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질환, 언제 보존·수술 치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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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디스크와 요추, 척추관협착증은 약물·물리 치료로 호전

척추질환은 현대인들의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이들이 겪는 질병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최두용 교수의 도움말로 척추질환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1. 추간판탈출증,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상당수 호전
대표적인 척추질환에는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있다. 추간판탈출증은 일명 ‘디스크’로 부르는 질환이다. 추간판의 가장자리에는 질긴 섬유륜이, 가운데에는 연한 젤리와 같은 수핵이 있는데, 퇴행하거나 외상을 입으면 섬유륜이 손상되고 수핵이 섬유륜 틈새로 빠져나와 인접한 신경을 압박한다.

신경 증상이 심하지 않은 추간판탈출증은 대부분 수술적 치료 없이 증상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자연 치유되기도 하고,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이른바 ‘보존적 치료’로도 상당수에서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이들 치료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면 경막외 주사 또는 신경근 차단술 등 주사요법을 시도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나 주사요법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할 때 또는 통증뿐 아니라 사지 근력이 약화할 때 고려한다.

요추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세수술현미경이나 내시경 등을 이용해 탈출한 추간판만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경추는 해당 마디의 추간판 전체를 제거하는 동시에 두 개의 척추를 하나로 유합시키는 척추 유합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공디스크를 이용해 척추 움직임을 보존하는 수술법도 많이 이용된다. 또 경추 수술에도 내시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2. 척추관협착증·요추는 보존 치료, 경추는 수술 권장
척추나 주변의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뼈의 일부가 자라고 인대가 두꺼워지게 된다. 이로 인해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그 안의 신경을 압박하게 되는데, 이를 척추관협착증이라고 한다.

허리에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요추 4번과 5번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부위는 다행히 중추신경인 척수는 없고 말초신경다발만 존재해 압박의 정도가 심해도 환자는 증상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척추관협착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이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척추관협착증을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약물치료나 신경 차단술과 같은 주사치료를 통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도한 다음, 통증 감소의 효과가 없거나 하지 마비, 보행 장애가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반면 경추에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은 ‘경추 척추증성 척수증’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경추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척추관 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경추 척추관협착증은 척수를 직접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최두용 교수는 “심한 경추 척추관협착증은 척수신경의 압박이나 손상으로 인해 손이나 팔의 근력 약화와 함께 섬세한 손가락 놀림이 어려워지고 하지의 균형감각 소실과 보행 장애 등 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사례가 많다”며 “보존적 치료로는 질환의 악화를 막기 힘들고, 한 번 신경이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 만큼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3. 척추전위증, 뼈 미끄러짐 정도 따라 치료법 달라 

척추전위증은 인접한 척추체의 정렬이 어긋나면서 하나의 추체가 인접 추체보다 앞(전방전위) 또는 뒤(후방전위)로 전위되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가 밀려 나간다고 해서 ‘척추 미끄럼증’ 혹은 ‘척추탈위증’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천적으로 관절돌기가 손상돼 있거나 외상 또는 척추의 퇴행으로 상하 척추 연결부가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노화가 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노년층과 50~60대 여성에게 많이 생기지만 최근에는 오래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요추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을 호소하고, 심할 경우 엉덩이나 하지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진단은 주로 X선을 통해 뼈가 얼마나 미끄러져 있는지를 살펴보고 진단한다. '메이어딩 그레이드(Mayerding's Grade)’라는 방법을 통해 밀려 나간 척추뼈 아래에 있는 척추뼈의 상위면을 4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각 등급별로 얼마나 밀려 나갔는지를 평가한다. 50% 미만인 2단계까지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관절의 불안정성이 동반된 경우 등에는 증상에 따라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4. 바른 자세가 곧 예방, 1주일 3회 이상 40~50분 걷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척추외과 의사 나켐슨(Nachemson)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바른 자세로만 앉아도 척추와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대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앉은 자세는 엉덩이가 등받이에 밀착되도록 의자 깊숙이 앉으며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구부린 무릎의 각도는 90°를 유지한다. 앉을 때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은 허리에 최고의 적이다. 오랜 시간 다리를 꼬는 습관은 허리와 골반 주변에 통증을 유발하고 척추 변형까지 가져올 수 있다.

잠자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 엉덩이가 가라앉는 정도가 약 1~2㎝ 되는 탄탄한 침구를 사용하고, 베개는 누웠을 때 어깨 위 목 높이 정도의 낮고 푹신한 것을 선택하되, 머리와 어깨까지 받쳐줄 수 있는 것이 목과 허리에 부담을 줄인다. 무엇보다 몸을 자주 움직이고 걷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척추나 허리 강화에 도움을 주는 걷기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40~50분씩 약간 빠르게 걷는 정도를 추천한다.

최두용 교수는 “올바른 생활습관과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척추 관절 주변 근력을 강화하고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며 “평소 바른 자세로 척추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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