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먹고 있는 분유, 아기 면역력까지 높여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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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김경헌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는 엄마의 젖을 먹으면서 내 몸을 지키는 면역을 형성하고 성장·발달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면역 체계 형성에 중요한 시기인 생후 24개월까지는 모유수유를 권고합니다. 하지만 직장 복귀 등으로 오랜 기간 모유를 먹이기 어려운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모유는 엄마가 끼니마다 무엇을 먹는지, 수유 기간은 얼마나 됐는지, 현재 신체·심리적 상태는 어떤지 등에 따라 모유 영양소의 질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이번 닥터스 픽(Doctor's Pick)에서는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식품공학과 김경헌 교수와 함께 아기 면역력 형성에 도움을 주는 모유 속 영양소와 이를 보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모유를 먹은 아기는 잔병치레가 적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가요?
아기의 면역력 형성에 모유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모유는 아기가 세상에 나와 먹는 첫 음식이면서 가장 이상적인 식품입니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 등 아기의 성장·발달에 필요한 영양분과 모유 올리고당 등 면역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유 올리고당은 비피도박테리움 등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증식·정착하도록 유도하면서 유해균이 장 상피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합니다. 인체 장(腸) 면역력의 핵심인 마이크로바이오옴도 이 시기부터 만들어집니다. 자궁 밖 세상에서 각종 세균·바이러스에 맞서 잘 싸우려면 영유아기 면역체계 발달에 필수적인 모유 올리고당 같은 모유 영양소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합니다.
 

 

모유를 잘 먹어도 면역 성분은 부족할 수 있다던데. 정말인가요?
모유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모유의 영양 구성 비율은 다릅니다. 특히 모유 영양소는 엄마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혼자 먹는다고 간편식 등으로 끼니를 때우면 아기도 대충 먹은 셈입니다. 출산 후에는 잘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미역국·곰탕 등 젖이 잘 나온다는 음식을 많이 먹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매 끼니 영양소 균형을 고려해 채소·과일·고기 등을 골고루 먹으면 충분합니다. 다만 모유 수유로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식사량을 과도하게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보다 500㎉정도 더 먹으면 됩니다.

 

현실적으로 생후 24개월까지 모유를 먹이는 것은 어렵습니다. 아기에게 모유 올리고당 같은 모유 영양소를 보충할 방법은 없나요?
공감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에 맞춰 모유를 유축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젖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모유 수유를 하라는 것이 모유만 먹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완모(완전 모유 수유)가 아니라서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에게나 산모에게나 모유 수유의 장점이 크니 상황이 허락한다면 가급적 실천하라는 의미입니다. 최근엔 신생아 면역체계 발달에 관여하는 모유 영양소인 2FL(투에프엘, 2'-푸코실락토오스) 를 함유한 분유도 나왔습니다. 모유 수유가 어려울 경우 이러한 분유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유 올리고당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기에 아기에게 좋다고 하나요?
모유 올리고당은 최근 모유 연구에서 가장 주목하는 모유 영양소입니다. 모유 속에 존재하는 200여 개 이상의 올리고당을 총칭합니다. 모유 올리고당은 모유에서 탄수화물(유당), 지방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영양성분으로 모유 내 5~15g/L로 고농도로 함유돼 있습니다. 모유 올리고당 중에서 가장 많은 함량을 차지하는 것이 2FL입니다. 모유 올리고당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해 영유아 면역체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점막에 병원균이 부착되는 것을 방해하고 유익균 증식을 도우면서 면역발달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모유 올리고당 중 함량이 가장 높은 2FL이 있습니다.

 

지금 먹이고 있는 분유에 모유 올리고당이 포함돼 있는지 어떻게 아나요?
모유 올리고당은 사람의 모유에 다량 함유된 성분입니다. 포유류의 젖(유유)에는 올리고당이 약 0.05g/L로 극미량만 존재합니다. 작년까지만해도 국내에서 제조·판매되는 분유에는 모유 올리고당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는 프리미엄 분유 형태로 존재합니다. 직구 형태로 많이 구입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모유 올리고당 중 가장 많은 함량을 차지하는 2FL이 첨가된 제품이 출시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모유에 가장 가까운 분유인 셈입니다.

 

2FL을 함유한 분유를 먹으면 아기에게 좋다는 연구결과는 있나요?
물론입니다. 미국에서 재태 연령 37~42주로 출생한 생후 5일된 아기 424명을 대상으로 4개월 동안 2FL 등 모유 올리고당이 함유된 분유를 먹였더니, 기존 분유를 먹인 영아보다 TNF-알파, 인터페론 감마 등 각종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농도가 29~83%가량 줄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는 모유 수유한 아기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이 외에도 장내 유익균 증식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모유 올리고당인 2FL이 영유아의 영양·면역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모유만 먹이다가 혼합 수유에 도전합니다. 어떤 분유를 고르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 아이가 잘 소화하는 분유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영유아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위장 관계 발달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소화가 잘 돼야 배앓이로 힘들어 하지 않습니다. 기왕이면 모유 수유 횟수·기간이 줄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모유 올리고당 등 모유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특히 영유아의 초기 면역력은 향후 성장·발달에도 크게 영향을 줍니다. 모유 올리고당은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도와 자기 방어력을 높이면서, 장 건강을 개선해 소화에도 도움을 줍니다. 모유 속 모유 올리고당의 농도가 많을수록 생후 6·12주 영아의 호흡기 문제가 줄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어릴 때 장 면역력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출생부터 생후 24개월까지는 급격한 성장이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평생의 신진대사, 내분비계, 신경, 면역체계가 형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생후 24개월까지는 인체 면역시스템의 70%를 차지하는 장내 생태계 조성이 가장 활발한 시기입니다. 장 건강은 평생 면역력의 기반입니다. 특히 염증성 장 질환, 아토피피부염 같은 면역 관련 질환은 출생 전후의 여러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렸을 때 면역체계 발달의 기반을 잘 다져야 커서도 건강관리에 유리합니다.



출처: WHO fact sheets, 2021. / Dzidic et al., 2018. / Bych et al., 2019. / Berger et al., 2020. / Goehring et al., 2016. / Stepans et al., 2006. / Walton et al., 2013. / Zivkovic et al.,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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