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환자인데 백내장 진단, 백내장 수술 안전하게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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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 병원] 〈8〉맞춤 치료 방향 정하고 위험도 관리 체계적인 곳

◆환자·보호자는 질병 앞에서 늘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적절한 진료과와 병원, 치료법을 결정해야 할 때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고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을 갖춘 병원에 가길 원하지만, 선별해내기가 쉽지 않죠. ‘이럴 땐 이 병원’은 이런 이들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환자·보호자 사례에 맞춰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도움되는 핵심 정보를 제공합니다.

보호자의 궁금증

아버지(66)께서 녹내장으로 현재 약을 쓰고 있는데 최근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백내장 수술이 가능한지 궁금하고, 혹시 하더라도 녹내장에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어떻게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까요.

 
의사의 한 마디
: 가톨릭대 여의도성모 안과병원 정윤혜 교수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눈 안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입니다.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이중으로 겹쳐 보이거나, 빛 번짐, 눈부심 등의 다양한 시각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노화 현상이기 때문에 50~60대 이상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백내장을 피해갈 수 없죠. 백내장이 진행돼 시력 저하와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바꿔 넣는 수술을 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점차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입니다. 백내장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도 증가하지만 백내장처럼 빈도가 높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100명 중 약 4명이 녹내장을 앓고 있습니다. 초기엔 주로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 시야부터 좁아지고 시력은 잘 유지되기 때문에 아무런 증상을 못 느끼다가 중기 이후로 진행하면서 증상을 느끼게 됩니다.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으므로 그만큼 관리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일반적으로 녹내장과 백내장은 별개의 질환이긴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선 백내장이 발생하면서 수정체가 두꺼워져 전방각이라고 하는 방수 배출로를 막아 녹내장이 합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 사례처럼 녹내장 환자에게서도 백내장 수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녹내장 환자, 특히 중기 이상으로 진행된 녹내장 환자는 치료 여부 결정에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우선 녹내장 환자는 백내장 수술에 따른 위험이 일반 환자보다 높습니다. 일반 환자도 백내장 수술 후 일시적 안압 상승이 있을 수 있는데 녹내장 환자는 그 빈도가 더 높습니다. 녹내장 환자는 일시적인 안압 상승에도 녹내장 진행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특히 말기 녹내장의 경우 아주 드물지만 실명의 위험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하면 오히려 도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 후 장기적으로 안압이 약간 떨어지는 사람이 있고 특히 전방각이 좁은 폐쇄각 녹내장 환자는 급성 녹내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백내장이 심한 경우 시야 시신경 검사와 같은 녹내장 검사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을 하면 녹내장 검사의 정확도가 더 높아지는 면도 있습니다.

녹내장 환자의 백내장 수술은 일반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반 환자보다 수술과 관련된 안압 상승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녹내장 환자의 경우 산동이 잘 안되거나, 수정체를 지지하고 있는 수정체 소대가 약한 경우가 있어 위험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녹내장 환자는 시야가 좁아져 있고 일반 환자보다 대비 감도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인공수정체 선택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런 여러 가지 득과 실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백내장·녹내장 정도 등을 고려해 상담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여의도성모병원 안과는 1967년 국내 최초 안 은행 설립 및 국내 백내장 수술을 선도해온 병원으로 녹내장·백내장 치료 시스템을 오랫동안 정립해 왔습니다. 올해 1월 ‘안과병원’으로 거듭나면서 백내장 전용 통원수술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첨단 장비를 이용한 정확한 진단과 특수 녹내장 레이저 시술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녹내장 환자가 백내장 수술을 할 때 안압이나 녹내장 손상 정도에 따라 녹내장 수술을 병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엔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이 있어 예전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 소요되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의도성모 안과병원에선 이런 모든 치료 방법 중 환자의 개별 상태에 적합한 맞춤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여러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여러 세부 전문의가 긴밀히 협력해 체계적인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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