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만지면 생기는 알레르기, 약 부작용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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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개 알레르기 대처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져 이제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4~5명 중 한명은 반려견을 키운다는 얘기인데요. 이처럼 반려견도 늘고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도 많아지면서 함께 강아지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강아지와 접촉하거나, 심한 경우 강아지가 많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강아지 알레르기 등 동물 알레르기약과 알레르기 대처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보통은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이 중에는 직접 키우고 있는 분들도 있고, 수의사, 애견 미용사 등 직업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피치 못하게 강아지와 접촉해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회피요법을 쓰기 어렵습니다. 
 

원인은 털 아닌 침·각질의 당단백질 
강아지 등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다양한 증상을 겪습니다. ▶재채기나 기침 ▶콧물, 코막힘 ▶충혈, 눈 가려움증, 결막부종 ▶피부 발진 및 두드러기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등 가벼운 증상부터 위급한 증상까지 다양하죠. 알레르기 증상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증상이 포함됩니다. 참을 만하거나 가벼운 증상도 있지만 호흡 곤란이나 아나필락시스 등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눈과 코에 오는 증상이 가장 흔하지만 여러 증상이 한꺼번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아지 알레르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털 알레르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알레르기의 원인, 즉 항원은 털 자체가 아니라 당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은 강아지의 피부 각질이나 타액(침)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털에 묻은 각질이나 침에 접촉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이게 동물로 인한 것인지 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아지로 인한 알레르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털에 묻은 꽃가루나 먼지 때문인 경우도 있습니다. 유독 다른 알레르기 유발 환경이나 계절이 아닌 강아지를 접했을 때 증상이 생긴다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원래 알레르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올 수도 있습니다. 키우는 강아지한테는 증상이 전혀 없었는데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생기는 경우가 있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생기는 경우,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괜찮았는데 키우는 도중에 생기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땐 참 당황스럽죠. 
 
일단 증상이 생기거나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면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부 반응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원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용 약물, 장기간 치료 대체로 안전 
대부분의 경우 약물치료를 통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약은 동물 알레르기라고 해서 다르진 않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 치료에 쓰이는 약과 동일합니다. 증상에 맞게 약을 쓰게 됩니다. 콧물이나 재채기 등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으면 비강 스프레이(스테로이드), 류코트리엔 수용체 차단제를 쓰기도 하고, 이를 포함해 피부 알레르기, 알레르기 결막염 등에는 기본적으로 알레르기 증상 억제에 쓰이는 먹는 항히스타민제를 쓰기도 합니다. 이들 약으로 대부분의 증상은 잘 다스려지는 편입니다. 
 
알레르기가 있는데 강아지를 직접 키우고 있거나, 직업상 계속 접촉해야 하거나, 장기간 접촉을 피할 수 없을 땐 매일, 장기간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죠. 약을 장기간 계속 써도 괜찮을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천식·비염에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몸에 흡수되자마자 분해된다 ▶항히스타민제는 장기간 사용 시 안전성이 가장 높은 약제다 ▶강한 약이 아닌 유지 치료로 사용하는 약이다 ▶증상이 없어도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부작용이 별로 없고 부작용이 생길 만큼 많은 용량을 쓰지도 않는다 등의 이유로 안전성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키우기로 한 환자의 경우, 계속 약물치료를 하면서 키운다고 합니다. 약 부작용 때문에 키우는 걸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네요. 이들 약물은 증상이 생기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다만, 부작용이 나타날 만큼 고용량을 써야 하거나 증상이 심해 전신 스테로이드 제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의사의 모니터링 하에 치료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 이들 약물 외에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알레르기 항원을 피하에 극소량부터 주입하기 시작해 조금씩 양을 늘려가면서 면역 관용이 생기도록 하는 치료입니다. 
 
그렇다고 약물 등에만 의존할 순 없겠죠. 증상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강아지 각질이나 타액이 묻기 쉬운 침구류는 자주 세탁하고 ▶강아지 목욕과 빗질은 자주 하되 ▶강아지를 만진 후에는 손 씻는 습관을 들이고 ▶헤파필터가 적용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됩니다. 그리고 이런 알레르기 증상은 항원을 접촉하는 시기가 어리면 어릴수록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아이가 어렸을 때보다는 자란 후에 키우는 것이 위험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도움말: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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