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이 불러온 질병, 다제내성 결핵이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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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브프렐라 3제 병용요법으로 치료 성공률 높여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염려하는 보건 위기는 항생제 내성이다. 항생제는 결핵·폐렴·수막염·패혈증 등을 유발하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이다. 하지만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로 단순한 상처에도 초기 치료에 실패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한국은 항생제 사용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11월 18~24일)을 맞아 항생제 내성 위험성과 슈퍼버그가 불러온 질환 등에 대해 알아봤다.

슈퍼버그는 항생제가 만든 괴물이다. 잦은 항생제 사용으로 세균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변화를 통해 내성을 갖추면서 무력화시킨다. 이렇게 살아남은 세균이 증식하면서 다른 세균에게 행생제 내성 능력을 전파한다. 결국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생긴다. 결국 간단한 상처도 약이 듣지 않아 치료가 어려워진다.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항생제 사용량 많아
한국은 OECD 국가 중 그리스·터키에 이어 세 번째로 항생제를 많이 쓰는 국가다. 국내에서는 하루 인구 1000명당 26.1명이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매일 전국민의 2.61%는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영유아는 더 심하다. 한국을 포함한 독일·이탈리아·노르웨이·미국 등 총 6개국의 영유아 항생제 처방 실태를 비교했더니 한국의 항생제 처방량이 가장 높았다. 국내 평균 항생제 소비량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불완전한 항생제 치료다. 항생제 치료 후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 복용을 끊는 것이다. 결국 병이 재발하면 다시 항생제 치료를 반복하면서 강력한 슈퍼버그가 생길 수 있다. 결핵이 대표적이다. 사실 결핵은 한국인을 끈질기게 위협하는 병이다. 예전에 비해 위생·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결핵에 걸리는 사람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만 매년 2만 여명 이상이 새로 결핵으로 진단받는다. 최근엔 항생제 내성으로 초기 치료에 실패하면서 어지간한 결핵약으로는 치료가 안 되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제내성 결핵이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처음부터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됐을 때다. 일반적으로 결핵 치료에 쓰이는 이소니아지드·라팜피신 등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 치료약에 내성이 있는 상태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결핵에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할 때 균이 침에 섞여 호흡기로 침투한다. 다제내성 결핵균이 만연하게 퍼지면서 처음부터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획득 내성이다. 사실 한국인 3명 중 1명은 몸에 결핵균을 가지고 있는 잠복 결핵 환자다. 특히 고령층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 결핵약은 정해진 기간 동안 철저한 약 복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핵 약물치료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결핵균은 다른 균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려 치료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길다. 여기다 먹어야 하는 약 종류·갯수도 많다. 한 번에 10~15알씩 먹어야 한다. 다량의 약을 장기간 먹다보니 속이 미식거리거나 기침·고열 등 부작용으로 약을 먹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증상이 나아졌다고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약을 먹으면서 내성이 생긴다. 결국 다제내성 결핵으로 진행할 수 있다. 결핵이 재발해 증상이 악화했을 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2019년 국내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발생률은 전 세계 4위다. 2011~2020년 연 평균 약 800여명이 발생했다. 특히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5%는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으로 추정된다. 

점점 심각해지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 가능성 제시
안타깝게도 여러 약에 내성을 가진 결핵 환자에게 쓸 수 있는 다제내성 결핵약은 많지 않다. 다행히 최근 새로운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인 ‘도브프렐라’(성분명 프레토마니드)가 등장했다. 비아트리스 코리아에서 야심차게 도입한 첫 신약이다. 

각종 임상연구 NIX-TB에 따르면 프레토마니드, 베다퀼린, 리네졸리드 3종 병용요법인 BPaL 요법으로 치료를 완료 후 6개월 뒤 검사를 실시한 결과, 다제내성결핵 환자군과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환자군 90%에서 성공적인 치료반응을 보였다. 현재 국내 다제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은 64.7% 수준인 점을 감안했을 때 기존 다제내성결핵 및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의 치료기간과 반응면에서 모두 고무적인 결과라는 평가다. 

비아트리스 코리아 마케팅 총괄 임현정 전무는 “항생제 내성 등으로 다제내성 결핵에 걸리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별로 없어 점점 치료가 어려워진다”며 “새로운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가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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