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피부 발진 돋는다면 이것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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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 조스타박스 접종 후 국내 첫 재활성화 사례 보고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후 오히려 안면 대상포진이 발병했다는 국내 증례가 보고됐다. 해외에서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이 재활성화했다는 사례가 보고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를 일으킨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붉은 반점과 물집이 돋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수두와 동일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전북대병원 안과 최지호 교수 연구팀은 MSD의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 접종 후 안면 대상포진이 발병한 증례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60세 남성은 왼쪽 팔에 약독화 생백신인 조스타박스를 예방접종한 후 4일째부터 왼쪽 눈·이마에 물집성 발적이 나타났다. 5일째에는 개인의원에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했지만 이틀 후 열이 나고 두통이 심해져 코 끝과 얼굴·입천장까지 물집이 번져 응급실을 찾았다. 

첫 방문 시 왼쪽 눈의 세극등 사진. (A) 결막 부종과 충혈이 관찰됐다. (B) 말초 각막에서 각막병변이 확인됐다.

이 남성은 고혈압·고지혈증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고 6년 전 갑상샘유두모양암으로 진단받고 수술 후 완치돼 갑상샘호르몬 약을 복용 중이었다. 초등학교 때 정확히 수두로 진단받은 것은 아니지만 원형발적이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내원 당시 시력은 오른쪽 1.0, 왼쪽 1.0 이었고 왼쪽 안면부와 눈 주위, 코 끝에 물집이 있는 허친슨 징후가 관찰됐다. 눈 통증은 없지만 눈물이 계속 난다고 호소했다. 세미등현미경검사에서 왼쪽 눈에 결막부종 및 충혈이 있었고, 각막에 작은 모양상피병증과 7시, 10시 방향의 각막 주변부에 거짓가지모양 병변을 확인했다. 전방염증은 없었다.

이후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고, 입원 2일 째 뇌수막염바이러스검사(PCR) 에서 대상포진 바이러스 DNA 양성으로 대상포진뇌막염으로 진단됐다. 아시클리버 성분의 항바이러스 약을 하루 3회씩 14일동안 정맥주사했고, 눈에는 0.15% 간시클로비르 성분의 점안액을 하루 5회, 1.5%레보플록사진 점안액을 하루 4회, 브롬페낙 성분 점안액을 하루 3회 점안했다. 치료 3일 후 거짓가지모양 병변은 감소했고 결막부종도 완화됐다. 안면 대상포진 발생 후 6개월까지 피부 통증과 이상감각은 남아있었지만 눈 충혈이나 재발 소견은 없었다. 연구팀은 “조스타박스접종 후 눈과 얼굴에 대상포진이 활성화되고 동시에 수막염이 발생한 국내 최초 보고”라고 강조했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이 발생한 사례는 이전부터 보고됐다. 미국에서 55세 여성이 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35일 째 각막기질염이, 63세 남성이 접종 16일째 각막포도막염이 발생했다. 캐나다에서도 67세 여성이 접종 2주째부터 각막염색이 시작돼 3개월 후 각막이 얇아지다 결국 천공돼 전층각막이식술을 받았고, 조스타박스 접종 후 급성망막괴사 갑생한 증례도 2건이나 된다. 

일반적으로 조스타박스 접종 후 눈 대상포진이 발병하는 이유는 각막 기질에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DNA 항원에 대한 세포면역반응과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조스타박스에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1만 9400PFU(plaque-forming units)가량 함유돼 있다. 수두 백신보다 14배 이상 많다.  

다만 연구팀은 이 남성의 경우에는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 재활성화한 것인지, 백신에서 유래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어릴 적 수두를 앓은 병력이 없고 수두 백신도 접종하지 않았다면 항체 검사 음성 확인 후 대상포진 백신이 아닌 수두 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대상포진 백신 접종 후 최소 4~6주는 대상포진 발생 및 합병증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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