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신부전 환자 28%가 겪는 이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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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2년 이내 우울증·불안장애 발병 위험 높아

말기 신부전 환자가 일반 성인 인구보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발병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신장내과 이민정·박인휘 교수와 의료정보학과 박범희 교수·이은영 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08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0년동안 말기 신부전으로 진단된 환자 7만79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의 유병률과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말기 신부전 환자는 혈액·복막투석 등 신대체요법(망가진 신장 기능을 대체해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 시작 1~2년이내 정신질환 진료를 가장 많이 받았다. 특히 신장이식 환자의 경우 수술 직전에 정신질환 진료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체 연구 대상자 7만79명 중 28.3%가 정신질환 관련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유형을 살펴보면, 불안장애 20%, 우울증 16.8%, 급성 스트레스 반응·적응장애 2.5%, 신체화장애·전환장애 0.9% 그리고 약물남용 0.6% 순이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경우 전체 대상 환자 중 16.8%가 경험해 이전 연구에서 발표된 일반 인구의 우울증 유병률 5.3~6.7% 보다 훨씬 높았다.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는 신부전 증상이 나빠져 신대체요법을 받기 1년 전부터 시작해, 시작후 1-2년 이내 높게 나타났다. 신대체요법간 빈도는 혈액투석 환자가 가장 높았고, 복막투석 환자와 신장이식 환자가 그 뒤를 이었다. 또 유병률을 비교해 보면, 우울증의 경우 혈액투석 환자가 신장이식 환자 보다 2.18배 더 많이, 복막투석 환자는 신장이식 환자 보다 2.04배 더 많이 경험했다. 

연구팀은 콩팥병이 만성 신부전으로 악화하면 매일 혹은 이틀에 한번 꼴로 병원을 방문해 투석치료를 받거나 신장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우울감, 불안장애 등의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고, 더욱 악화될 것에 대한 두려움(절망, 죽음, 임종에 대한 우려) 탓에 정신질환 진단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민정 교수는 “우울증의 경우 자기관리 능력과 에너지 고갈 등으로 질병 대처 능력을 저하시키는 등 말기 신부전 환자들이 겪는 정신질환은 신장 기능을 더욱 악화시키는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며 “이에 환자들이 우울, 불안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힘든 점을 주치의와 함께 공유하거나 필요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최근 대한신장학회 공식 영문학술지 Kidney Research Clinical Practice에 ‘Mental illness in patients with end-stage kidney disease in South Korea: a nationwide cohort study(국내 말기 신장질환 환자의 정신질환 : 전국 코호트 연구)’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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