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MBTI가 뭐야? 결과 맹신하면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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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본 MBTI 과몰입 현상 Q&A

성격유형 테스트로 알려진 ‘MBTI’ 유행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일부는 MBTI 검사 결과에 과몰입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BTI 맹신에 우려감을 나타낸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의 도움말로 MBTI 과몰입 현상에 대해 짚어봤다.

-MBTI는 정확히 어떤 검사인가.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성격유형 테스트로 본인이 직접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2지선다식 질문 93개 문항으로 구성된 Form M 혹은 144개 문항으로 구성된 Form Q를 이용해 수행한다. MBTI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의식 속에 사고(T), 감정(F), 감각(S), 직관(N)이라는 4가지 기본 심리 기능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 기능을 사용하지만, 사람마다 발달한 정도가 다르므로 개인별 성격 차이가 나타난다고 봤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MBTI 검사는 4가지 측면에서 성격을 2가지로 분류한다. ▶사교적이고 활발한 외향(E) 유형 vs 얌전하고 정적인 내향(I) 유형 ▶사실적인 것을 보는 감각(S) 유형 vs 관념적이고 의미적인 것을 보는 직관(N) 유형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사고(T) 유형 vs 공감적인 성향의 감정(F) 유형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한 성향의 판단(J) 유형 vs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성향의 인식(P) 유형 등이다. 이렇게 분류된 4가지 지표를 알파벳으로 나열하면 최종적으로 16개의 성격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검사를 신뢰할 만한가.
심리 상태를 검사하는 척도를 평가할 땐 신뢰도와 타당도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결과가 자주 바뀌는 경우가 있다. 반복적으로 검사할 때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해당 검사를 신뢰할 수 있는데, 4가지 지표를 개별적으로 보면 검사를 반복할 때마다 재현될 확률이 꽤 높아서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16개로 나뉘는 성격 유형이 재현될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각 지표가 반복 검사 시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90%라고 해도 성격 유형이 똑같이 나올 확률은 0.9의 네 제곱을 해야 하므로 약 66%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타당도는 이 검사가 얼마나 성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느냐인데, MBTI는 이분법적으로 측정할 뿐 아니라 자가 보고식으로 구성돼 있어 타당도에 한계가 있다.

-검사 결과와 실제 성격이 다르다고 느끼기도 한다.
분류할 수 있는 성격이 16가지뿐이라 다양한 성격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MBTI에서 구분하는 양쪽의 성격 특성 중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의 특성을 모두 가진 경우가 많다. 한쪽 특성이 현저하지 않으면 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진료 현장에선 어떤 검사법을 활용하나.
진료 현장에선 대부분 MBTI 검사를 활용하지 않는다. 병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검사가 아니라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선 치료가 필요한 성격 문제를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진단 기준에 기반해 판단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인격 장애를 진단하게 된다. A군(편집성, 조현성, 조현형), B군(히스테리성, 자기애성, 반사회성, 경계성), C군(강박성, 회피성, 의존성) 등으로 분류해 진단하고 치료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선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를 많이 활용한다. 해당 검사는 성격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의 다양한 정신 병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MMPI-2의 경우 수검 태도를 측정하는 척도, 성격 특성과 정신 병리를 측정하는 척도를 포함해 총 567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MMPI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객관적 심리 검사로 알려진다. 그 외에도 TCI(기질 및 성격 검사) 검사는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을 구분해 측정한다. 또 BFI(Big 5 Inventory)라고 해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 등 5가지 측면의 성격 요소에 대해 평가하는 척도도 있다.

-요즘 MBTI 결과를 맹신하는 경향이 심한데.
MBTI 테스트는 검사 자체에 여러 한계점이 있다. 검사 결과를 보고 성격 유형을 구분하고 상대방의 성격을 단정 지어선 안 된다. MBTI는 성격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서 가볍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조차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는 것처럼 개인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 결과를 너무 맹신해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갖거나 쉽게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럼 MBTI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은가.
본인이 가진 성격적 특성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참고 자료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성격을 너무 쉽게 범주화하면 개인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성격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바람직한 방법으로 MBTI를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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