎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는 과정에서 발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과거엔 무릎이나 허리 아픈 것만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발 쪽 통증에도 관심이 많다. 평소 발 건강을 지키려면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발바닥 근육을 늘리는 스트레칭과 장딴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은 발바닥으로 가는 피로도를 낮춰준다. 이런 습관은 수술 이후 재활운동에서도 중요하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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