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만든 수술 가이드, 대동맥류 수술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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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혈관 질환 치료법

대동맥류는 대동맥 벽이 약해지며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지는 중증 질환이다. 증상이 모호해 조기 발견이 어려운데 파열될 경우 급사할 수 있다. 흉부와 복부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대동맥류(흉복부 대동맥류)는 발생 부위를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대동맥 재건수술(인조혈관 치환술)로 치료한다. 주요 장기와 조직의 혈액량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 심폐기를 가동하고 수술 시간도 평균 15~20시간으로 매우 길다. 사망률과 영구적 합병증 발생 빈도도 높아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

기존에는 수술 준비 과정에서 인조 혈관을 재건하고 수술 시 바로 교체하는 순서로 대동맥 재건수술이 진행됐다. 사전에 인조혈관을 제작하면 동맥 위치와 각도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흉복부 대동맥류 재건 수술에서 내장 동맥과 분절 동맥들을 잇는 과정에 어려움이 컸다. 의사가 맨눈으로 인조 혈관을 직접 재단·가공하는 만큼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최근 연구되는 기술이 3D 프린터를 이용한 ‘수술 가이드’다. 초기에 형상만 보여주던 데서 이제는 전체 혈관과 주요 분지를 시각·촉각으로 모두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 가이드도 출시되고 있다. 
 

애니메디솔루션의 대동맥 재건 수술 가이드 모습. 

효과는 강력하다. 최근 애니메디솔루션과 서울아산병원은 CT 영상을 참조해 의사가 인조혈관을 제작하는 일반 방식과 수술 가이드(MBT), 개선된 수술 가이드(GBT)를 적용한 뒤 유효성과 효율성을 평가해 결과를 SCI급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총 15건의 임상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복강동맥과 분절 동맥과의 거리를 측정했을 때 의사의 감각에만 의존한 기존의 방법은 약 9mm의 오차가 발생했지만 MBT와 GBT는 모두 1~2mm 수준으로 오차가 크게 줄었다. 인조혈관 제작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방법은 약 18분이 걸린 반면 MBT와 GBT는 약 1분~3분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 대동맥 재건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를 대상으로 수술 만족도와 유용성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도 MBT·GBT는 5점 만점에 평균 4.58점으로 기존 방법(평균 1.56점)을 월등히 앞섰다. 

에니메디솔루션 관계자는 “MBT와 GBT 두 가지 방법 모두 어려운 대동맥 재건 수술에서 유용한 개인 맞춤형 접근을 제공하는 기술”이라며 “결과적으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환자 맞춤형 가이드가 효과적으로 인조혈관 제작 시간을 단축시키고 정확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에도 두 기관은 초고난도 흉복부 대동맥류 환자를 대상으로 3D 프린터를 활용한 수술 가이드를 적용한 결과 사망 환자는 한 명도 없었고 95%에서 영구적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미국흉부외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를 보면 수술 시간은 평균 7시간으로 일반적인 수술 방식보다 절반 이상 단축됐으며 수술 중 인공 심폐기를 가동해야 하는 시간도 수십 분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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