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놓치고 글씨체 변한다면 경추가 보내는 응급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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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척수증, 방치하다간 사지 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고개를 숙이는 습관은 목 건강을 해치기 쉽다. 경추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경추척수증이다. 자칫하면 사지 마비까지 일으킨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박지원 교수의 도움말로 경추척수증에 대해 알아본다.
 

1. 신경 세포 손상돼 후유증 유발

척수에는 감각·운동 신경들이 모두 모여 있다. 척수증은 퇴행성 변화 등으로 인해 척수가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신경 세포가 손상되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흉추와 경추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다. 경추에서 생기는 척수증을 경추척수증이라고 한다. 중추신경이 손상되면 상지와 하지의 운동 및 감각신경의 마비 등의 후유증을 남긴다. 증상이 서서히 시작되어 점차 악화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 젓가락질 어려워지고 보행 장애 발생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경추부위의 척수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신경 손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여러 운동 장애가 생긴다. 손의 세밀한 운동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 주 증상이다. 물건을 쉽게 놓치고 글씨체가 변한다. 젓가락질 또한 어려워지며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는 데 불편함을 겪게 된다. 또 걸음이 휘청거리는 등 보행 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신경 손상으로 인한 고유수용성 감각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개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세한 이상 소견을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3. 다양한 원인으로 척수 압박해 증상 나타나

경추척수증은 경추부의 퇴행성 변화나 심한 경추 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 후종인대 골화증, 황색인대 골화증, 경추관 협착증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척추 인대는 뼈 사이의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어긋나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데 전종인대는 척추의 전방에서 지지하는 것이고 후종인대는 척추체의 뒤쪽에서 지지한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후종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며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단단하게 굳고 두꺼워진 후종인대가 후방에 위치한 척수를 압박하면 경추척수증이 발생한다.

황색인대는 척추 후방에서 척수신경을 감싸는 척추 후궁을 잇는 인대다. 상대적으로 강한 탄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황색인대가 석회화되고 두꺼워지면서 주변 중추신경 척수를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고 여러 신경 증상을 불러일으킨다. 척추관은 척수가 지나는 척추 중앙 통로인데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사람들에게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퇴행성 변화에도 척수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고 경추척수증의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필요로 한다.
 

4.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안전

경추척수증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로써는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는 증상 호전이 거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상이 크게 악화한 상태에서 진단을 받으면 수술을 해도 결과가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수술 후 수개월에서 1년에 걸쳐 환자의 손의 움직임, 보행능력이 회복된다. 그러나 환자의 증상이 오래된 경우나 척수가 심하게 눌려 있어 신경의 기질적 변화가 있는 경우,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 등은 수술 후 신경 기능의 회복 정도가 적다.
 

5. 바른 자세와 걷기로 예방

경추척수증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최대한 손과 발에 많은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 퇴행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경추척수증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어렵지만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해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걷기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과 지속적인 목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경추척수증 증상 초기에는 목과 어깨, 손, 팔 등에서 통증과 저림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 목디스크와 혼동해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척수증은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악화하는 특징을 가진 진행성 질환이다. 그래서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추척수증 의심 증상인 정교한 손놀림이 안 된다든가 보행 시 비틀거림이 나타난다면 바로 가까운 정형외과를 가서 MRI를 촬영해보는 것이 좋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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