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고령 악성림프종도 표준 치료법, 첨단 시설로 완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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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혈액병원

혈액암 중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질환은 악성림프종이다. 면역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림프세포(B세포·T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발생한다. 한 해 6000여 명이 악성림프종으로 진단되며 전체 암 중 11번째로 많다.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병수 교수는 “대표적인 혈액암인데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과도하게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하지만 주요 악성림프종인 ‘미만성 큰 B세포 림프종’의 완치율은 초기엔 80%, 진행된 경우여도 50%일 정도로 항암화학요법 성적이 좋다”고 말했다.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병수 교수는 “가톨릭 혈액병원이라는 네트워크 안에서 악성림프종 치료에 대한 표준화된 진료 프로토콜을 갖고 있다”며 “이런 시스템을 적용해 환자들이 균일하게 좋은 치료 결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림프세포는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래서 림프종 진단 당시에는 이미 여러 곳에 전이된 경우가 많다. 항암화학요법은 주사나 먹는 약으로 투여되므로 전신에 작용한다. 림프종 치료에 적합하고 다행히 대부분의 림프종 아형에는 각각 최적의 항암화학요법이 확립돼 있다.

림프종 환자의 치료법을 선택할 때 큰 틀에서는 표준 치료가 확립됐지만, 연령·성별·건강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는 건 병원 시스템에 달렸다. 김 교수는 “특히 희귀한 림프종이거나 여러 번 재발한 난치성인 경우엔 교과서적인 표준 요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존의 약제를 조합해 어떻게 치료 결과를 끌어올릴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평성모병원은 글로벌 수준의 혈액 질환 치료 역량을 보유한 가톨릭 혈액병원 네트워크(은평성모병원·서울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진료와 처방, 임상연구, 병동 운영, 간호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림프종 환자에게 최신 치료 프로토콜을 도입하고 있다.

주요 악성림프종, 초기엔 완치율 80%    
2020년 6월, 은평성모병원에 30대 환자가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 왔다. 장이 파열되기 직전이었다. 응급수술 후 조직 검사를 해보니 장에 발생한 림프종이었고, 전신에 전이된 4기였다. 항암 치료 6회 후 지난해 3월에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완치했다. 김 교수는 “이 환자의 경우 여러 검사에서 암세포의 유전학적 특징상 재발 위험이 특히 높다고 예상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바로 시행했다”며 “이처럼 난도 높은 케이스의 환자여도 균일하게 좋은 치료 결과를 얻도록 혈액병원 네트워크의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정밀한 표준화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고령 악성림프종 환자도 적지 않다. 악성림프종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70세 이상의 환자가 전체의 3분의 1로, 해마다 2000명 정도 진단받는다. 고령 환자는 규정된 용량의 항암제를 견디기 어려워 항암제 양을 줄여야 하는 일이 많이 있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더 높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나 간병에 대한 부담감으로 치료를 포기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 교수는 “고령 환자에게는 항암 약물 용량을 적절히 줄이면서 항암 치료를 잘 끌고 나갈 수 있게 영양 등 여러 보존적 치료와 정서적 지지를 함께 해야 한다”며 “특히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합병증이 문제가 되므로 항암 치료 시 병원을 자주 내원하며 상태가 좋지 않으면 바로 입원 치료를 하는 등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이어도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다. 92세 환자가 편도선에 발생한 림프종으로 은평성모병원을 찾았다. 5~6㎝의 ‘미만성 큰 B세포 림프종’ 2기로 진단돼 4회 항암 치료를 받았다. 김 교수는 “처음엔 목 안 덩어리로 인해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통증이 심해 사망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었다”며 “치료를 설득하고 항암 치료를 했는데 초기인데다 최소한의 용량으로도 반응이 좋아 현재는 완치 후 식사도 원래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렴으로 내원 후 ‘미만성 큰 B세포 림프종’ 4기로 진단받은 81세 환자 역시 항암 치료 6회 후 완치해 일상으로 복귀했다.

양압·음압 병실 갖춰 감염병 즉시 대응
은평성모병원은 지난해 9월, 최신식 무균 병상(총 14병상)을 확충해 연간 200건의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인프라를 확보했다. 첨단 공조 시스템을 통해 외부 공기가 병실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양압 시스템과 내부 공기의 외부 확산을 차단해 감염병 발생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음압 시스템을 모든 병실에 설치했다. 김 교수는 “조혈모세포이식 환자들은 지속해서 무균 상태가 유지되는 병실에 오랜 기간 머물며 감염 위험성을 차단한 상태에서 이식 준비와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전용 병상이 중요하다”고 했다.

악성림프종은 최근 신약 개발이 활발한 분야다. ‘CAR-T세포’ 치료가 대표적이다. 두 번 이상 재발한 ‘미만성 큰 B세포 림프종’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지만, 제조와 투여에 소요되는 시간(2~3개월)과 비용(약 5억원)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김 교수는 “고가 신약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그만한 재정을 림프종 치료에 지출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그때까지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비롯해 현재 가용한 치료법을 최대한 이용해 악성림프종 환자의 완전관해율(치료 후 검사에서 림프종 흔적이 안 보이는 것)을 높이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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