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낮은 간암, 10년만의 신약도 '그림의 떡'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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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암 '간암' 환자 고통만 가중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신경세포가 적어 70~80%가 손상돼야 통증 등의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 병원을 찾은 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암이 이미 악화된 3기 이상으로 진단받는다. 10명 중 9명은 간경변증이나 만성 간염 등 간 질환이 동반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는데 이로 인해 수술이나 간 이식 등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30%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간암 환자가 항암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간암의 경우 항암제 개발이 다른 암보다 더뎠다. 간암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첫 번째 항암제는 단 3개로 유방암(13개) , 폐암(7개) 등 다른 암보다 훨씬 적다. 나아가 첫 번째 항암제에 반응이 없을 경우 쓰는 두 번째 항암제도 이렇다 할 생존율 향상 등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10년 만에 생존율 향상, 암 진행 위험 감소를 입증한 면역항암요법(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간암 환자의 예후는 점점 불량해지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암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간암 5년 상대생존율은 37%로 전체 암 평균(70.3%)의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항암 치료가 필요한 진행성 단계의 간암 상대생존율은 2.8%로 유방암(40.2%), 폐암(8.9%), 전립샘암(44.9%)에 비해 현저히 낮다. 대한간학회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인 간질환 백서’를 보면 한국의 간암 사망률이 OECD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보건당국의 정책 변화로 암 환자들이 내년부터 ‘약값 폭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지금까지는 면역항암요법을 포함한 비급여 항암제도 ‘신포괄수가제’를 통해 환자가 약가의 5~20% 비용을 지불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보건당국이 '2군 항암제'(표적, 면역항암제 등 신약)를 전액 비포괄로 규정하면서 내년부터는 수 백만원에 달하는 항암제 치료비를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신포괄수가제는 환자의 입원 기간에 발생한 입원료, 처치료, 검사료, 약제비 등을 미리 정해진 금액대로 지불하는 제도다. 대다수 중증 암환자는 이를 통해 표적 항암제, 면역 항암제 등 신약 치료에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

분당차병원 전홍재(혈액종양내과) 암센터장은 “간암은 그동안 다른 암에 비해 치료제 개발이 더뎠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부족한 ‘소외된 암’이었다. 암종간 형평성을 고려해 간암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며 “특히 진행성 간암의 경우 기존 치료제로는 환자의 기대여명이 약 1년에 불과했던 가운데, 10년만의 신약인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급여가 적용된다면 간암 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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