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 안과 최지호 교수 연구팀은 MSD의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 접종 후 안면 대상포진이 발병한 증례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60세 남성은 왼쪽 팔에 약독화 생백신인 조스타박스를 예방접종한 후 4일째부터 왼쪽 눈·이마에 물집성 발적이 나타났다. 5일째에는 개인의원에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했지만 이틀 후 열이 나고 두통이 심해져 코 끝과 얼굴·입천장까지 물집이 번져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내원 당시 시력은 오른쪽 1.0, 왼쪽 1.0 이었고 왼쪽 안면부와 눈 주위, 코 끝에 물집이 있는 허친슨 징후가 관찰됐다. 눈 통증은 없지만 눈물이 계속 난다고 호소했다. 세미등현미경검사에서 왼쪽 눈에 결막부종 및 충혈이 있었고, 각막에 작은 모양상피병증과 7시, 10시 방향의 각막 주변부에 거짓가지모양 병변을 확인했다. 전방염증은 없었다.
이후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고, 입원 2일 째 뇌수막염바이러스검사(PCR) 에서 대상포진 바이러스 DNA 양성으로 대상포진뇌막염으로 진단됐다. 아시클리버 성분의 항바이러스 약을 하루 3회씩 14일동안 정맥주사했고, 눈에는 0.15% 간시클로비르 성분의 점안액을 하루 5회, 1.5%레보플록사진 점안액을 하루 4회, 브롬페낙 성분 점안액을 하루 3회 점안했다. 치료 3일 후 거짓가지모양 병변은 감소했고 결막부종도 완화됐다. 안면 대상포진 발생 후 6개월까지 피부 통증과 이상감각은 남아있었지만 눈 충혈이나 재발 소견은 없었다. 연구팀은 “조스타박스접종 후 눈과 얼굴에 대상포진이 활성화되고 동시에 수막염이 발생한 국내 최초 보고”라고 강조했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이 발생한 사례는 이전부터 보고됐다. 미국에서 55세 여성이 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35일 째 각막기질염이, 63세 남성이 접종 16일째 각막포도막염이 발생했다. 캐나다에서도 67세 여성이 접종 2주째부터 각막염색이 시작돼 3개월 후 각막이 얇아지다 결국 천공돼 전층각막이식술을 받았고, 조스타박스 접종 후 급성망막괴사 갑생한 증례도 2건이나 된다.
일반적으로 조스타박스 접종 후 눈 대상포진이 발병하는 이유는 각막 기질에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DNA 항원에 대한 세포면역반응과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조스타박스에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1만 9400PFU(plaque-forming units)가량 함유돼 있다. 수두 백신보다 14배 이상 많다.
다만 연구팀은 이 남성의 경우에는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 재활성화한 것인지, 백신에서 유래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어릴 적 수두를 앓은 병력이 없고 수두 백신도 접종하지 않았다면 항체 검사 음성 확인 후 대상포진 백신이 아닌 수두 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최소 4~6주는 대상포진 발생 및 합병증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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