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이어 손목 뼈도? 도미노 골절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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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17〉골다공증 골절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60대 후반 여성입니다. 50대 폐경 직후 골다공증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그냥 지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뼈가 잘 부러집니다. 택시 뒷자리에서 앉아있는데 방지턱을 넘을 때 덜컹거리는 충격에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니 골다공증으로 척추 뼈가 부러지는 척추 골절로 진단받았습니다. 손목 뼈도 그 일이 생긴 직후 부러졌습니다. 화장실에서 발을 헛디뎌 문고리를 잡았는데 그 충격으로 손목 뼈에 골절이 생겼습니다. 병원을 찾아 골밀도 검사를 받았는데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라고 또 뼈가 부러질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훈 교수의 조언

한 번 부러진 뼈는 또 부러지기 쉽습니다. 질문을 주신 분의 상황을 들어보니 뼈가 매우 약한 상태로 추측됩니다. 또 다시 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골밀도를 높여 골절 위험을 낮추는 치료를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신체 골격을 이루는 뼈는 항상 만들어지고 파괴되길 반복합니다. 그런데 여성은 폐경을 겪으면서 뼈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서 골다공증으로 진단받기 쉽습니다. 뼈의 양이 줄고 강도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 도둑입니다. 어느 순간 속이 빈 수수깡처럼 곳곳에 구멍이 뚫린 허약한 뼈로 변해버리고, 일상적인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고 툭 부러집니다. 

그런데,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아도 뼈가 약해지다 약해지다 부러질 때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어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치료를 시작해도 2년 이상 지속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고작 10명중 2명(21.5%)에 불과합니다. 


뼈가 좀 약해지는 게 별거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건강 문제입니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지는 골절 위험이 높아지면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제약을 초래합니다. 예컨대, 엉덩이 뼈가 부러지면 몸을 움직이지 못해 최소 3개월은 침대에서 누워 지내야 합니다. 장기간 누워 지내다가 욕창 등으로 피부가 괴사하거나 근육이 빠르게 사라지기도 합니다. 폐렴, 요로감염, 하지정맥혈전 등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평소 건강했던 사람도 낙상 등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전신 건강이 쇠약해지는 이유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엉덩이 뼈가 부러진 환자 5명 중 1명은 고작 1년 이내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골다공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과 같은 수치입니다. 자궁내막암 사망률보다는 4배나 높습니다. 안타깝게도 뼈는 얼마나 약해져 있는지 스스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소리없이 약해지는 뼈 건강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폐경 후 여성에게 많은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도미노 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더 주의해야 합니다. 골다공증 골절 후에는 골밀도와 관계없이 척추, 고관절(엉덩이뼈), 손목 등 재골절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정도로 약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골절은 도미노 골절의 신호탄입니다. 골절을 경험한 여성 10명 중 4명은 첫 골절 발생 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에 재골절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조언을 드리는 분처럼 골절 위험이 굉장히 높은 사람을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추가 골절 위험을 빠르게 낮추는 치료를 권하고 있습니다. 기존 치료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골밀도를 높여줄 수 있는 골다공증 신약(이베니티)이 나온 덕분입니다. 뼈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 골 흡수를 억제하는 동시에 새로운 뼈 형성을 촉진하는 이중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골절 위험이 굉장히 높은 초고위험군은 골절 직후 재골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골절 직후 1년 안에 골밀도를 빠르게 높여줘 뼈가 또 부러지는 것을 막습니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내분비학회는 물론 국내 대한골대사학회 등 주요 학회에서도 진료지침을 통해 ▲최근 12개월 내 골절을 경험했거나 ▲골다공증 치료 중 골절이 발생한 환자 ▲다발성 골절 환자 ▲T-score가 -3.0 이하로 진단되는 환자 등을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정의하고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베니티는 골절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초고위험군 1만4000명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9개의 임상연구에서 골절 발생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폐경 후 골다공증 여성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진행한 연구에서 위약과 비교해 새로운 척추 골절 발생 위험을 73%나 줄였습니다. 또 요추, 고관절, 대퇴경부 등의 골밀도를 높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1년 동안 12회 피하주사로 치료해 투약 편의성도 우수한 편입니다. 또 건강보험 급여가 2020년부터 적용돼 비용 부담도 적습니다. 골다공증 주사 치료는 급하게 골절 발생을 막는 일종의 응급 치료입니다. 약 1년 동안 주사를 맞으며 뼈를 보강한 다음에는 프롤리아 같은 골흡수 억제제로 골다공증 치료를 지속해야 합니다. 

일상에서도 골절 발생을 막는 생활수칙을 실천해야 합니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하면서 뼈 영양소인 칼슘·비타민D 섭취에 신경쓰고 술·담배는 삼가합니다. 낙상을 막기 위해 안과 검진으로 시력을 점검하고 목욕탕·계단 등 넘어지기 쉬운 곳에서는 항상 조심합니다. 

흔히 골다공증은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골다공증 골절로 와병생활을 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일어나지 못합니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위해 뼈 건강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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