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라 스테로이드 부담스럽다면 피부 보습력 높이는 프로비타민 B5 연고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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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인터뷰] 이화사랑피부과 우승만 원장

춥고 건조한 겨울은 피부 자극이 심해지는 시기다. 건조한 공기가 피부 속 수분을 빼앗아 피부 표면이 갈라지고 각질이 일어나 거칠어지면서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아토피 피부염, 습진, 접촉성 피부염 등으로 피부 장벽이 약해져 있다면 피부 보습에 더 신경써야 한다. 피부 염증으로 민감해진 피부는 작은 자극에도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극심한 가려움증은 물론 피부 발진, 진물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피부가 깨끗하지 않아 남의 시선을 더 의식하면서 심리적 고통도 심하다. 이화사랑피부과 우승만(사진) 원장에게 아토피 피부염, 습진 등의 일상적 관리에 대해 들었다. 

Q1.가려워도 피부를 긁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알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이해한다. 아토피 피부염, 습진 등으로 피부 염증이 있다면 피부 가려움증이 더 심해진다. 요즘 같이 건조할 땐 무의식적으로 피가 날 때까지 긁기도 한다. 피부는 긁으면 긁을수록 더 가렵다. 손톱을 세워 긁다가 강한 자극에 피부가 덧나 염증으로 붉게 변하고 부풀어 오르거나 진물이 나면서 피부 상태가 나빠진다. 만성적 피부 염증으로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거칠어지는 태선화도 겪는다. 특히 같은 자리를 계속 긁으면 결국 피부 색이 변하고 흉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피부를 보호하는 피부 장벽 손상도 빨라진다. 사실 가려움증은 참기 어럽다. 긁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 순간 긁는 자신을 발견한다. 긁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 피부 보습 등으로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처치가 필요하다.”

Q2. 피부 염증이 심할 땐 어떻게 관리하나.
“환자 개개인의 피부 상태에 따라 다르다. 피부 염증이 생긴 범위가 전신으로 넓을 땐 현실적으로 스테로이드 사용이 어렵다. 스테로이드는 양날의 검이다. 강력한 항염증 작용으로 피부 증상을 빠르게 개선한다. 하지만 고강도로 장기간 쓰면 피부가 붉어지는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스테로이드는 필요한 부위에 필요한 만큼만 써야 한다. 바르면 낫는다고 오남용하는 것도 극단적으로 꺼리는 것도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스테로이드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피부 장벽을 개선해 피부 보습력을 높이는 덱스판테놀(프로비타민 B5) 성분이 함유된 비판텐 연고 등을 권한다. 개원가라 중증도가 낮고 피부 병변이 넓게 퍼져 있어 스테로이드 사용이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서다. 가렵고 건조한 피부 증상을 완화하는데 긍정적이다. 스테로이드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Q3. 만 2세 미만 영유아는 스테로이드 사용이 제한돼 있는데.
“그렇다. 스테로이드는 피부 각질층의 두께 및 혈관 공급량에 따라 약물의 투과량, 흡수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유소아는 체중에 비해 체표면적이 넓고 피부 각질층이 얇아 약물 투과율이 높다. 만약 기저귀를 차는 부위에 피부 염증이 생겨 약을 바른다면 밀봉 효과로 약물 흡수량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저귀 발진 등 가벼운 피부 염증에는 스테로이드 대신 피부 보습 효과가 우수한 덱스판테놀 성분의 연고로도 충분하다.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사용한다면 스테로이드 강도가 약한 제제를 밀봉 없이 짧게 사용한다.” 

Q4. 피부 보습이 왜 중요한가.
“급성이든 만성이든 피부 염증 치료의 기본은 보습이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습진 등을 앓고 있다면 피부 장벽 유지가 어려워 피부가 거칠고 건조해진다. 특히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피부 장벽 기능이 손상된다. 피부 보습에 신경쓰는 이유다. 망가졌던 피부 장벽이 회복되면서 피부염 증상도 완화된다. 

사실 피부 증상이 가벼운 사람은 보습제만 꾸준히 발라도 좋아진다. 보습 효과,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땐 묽은 크림보다는 쫀쫀한 연고형 보습제가 낫다. 더 오랫동안 보습력이 유지된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물론 염증으로 민감해진 피부에 자극이 될 수도 있는 방부제·향료·색소 등이 첨가돼 있지 않다. 피부 염증이 생겼을 때 피부가 연약한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사용할 수 있다. 투약 순응도도 높다. 약처럼 생각해 더 꾸준히 잘 바른다. 당연히 치료 결과가 좋을 수 밖에 없다. 다만 피부 병변이 넓다면 보험 적용이 되는 보습제를 처방한다.”

Q5. 치료 효과는 어떤가.
“임상적으로도 입증됐다.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덱스판테놀 성분의 연고(비판텐)를 4주 동안 꾸준히 바르게 했더니 가려움증, 피부 붉어짐 등 피부 염증 증상이 30%가량 개선됐다. 이는 영유아에게 주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치료제인 1%하이드로코티손 연고와 동등한 개선 효과다. 이 외에도 피부 각질층의 수분 증발을 억제해 피부 건조증을 완화하는 등 피부 장벽 회복에 도움을 준다. 가성비가 좋은 약이다.

덱스판테놀 성분의 연고는 재발이 잦은 피부염에 특히 좋다. 피부 염증이 생겼을 때마다 반복해 스테로이드를 쓰면 피부 장벽이 약해지면서 피부 상태가 나빠진다. 가급적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적용해봤는데 긍정적이었다. 아침에 스테로이드를 바르고 자기 전엔 비판텐을 바르는 식이다. 비판텐의 덱스판테놀 성분이 피부에 빠르게 흡수돼 피부 속 수분을 지키는 방식으로 손상된 피부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 또 파라핀·라놀린·아몬드오일 등 부형제도 중요하다.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도우면서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덱스판테놀의 치료 효과를 돕는다.”

Q6.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피부 가려움증이 심하다면 스스로 해결하려기보다는 피부과 병의원을 찾길 바란다. 가렵다고 무작정 스테로이드를 쓰거나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다 피부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처음부터 잘 치료하면 금방 나을 수 있는데 안타깝다. 피부 가려움증은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다. 단순히 피부가 건조해 가려운 것일 수도 있지만 아토피 피부염, 습진 등 피부 염증이 원인일 수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각 질환마다 치료법이 다르다. 제대로 감별해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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