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릿찌릿 저린 손발 통증, 혈액 순환 아닌 당뇨병이 원인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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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16〉 신경병증성 통증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당뇨병으로 8년째 치료 중인 60대 남성입니다. 요즘 손발이 잘 저리고 아픕니다.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통증에 잠도 못 잘 정도로 괴롭습니다. 특히 발 통증이 심합니다. 발에 상처가 있으면 당뇨병 합병증일 수 있다고 해서 매일 살펴봐도 상처난 곳이 없습니다. 혈당도 잘 조절되고 있으니 당뇨병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고, 혈액 순환이 안 되서 그런가 싶어 운동을 해도 여전합니다. 손발저림에 오메가3가 좋다는데 먹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이정환 교수의 조언

전기가 통하듯 손발이 저리고 아프다면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병증성 통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운동할 때 통증을 동반한다면 혈관병증도 동반됐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으로 특히 발(족부)의 말초 신경의 감각이 둔감해지면서 신경이 손상돼 당뇨발로 불리는 족부 궤양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우선 신경·혈관 기능을 평가하고 신경 손상이 확인되면 통증을 조절하면서 혈당 조절에 신경써야 합니다. 혈관 시술이 필요하다면 바로 진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33.5%가 앓고 있는 당뇨병의 가장 흔한 합병증 중 하나입니다. 아프지 않더라도 신경 기능 감소로 감각이 떨어지면서 누가 만져도 잘 모르고 균형 감각이 떨어집니다. 통증은 사람마다 호소하는 강도·양상이 다릅니다.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 쓰라림, 화끈거림, 손발저림, 쑤시듯 아픔, 칼로 찌르듯 아픔, 타들어가듯 아픔 등 다양합니다.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인 2형 당뇨병이라면 혈당을 조절하는 게 도움이 되지만, 안타깝게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았나 발 감각이 둔감해 지지 않았나 매일 살펴보라는 이유입니다. 당뇨발로 족부에 궤양이 생기면 그 부위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신경병증성 통증은 당뇨병 외에도 암성 신경병증성 통증, 척추 손상 후 통증, 대상포진 후 통증, 말초신경 손상, 복합부위 통증, 환상지통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증 조절입니다. 신경이 손상돼 나타나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치료가 어렵고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져 통증이 만성화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특히 초기에 나타난 신경 손상이 회복된 이후에도 통증이 남고, 다른 감각도 예민해져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조언을 드리는 분처럼 잠을 못 잘 정도로 괴롭다면 초기부터 더 적극적으로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면 신경세포인 뉴런으로 통증 신호가 연쇄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는 약으로 초기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처방 가능한 4가지의 계열(가바펜티노이드/SNRI/TCA/나트륨 채널 차단제) 약 모두 비교적 유사한 효능을 보입니다. 미국신경과학회에서 올해 새롭게 변경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4가지 계열의 약을 동일하게 일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권고했습니다. 

이중 프레가발린(리리카)·둘록세틴(심발타) 등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캐나다·유럽 지역에서 모두 사용을 승인받았습니다. 임상연구를 통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게 처방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고령에게 처방할 때는 부작용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천천히 용량을 늘려가면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불안 등 증상을 동반한다면 SNRI나 TCA 계열의 약을, 발작을 동반한다면 가바펜티노이드나 나트륨 채널 차단제 계열의 약을 투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을 괴롭히던 통증이 사라지니 잠도 잘자고 삶의 질도 전반적으로 개선됩니다. 다만 한 가지 약으로 통증 경감 등 치료 효과가 불충분하다면 담당 주치의와 상담해 다른 성분의 약을 추가로 복용하거나 바꾸는 것을 고려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메가3의 경우 신경 보호나 재생 자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고 지질 프로파일 등 다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고 부작용이 적어 복용을 고려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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