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지방간, 최첨단 초음파 기술로 ‘뚝딱’ 진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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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인 중앙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최병인 중앙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데 간 질환이 생겼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환자를 진료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만난다.

간(肝)은 몸에서 가장 큰 단일 기관이고 여러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선 간은 내·외부의 유해물질을 해독·살균한다. 또 담즙의 생성·분비, 탄수화물·아미노산·단백질·지방 등 주요 영양분의 대사, 비타민·미네랄 대사, 호르몬 대사 등 다수의 대사작용을 맡는다. 면역·조혈 기능도 있다. 간은 매일 손상·재생을 반복하는 것에 스스로 익숙한 장기이며, 통각 수용기가 없어서 70% 이상이 손상되더라도 특별한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간을 ‘침묵의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간은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지만 간 기능의 허용 범위를 넘으면 환자가 증상을 느끼게 된다. 간 질환이나 간암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과거 간염의 병력이 없고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는 환자 상당수는 간 건강을 자신했다가 이 같은 결과에 더욱 놀라기도 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간 질환 중 하나인 지방간에 걸릴 수 있다. 이를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이라 하며, 요즘엔 술로 인한 지방간보다 발생 빈도가 더 높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 내 세포에 중성지방이 5% 이상 생긴 것으로,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는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간에 지방이 과다하게 쌓이면서 발생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악화하면 간세포 괴사와 염증 반응이 동반된 지방간염이 생기고 동시에 간이 굳고 결절이 형성되면서 간경변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유병률은 20~30%로 추정된다. 서구화한 식생활과 생활습관,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당뇨병의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유병률은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간 건강 관리의 기본은 예방이다. 건강검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최근에는 의학, 특히 초음파 같은 영상기술의 발달로 더 편리하게 검사받을 수 있게 됐다. 필자가 간 초음파 진료를 하다가 환자에게 “지방간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저는 술도 안 마시는데요”하는 분이 많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처럼 알코올이 원인이 아닌, 비만·당뇨병 같은 원인으로 인한 지방간은 간 섬유화나 염증이 동반될 경우 더 심각한 간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률이 높다. 이 때문에 조기 지방간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비알코올 지방간염은 단순 지방간과 달리 간이 딱딱해져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치료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게 강조된다.

지방간염을 감별하는 데 필수적인 간 조직검사는 검사 비용이 비싸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어 쉽게 시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에 최근엔 초음파를 이용한 ‘어테뉴에이션 이미징(Attenuation Imaging, 초음파 감쇄 영상을 이용한 지방간 정량검사)’ 등 비침습적인 방법이 발달했다. 그 덕분에 환자는 이전보다 더 간단하고 빠르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은 지방간증 같은 초기 지방간 환자에 대한 진단율이 높다.
 

최병인 중앙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초음파를 이용한 비침습적 검사 방식인 '어테뉴에이션 이미징'으로 으로 환자의 지방간을 진단하고 있다. 

‘어테뉴에이션 이미징’은 간 내 초음파의 감쇄 계수를 측정해 지방간을 정량화하는 기술이다. 간 섬유화 스캔 검사와 병행 측정해 초음파 감쇄를 수치화하는 검사보다 훨씬 간단하고 신속하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소프트웨어 실행 버튼 하나로 간 내 초음파 빔이 감쇄하는 정도가 색깔로 나타나고, 영상을 고정(프리즈)하면 감쇄 계수 값이 수치로 나온다. 이로써 지방간의 정도를 색깔로 시각화하고 지방간 등급에 따라 수치화할 수 있다.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해서 간 건강을 안심할 수는 없다. 간 건강 관리를 위한 새로운 기술로 이전보다 더 편리하게 검사를 할 수 있으니 전문의와 정기적인 검사로 예방하는 게 건강한 간을 유지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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