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의 불청객 외이도염, 병원 멀 땐 ‘연고’로 급한 불 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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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외이도염의 유형과 치료제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때 이른 고온 현상에 가정의 달을 맞아 실내 수영장 등 물놀이를 찾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물놀이 후 귀가 간지럽거나 귀를 잡아당길 때마다 통증이 나타난다면 외이도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외이도염은 수영하고 나서 잘 발병한다는 데서 '수영하는 사람의 귀(swimmer’s ear)'라고도 불립니다. 외이도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이비인후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대부분은 전문의약품이지만 병원을 빠르게 찾아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연고 형태의 일반의약품으로 1차 처치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선 외이도염의 유형과 외이도염 치료제에 대해 알아봅니다.
 

외이도는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길입니다. 길이는 3㎝, 지름은 1㎝가량이며 'S'자 모양으로 휘어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외이도는 세균이 거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는 외이도의 '자정작용' 덕분인데요. 외이도는 고막이나 외이도 피부에서 떨어져나온 각질을 귀 밖으로 내보냅니다. 또 외이도의 피부에 있는 지방층은 세균의 침투를 막아줍니다.
 
그런데 외이도의 이러한 방어기전이 깨지면 외이도에 세균·진균이 증식해 염증이 생기는데, 이것이 외이도염입니다. 주요 원인은 '높은 습도와 온도'입니다. 외이도의 습도·온도가 증가하면 약산성을 유지해온 외이도의 산도(pH)가 증가해 알칼리화하고, 세균·진균으로부터의 감염에 취약해집니다.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외이도 지방층의 손상'입니다. 외이도 안쪽의 피부와 지방층은 뼈에 밀착할 정도로 얇은 편입니다. 이곳을 면봉·귀이개 등으로 지나치게 후비면 외이도 속 지방층이 손상을 받습니다. 이곳을 틈타 녹농균·칸디다균 등 세균이 침투하면 귀통증, 소양감, 이충만감(귓속이 꽉 찬 느낌), 외이도 피부 발적·부종, 이루(외이도를 통해 흘러나오는 분비물) 등 증상을 동반한 외이도염이 발병합니다. 이때의 귀통증은 귀 주변을 압박하거나 귓바퀴를 잡아당길 때 더 심해지는 게 특징입니다.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세균성 외이도염에 걸리기 쉽습니다. 예컨대 수영장이나 대중목욕탕을 이용한 후 귀를 후볐을 때인데요. 이는 귓속 습도가 높아진 데다, 물 표면에 존재하는 녹농균이 손상된 외이도를 파고들어서입니다. 세균성 외이도염의 제1 원인균인 녹농균은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양의 염소로는 웬만해선 죽지 않는데다, 30도(℃) 이상일 때 빠르게 증식합니다.
 

유형별 원인 없애는 약 선택적 사용
외이도염은 병에 걸린 기간, 증상 정도에 따라 ▶급성 외이도염 ▶만성 외이도염 ▶습진성 외이도염 ▶악성 외이도염으로 구분하며, 각각의 원인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합니다.
 
급성 외이도염은 녹농균과 황색 포도상구균, 칸디다균, 아스페르길루스 등이 주요 원인균입니다. 잦은 수영, 습한 기후, 외이도가 좁고 털이 많은 경우, 외이도 외상, 귀지의 과다·결핍, 이어폰·보청기의 장시간 착용, 땀이 많은 체질 등이 급성 외이도염의 위험 요인입니다. 급성 외이도염의 치료제로는 외이도의 산도와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겐티아나 바이올렛', '카스텔라니' 성분의 용액을 바르거나 항생제·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이용액을 하루 3~4회씩 수일간 사용합니다. 겐티아나 바이올렛은 세균과 진균을 막고 구충 작용을 하는 색소로, 균에 감염된 피부와 점막에 국소적으로 작용합니다. 감염 부위가 외이도를 넘어서면 녹농균 등을 억제하는 퀴놀론 계열의 항생제를 복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성 외이도염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외이도에 가벼운 감염과 염증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외이도가 가렵고 두꺼워지는 증상을 동반하는 게 특징입니다. 만성 외이도염은 세균·진균성 외이도염이 만성화해서 생길 뿐 아니라 지루성 피부염, 건선, 신경피부염 등 피부과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외이도 피부가 두꺼워지는 것을 막고 외이도의 피부를 정상으로 회복하는 목적의 치료제가 사용됩니다. 귀 분비물이 많은 경우엔 ‘겐티아나 바이올렛’, ‘카스텔라니 용액’이, 가려움증엔 항진균제와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크림 제제가 사용합니다. 외이도의 부종·염증을 완화하는 데는 항생제·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제제가 사용되며, 치료 기간은 1~2개월가량 소요됩니다.
 
