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보충요법, 누가 되고 누구는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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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대 궁금증] 〈8〉 여성호르몬의 건강 지표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는 시기가 폐경기입니다. 과거 여성에게 폐경은 '청춘의 종지부'와 같은 일종의 선고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여성호르몬 치료요법'을 잘만 활용하면 폐경 이후 제2의 청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과연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은 누가 언제 받는 게 좋고,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받지 말아야 할 대상은 누구일까요. 중앙일보헬스미디어가 연속 기획한 '건강 100대 궁금증' 코너에서는 건강 관련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드립니다. 여덟 번째로 여성호르몬의 건강 지표에 대해 알아봅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폐경은 난소에서 난포 성장이 멈추면서 생리가 중단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폐경 시기 전후에 난소 기능이 점차 감소하는 시기를 갱년기라고 합니다. 여성 대부분은 50세를 전후해 생리가 끊기는 폐경을 경험합니다. 난소의 기능이 멈춰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면 상황과 관계없이 얼굴이 빨개지고(안면홍조), 가슴이 두근거리며, 땀이 나며, 감정의 변화가 잦고, 우울감이 발생하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부가 노화되며, 관절에 통증이 생기며,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외음부나 질이 위축되면서 성 기능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골감소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폐경기 여성 가운데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생식기관인 난소에서 생산·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 폐경기 여성의 50%가량은 급성 여성호르몬 결핍 증상(안면홍조, 빈맥, 발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 약 20%는 심한 갱년기 증상으로 안면홍조와 함께 피로감, 불안감, 우울, 기억력 장애 등을 동반하며 밤에 수면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급성 여성호르몬 결핍 증상은 폐경을 맞기 1~2년 전부터 시작해 폐경 후 3~5년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은 폐경기의 여러 증상을 완화하고, 비뇨생식기계의 위축을 예방하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막아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골밀도가 증가해 고관절과 손목 골절은 50%, 척추 골절은 60~80%가량 줄이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이에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은 폐경 후의 골다공증을 예방하거나 피부의 탄력·두께 유지 목적으로 사용되며, 대장암·직장암 발생률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에스트로겐 단독 또는 프로게스테론 병행 사용
폐경기가 되면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해 갱년기 증상과 건강 상태에 알맞은 호르몬 치료법을 추천받는 게 좋습니다. 현재 느끼는 갱년기 증상은 뭔지, 마지막 생리일은 언제인지 문진하고 유방·혈액·자궁암 검사, 혈압 측정, 골밀도 측정 검사 등을 시행한 후 여성호르몬 치료를 선택해도 늦지 않습니다.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은 에스트로겐 단독 혹은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을 병행하는 식으로 실시합니다. 환자와 폐경 나이, 자궁 수술 여부에 따라 호르몬 성분·용량을 다르게 투여합니다. 정상적 폐경이면 증상이 심해졌을 때, 40세 전 조기 폐경이면 진단 즉시 여성호르몬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성호르몬 치료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노화를 늦출 뿐 아니라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줄여 수명 연장에도 기여합니다.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은 일반적으로 혈압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감소시킵니다. 소수의 여성에게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고혈압 환자가 여성호르몬을 사용했을 때 혈압이 상승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혈압 환자도 여성호르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호르몬 보충요법은 경구용 제제, 피부에 붙이는 패치 제제, 피부에 바르는 크림타입이 나와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할 때 사용 시 간편함이나 부작용 등을 고려해 적절한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특별히 개인차를 고려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므로 현재 자신의 상태를 고려해 사용하면 됩니다. 만약 평소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약을 매일 먹기 힘들다면 패치나 크림타입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유방암·자궁내막암 병력 있으면 피해야 

그렇다고 모든 갱년기 환자가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유방암·자궁내막암이 있었거나 있는 사람은 여성호르몬 치료 시 암이 재발하거나 더 빨리 자랄 수 있습니다. 진단되지 않은 자궁 질 출혈, 활동성 혈전 색전증, 간부전이 심한 경우, 담낭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여성호르몬 치료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여성에서 급성 호르몬 결핍 증상으로 고통을 겪을 땐 호르몬제 이외의 약물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증상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을 받기 전 고려할 점도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여성호르몬만 단독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자궁내막암 발생률이 증가하지만, 황체호르몬과 함께 사용한 경우엔 오히려 암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유방암과의 관계입니다. 기존의 여러 연구 결과를 분석하면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건 아니지만, 호르몬 치료를 5~10년간 장기적으로 받을 때 유방암 발병률이 경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하지만 여성호르몬과 유방암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부족합니다. 또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유방암은 대개 조기이며, 악성 등급이 낮아 치료 결과가 좋고 사망률도 낮은 편입니다.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 빈도는 미국 여성의 5분의 1에 불과하며, 그중 3분의 2는 폐경 전에 발생합니다. 따라서 매년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는다면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일 것이라는 단순한 우려 때문에 여성호르몬 사용을 주저할 필요는 없습니다.  

셋째, 심혈관 질환이나 혈전증을 앓은 적 있거나 이들 질환이 생길 위험이 있는 여성은 여성호르몬제를 사용하기 전에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를 시작하거나 지속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넷째, 당뇨병 같은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 특히 지질대사에 문제가 있고 고지혈증인 경우에는 여성호르몬 제제가 지질대사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주치의와 상의해 제제를 사용하는 게 권장됩니다. 

폐경 전에 인위적으로 난소를 제거한 경우, 폐경이 임박한 갱년기에 여성호르몬의 급성 결핍 증상(안면홍조·빈맥·발한 등)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이 증상 완화에 도움됩니다. 이런 호르몬 결핍 증상은 대개 1년 또는 2년 이내에 좋아지므로 그 이후로는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약물 복용 자체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을 예방할 목적으로 여성호르몬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한 골다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여성호르몬제 외에도 우수한 효과가 입증된 치료약제가 많습니다. 골다공증만 치료할 목적으로 여성호르몬제를 지속해서 사용하는 건 권장되지 않습니다.

도움말: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배재만 교수,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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