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만성 췌장염 중 췌장암 진행 확률 높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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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췌장암 인식의 달’, 갑자기 생긴 당뇨병 의심해야

#40대 직장인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연이은 술자리에 참석했다. 그런데 모임 이후 속이 몹시 쓰린 증상을 겪었다. 결국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높은 중성지방 수치와 함께 급성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이후 몸은 호전됐지만, 주변에서 췌장염이 췌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겁이 났다.

11월은 ‘췌장암 인식의 달’이다. 최근 췌장암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의 발병 소식과 함께 ‘췌장암은 완치가 어려운 병’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췌장(이자)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소화하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우리 몸의 혈액 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글루카곤 같은 혈당 조절 호르몬을 만든다. 췌장 질환은 췌장 낭종(물혹), 급성췌장염, 만성췌장염 등이 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췌장암(췌관선암)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췌장암은 완치의 기준으로 삼는 5년 상대 생존율이 10%대에 불과한 데다, 항암요법이나 수술도 다른 암에 비해 쉽지 않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위암 환자는 10명 중 7명이 5년 생존하지만, 췌장암은 5년을 버티는 환자가 10명 중 1명뿐이다.


게다가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건강검진 시 내시경검사나 복부 초음파 검사 등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가 몇 달 후 췌장암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많다.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암이다.
 
췌장염·가족력·담배·술이 위험인자
췌장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만성췌장염과 가족력, 그리고 장기간 흡연과 음주 등이 원인이다. 40대 이상의 나이에 당뇨병이 갑자기 발생했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췌장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 혈당 조절이 잘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 사례처럼 급성췌장염의 경우 췌장암으로 진행할 확률은 높지 않다.

췌장암의 특징은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췌장은 크게 두부·체부·미부 세 부위로 나누는데 췌장암을 검사하는 가장 대중적인 검사는 상복부 초음파검사이나 미부(꼬리 부분)에 생기는 암은 다른 장기에 가려져 제대로 진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극심한 복통, 체중 감소, 황달 등의 췌장암 대표 증상을 보이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전산화단층촬영검사(CT)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CT의 경우 조영제를 반드시 써야 하므로 일부 환자에서 알레르기 반응,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고,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MRI는 조영제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부작용 가능성이 작고 방사선 노출 우려가 없으며, 진단 정확도도 비교적 높다. 다만 접근성과 비용의 부담이 있다.  
 

췌장암의 후천적인 원인으로는 흡연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므로 췌장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담배를 끊고 음주도 줄이는 것이 권고된다. 민트병원 이미징센터 김영선(영상의학과) 원장은 “췌장암은 치료가 어려운 무서운 병으로 알려졌지만 비교적 조기에 발견한다면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치료 성적도 올라간다”며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중년 이후에 갑자기 발병한 당뇨병, 비만, 장기간의 흡연·음주,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 비조영 췌장 MRI 검사를 하는 것이 현재로써 가장 권장할 만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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