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동상엔 온수에 담그고 연고 발라 빨리 진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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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동상 치료제 바로 알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최근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스키장으로 떠나거나 겨울 산행을 나서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맹추위 속 따라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동상’이죠. 많은 사람은 동상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 동상인지 모르거나, 동상 부위를 전기장판에 대거나 난로 앞에 쬐는 등 잘못된 대처로 화를 키웁니다. 초기 대처만 잘해도 동상의 병변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 동상에서 적절한 대처와 함께 동상 치료제를 병용하면 동상의 ‘불씨’를 끄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올 겨울 야외 스포츠를 즐기기 전 동상 치료제를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동상의 증상·대처법과 동상 단계별 권장되는 동상 치료제에 대해 알아봅니다.    

 

동상은 신체 일부가 -2도 이하의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피부조직이 얼고 국소부위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한랭 질환입니다. 피부 온도가 0도가 되면 혈관 속에 얼음 결정이 생기기 시작하며, 피부 온도가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혈류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조직이 손상되는 등 피부 온도와 얼어있던 시간에 따라 증상이 다릅니다. 동상이 잘 나타나는 부위는 귀·코·볼(뺨)·손가락·발가락입니다. 그 이유는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바깥에 위치한 이들 부위가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기 쉬운 데다, 신체의 말단부위여서 혈류순환의 장애에 비교적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동상은 혈액 공급 장애를 초래하는 만큼 당뇨병, 레이노드 증후군,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같은 혈관질환 환자 어린이·노인이 건강한 성인보다 혈관이 취약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상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구분
동상은 증상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분류합니다. 가장 약한 단계인 '1도 동상'은 피부의 부분 결빙으로 홍반, 경미한 부종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동상이 발병하고 수일 후 피부의 표피가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화끈거리고 욱신욱신 쑤시기도 합니다. '2도 동상'은 피부의 전층 결빙으로 심한 부종, 홍반이 나타나며 물집이 생겨납니다. 물집은 24시간 안에 손상 부위의 끝으로 확산하며, 수일 후 상피가 벗겨지면서 단단하고 검은 가피가 형성됩니다. 저리고 욱신욱신 쑤시는 통증을 동반합니다. '3도 동상'은 손상이 피하로 확장한 것으로, 출혈성 물집이 형성되고 피부 일부가 괴사해 피부색이 잿빛으로 변합니다. 환자는 흔히 '손상 부위가 나무토막처럼 느껴지고 뒤이어 화끈거리고 욱신거린다'고들 호소합니다. 가장 심한 단계인 '4도 동상'은 손상이 피하조직·근육·뼈·인대에까지 확장한 것으로, 부종이 거의 없고 피부색이 얼룩덜룩합니다. 검고 두꺼운 가피가 형성되며 심한 관절통이 동반되는데 예후가 불량합니다.

 

이들 네 단계 중 자가치료가 가능한 단계는 1도 동상에 한합니다. 하지만 1도 동상이라 해도 통증이 심하거나 상처 관리가 어려울 경우 병원(응급의학과·피부과 등)을 찾는 게 권고됩니다. 2~4도 동상의 경우엔 해당 부위를 고정한 후 병원에 즉시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동상의 급성기 치료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피부 감염·손상을 막기 위한 드레싱, 경우에 따라서는 예방적 항생제 치료, 항생제 연고 치료가 병원에서 시행됩니다.  
 
동상 치료의 기본 원리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얼어버린 연조직을 녹여주는 것입니다. 초기 대처가 치료의 첫 단계일 수 있습니다. 특히 1도 동상이 의심될 때 '급속 재가온법'을 빠르게 시행해 자가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급속 재가온법이란, 동상에 걸린 부위의 옷·신발 등을 벗긴 다음, 해당 동상 부위를 38~42도의 따뜻한 물에 담근 채 피부가 말랑말랑해지고 홍조가 생길 때까지 30분 이상 녹여주는 방법입니다. 온도계가 없어 온도를 측정할 수 없다면 대중목욕탕의 온탕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보통 온탕은 사람의 체온보다 약간 높은 38~40도이며, 열탕은 42~43도로 유지됩니다. 열탕만큼, 또는 열탕보다 더 뜨거운 물은 너무 높으므로 온도를 더 낮추도록 합니다. 물·수조 등이 없어 급속 재가온법을 실시하기 어려울 때는 체온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동상을 입는 부위는 손가락인데, 겨드랑이 안에 손가락을 넣어 체온으로 손가락 온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만약 어떤 처치도 하기 어렵다면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응급 처치를 시행하는 게 안전합니다.    
 

