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대 초반 여성입니다.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자궁경부암을 막아준다는 HPV백신을 접종했지만, 저는 대상이 아니어서 아직 접종하지 않았습니다. 또래 중에는 간혹 HPV백신을 접종한 경우도 있긴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접종을 하려고 알아보니 접종비가 비싸 부담스럽습니다. HPV는 자주 감염되고 자연히 낫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HPV백신을 접종하고 난 다음에도 2년마다 정기적으로 HPV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꼭 HPV백신을 접종해야 할까요.
대한부인종양학회 김영태(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회장의 조언
아직까지 HPV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접종할 것을 권합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에서 두 번째로 흔한 암입니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발병 원인은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 Virus) 감염입니다. 물론 HPV에 한 번 노출됐다고 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문제는 HPV에 감염됐어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냉동요법, 외과적 절제술 등으로 감염된 병변을 제거할 뿐입니다. HPV 백신 접종을 통해 선제적으로 HPV감염을 막는 것이 최선입니다. 실제 HPV 백신은 지금까지 확인된 200여 종의 HPV중에서 자궁경부암·항문암·두경부암·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HPV 감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 미국·영국·호주·프랑스·독일 등 선진국보다 다소 늦은 2016년 6월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국가 예방접종지원사업(NIP)로 접종이 확산됐습니다. 질문을 주신 분도 2003년 이전에 출생해 아쉽게 NIP 접종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HPV는 성 접촉으로 퍼지는 성매개 감염병입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감염될 수 있습니다.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만큼 HPV 백신 접종을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0대 초반이라면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 2021년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HPV 신고 건수의 47%는 20·30대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HPV 백신은 서바릭스(GSK), 가다실(MSD), 가다실9(MSD) 이렇게 3종류입니다. 각 제품마다 접종 가능 연령, 횟수, 예방 가능한 HPV 유형 등이 다릅니다. 20대 초반이라면 어떤 제품이든 접종이 가능합니다. 다만, 만 14세 이상 여성이라면 HPV백신을 3차례 접종해야 합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가다실9의 경우 만 45세까지 접종이 가능합니다. 이미 성경험으로 HPV에 노출됐더라도 아직 노출되지 않은 고위험 HPV 감염을 막을 수 있어서입니다. 만 24~45세 여성을 대상으로 가다실9의 유효성을 분석한 결과 자궁경부암·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4종류의 HPV(6·11·16·18)에서 88.7%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일부 국가에서는 HPV가 유발하는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 남아도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할 정도입니다.
여성이라면 HPV 백신 접종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HPV는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HPV백신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종류는 한정적입니다. 백신으로 막지 못하는 다른 유형의 고위험 HPV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HPV 백신 접종 전에 이미 감염된 HPV 유형은 예방하지 못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정부에서도 국가암검진 지원 사업을 통해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마다 자궁경부세포검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HPV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5월 10일)은 여성건강의 날입니다.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입니다. 만약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면 가능한 빨리 HPV백신을 접종해야 합니다. 또 자궁경부세포검사도 2년에 한 번씩 잊지 말고 받아야 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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