습진성 외이도염은 급성·만성 중이염으로 인해 귀에서 흐르는 이루(귀의 분비물)가 외이도의 피부를 자극해 습진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외이도에서 아토피 피부염과 접촉성 피부염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귀 주위에 습진이 생기면 병변이 외이도로 침범하기도 합니다. 외이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습진 정도에 따라 스테로이드 연고를 단독 사용하거나 스테로이드와 항생제, 항히스타민제를 섞은 연고를 바를 수 있습니다. 습진성 외이도염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스테로이드 약물은 ‘베타메타손’입니다. 베타메타손은 항염증, 항소양성, 혈관 수축에 효과가 있으며 크림·연고·겔 제형으로 나와 있습니다.
 

악성 외이도염은 당뇨병을 앓는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중성구감소증, 백혈병, 골수 억제제로 치료 중인 경우, 후천성 면역결핍증 등으로 인한 면역 억제 상태도 악성 외이도염의 위험요인입니다. 악성 외이도염 환자의 외이도를 흐르는 이루에 대해 세균 배양검사를 하면 대부분 녹농균이 검출됩니다. 녹농균이 주요 원인균이라는 얘깁니다. 악성 외이도염에 진단되면 원인 질환인 당뇨병을 조절하면서 녹농균을 없애는 항생제인 ‘3세대 세팔로스포린 항생제’의 단독요법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약물요법과 함께 외이도의 병변 중 죽은(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외이도염은 유형과 상관없이 치료 적기를 놓치면 모두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급성 외이도염은 3~4일의 약물치료로 완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치료를 방치해 만성화하면 주변 조직으로 염증이 퍼져 ‘경부 림프샘염’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염증성 경부 림프샘염은 목 부위에 열이 나고, 이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있습니다. 이 경우 원인균에 맞춰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만성 외이도염의 경우 치료를 방치하면 외이도가 심하게 좁아져 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악성 외이도염은 안면 신경 마비, 뇌 신경 마비, 목의 정맥 내 혈전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원인균이 두개저(두개골 아래쪽)를 침범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위험합니다.
 

급할 땐 일반의약품으로 1차 처치
앞서 언급한 외이도염의 치료제는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이비인후과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곧바로 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외이도염 치료에 효능이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1차 처치해 증상을 완화하는 게 안전합니다. 연고 형태로 나와 있습니다.
 
외이도염 치료에 효능이 있는 일반의약품의 주요 성분은 ‘바시티라신’, ‘네오마이신 황산염’, ‘폴리믹신B황산염’, ‘프라목신염산염’입니다. 바시티라신과 네오마이신은 피부과용 항생제이며, 폴리믹신B황산염은 감염성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항균제입니다. 외이도염의 원인균을 죽이고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을 줍니다. 프라목신염산염은 국소 마취제와 비슷하게 작용해 외이도염으로 인한 귀통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일반의약품을 사용할 땐 손을 깨끗이 씻은 상태에서 하루에 1~3회 외이도염 부위에 적당량을 바릅니다. 단, 일반의약품으로 1차 처치한 다음엔 반드시 이른 시일 내에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도움말: 이준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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