초기엔 바르고 먹는 약으로 자가 치료 가능
 
이 같은 방법으로 대처하면서 약국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동상 치료제를 사용하면 동상을 초기에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습니다. 초기 동상의 치료에 사용되는 일반의약품은 섭취하는 연질캡슐과 피부에 바르는 형태의 연고로 나와 있으며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혈액 순환제, 피부 발적제, 자극성 피부염 치료제, 보습제, 생약 성분 복합제가 그것입니다.  
 
혈액 순환제는 말초부위의 혈액순환을 돕는 목적으로 비타민E인 토코페롤이 피부의 세포 재생을 도우며 주로 연질캡슐 형태로 나와 있습니다. 피부 발적제는 'DL-캄파'라는 성분이 신경 말단을 자극해 통증·가려움을 완화하고 국소 혈류를 늘려줍니다. 자극성 피부염 치료제는 감초 유래 성분인 에녹솔론, 글리시리진산 등 성분이 염증 조절 물질인 PGE-2와 PGF-2-alpha를 대사하는 효소를 억제하고, 체내에서 항염 작용을 하는 코르티솔을 활성화하는 원리입니다. 보습제는 글리세린 성분이 피부 보호막 성분을 채워 이차적인 외부 자극으로부터 동상 병변의 피부를 보호합니다. 생약 성분 복합제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피부 재생에 도움되는 당귀, 가려움증 감소에 도움되는 지근 등 생약 성분을 주원료로 합니다. 이들 중 혈액 순환제를 제외하고 연고 형태로 출시돼 있습니다.  
 

2도 이상의 동상에서는 의사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주로 전문의약품이 사용됩니다. 상처와 전신 상태에 따라 예방적 항생제, 강한 진통제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크게는 항염·진통을 위한 소염진통제, 강한 진통 효과를 내는 마약성 진통제, 세균의 증식성장을 억제해 상처의 2차 감염을 막거나 치료하는 항생제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땀·눈에 젖은 장갑은 바꾸고 난로는 피해야    
동상은 당연히 막는 게 최선이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장갑, 두꺼운 양말 등을 착용하며, 손·발에 땀이 많이 나는 어린이의 경우 땀이 기화하면서 열을 뺏어갈 수 있어 방한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너무 꼭 끼는 신발·장갑을 착용하면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땀·눈에 젖은 양말이나 장갑·신발은 가능한 한 빨리 바꿔줍니다. 야외에 설치된 차가운 금속 운동기구를 맨손으로 만지거나 장갑 없이 눈싸움을 즐기는 건 피합니다. 이 밖에도 수시로 손·발 마사지나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해 혈액순환을 돕고,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비타민·단백질 식단을 챙기는 것도 동상 예방에 도움됩니다.  

전기장판에 동상 부위를 직접 대는 건 피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전기장판이 닿는 동상 부위의 면적이 온수를 이용할 때보다는 균일하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동상 부위를 모두 균일하게 감쌀 수 있는 욕조의 물에 비해 전기장판은 동상 부위에 면으로 접촉하게 되는 데다, 치료 과정 중 몸을 움직이면 접촉면이 불규칙해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전기장판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전기장판의 온도를 세밀하게 조정하기도 힘들뿐더러 전기장판의 이불, 외부 공기의 노출로 인해 온도가 미세하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몸을 녹이겠다고 해서 불·난로 앞에 몸을 쬐는 것도 금물입니다. 동상을 입은 피부는 말초신경이 일시적으로 마비·손상돼 정상일 때보다 온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온도의 불·난로에 닿으면 화상 위험과 함께 이차적인 손상 가능성이 커지므로 피해야 합니다. 또 동상으로 인해 물집이 생겼다면 터트리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물집이 터지면 이차적인 피부 감염 위험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도움말: 김정은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 서현민 한양대구리병원 피부과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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