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갖기 전, 남편은 어떤 검사 받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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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대 궁금증] 〈17〉 남성의 산전 검사

건강한 아기를 갖기 위해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노력도 필요한데요. 건강한 임신을 준비하기 위한 남편의 검사가 따로 있습니다. 이른바 '남성 산전 검사'(Preconception checkup for male)인데요. 남성의 산전 검사는 누가 언제 받는 게 권장될까요. 중앙일보헬스미디어가 연속 기획한 '건강 100대 궁금증' 코너에서는 건강 관련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드립니다. 17번째로 남자 산전 검사의 방법과 권장 시기에 대해 알아봅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신체적으로 건강한 부부가 피임하지 않고 1년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가져도 10~20%의 부부는 임신에 실패합니다. 그 원인 중 여성 단독 요인이 40~50%, 남성의 단독 요인이 20%를, 남성과 여성 모두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30~40%를 차지합니다. 다시 말해 남성 측의 요인이 임신 실패의 원인 절반을 차지한다는 얘기입니다. 남성도 여성과 동등하게 산전 준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임신과 관련한 남성의 신체기관은 고환·부고환·정관·요도 등입니다. 남성의 고환에서 정조세포가 두 차례의 감수분열을 포함한 다양한 발생 과정을 거쳐 꼬리를 가진 성숙 정자가 되기까지는 대략 74일이 걸립니다. 이후 2~3주에 걸쳐 부고환과 사정관을 거쳐 마지막 성숙단계에 접어듭니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한다면 적어도 5~6개월 전부터는 건강하게 몸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성의 경우 여성의 임신 전 검사와 마찬가지로 혈액검사, 소변검사, 매독 혈청 및 에이즈 검사, A·B·C형 간염 및 간 기능 검사, 흉부 엑스선(결핵 검사) 등은 필수검사 항목입니다. 과거 요도염 병력이 있다면 임균·헤르페스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임신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고환에 대한 신체검사와 정액검사가 추가됩니다.

관련 백신도 챙겨야 합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감염시킬 위험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백신 접종으로 각종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갖춰야 합니다. 특히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수두, A·B형 간염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은 완료해야 합니다. 이들 백신은 임신 중 산모와 아기에게 감염시킬 확률을 줄입니다. 그중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은 MMR백신으로 한꺼번에 막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임신을 위해 커피와 술은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흡연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치므로 금연해야 합니다. 과도한 성생활, 무리한 운동은 삼가는 게 좋고 고기·채소·과일 등을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하는 건 반드시 중단해야 합니다.

 

 

정액검사 전 2~7일간 금욕해야

고환에 대한 신체 검사는 따뜻한 온도의 방에서 긴장을 풀고 선 자세에서 시행합니다. 남성 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인 '정계정맥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고환의 용적을 측정합니다. 또 부고환·정관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져보는 방식도 진행합니다.

정액검사는 2~7일간 금욕한 후 자위행위로 채취한 정액으로 검사를 시행합니다. 37도의 항온기에서 액화할 수 있도록 30분 이상 기다린 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바로 판독할 수 있습니다. 정자의 수·운동성 등에 이상이 발견되면 2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재검사를 시행합니다. 검사실에서 사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집에서 정액을 받은 후 1시간 이내 체온으로 온도를 유지하며 검체를 가져오면 됩니다. 이들 검사는 컴퓨터와 현미경을 통해 분석하면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2010년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정상 기준치에 따르면 정액의 양은 1.5mL 이상, 정자 밀도는 1500만 마리/mL 이상, 전체 정자 수는 3900만 마리 이상, 운동성 정자는 40% 이상, 전진 운동성 정자는 32% 이상, 엄격 기준의 정상 형태 정자는 4% 이상 있어야 합니다.

정액검사가 남성의 임신능력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검사이지만, 무정자증이 아니라면 이 검사로 '가임'과 '불임'을 나눌 수는 없습니다. 정액검사의 결과가 다소 나쁘더라도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으며, 검사 결과는 정상이더라도 임신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2회 이상 반복 검사를 시행하고 대상자의 병력과 신체검사 등의 결과를 종합해 비뇨의학과 의사가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도움말: 서울대병원 의학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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