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단, 뇌 MRI만 있으면 AI로 1분 만에 가능합니다”

인쇄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상준·서종현 교수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며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1번 참가자인 오일남(오영수 분)은 치매와 뇌종양을 동시에 앓는 환자로 나온다. 다른 참가자와 목숨을 건 구슬 게임을 하면서 누가 이겼는지도 모른 채 즐거워하는 모습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뒤늦게 "그럼, 자네가 날 속이고 내 구슬 가져간 건 말이 되고?’라며 다그치는 모습은 반전이지만 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오영수 분)은 치매와 뇌종양을 동시에 앓는 환자로 나온다. 넷플릭스

치매를 겪으면 기억력, 추리력, 계산력 등의 인지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단순히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수준이면 경도인지장애, 이런 이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치매로 진단한다. 하지만, 증상 위주로 병을 판단하다 보니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처럼 진단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전체 치매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천천히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원인으로 이를 문진이나 인지기능검사로 조기에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나 뇌척수액 검사로 보완하기도 하지만 전자는 시간·경제적인 부담이 크고 후자는 척추 사이에 바늘을 꽂는 요추천자를 시행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이에 주목받는 진단 방법이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다. MRI는 PET보다 보편화해 환자 접근성이 높고 통증 등의 부작용이 없어 안전하다. 자기장을 이용하는 만큼 방사선 노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치매뿐만 아니라 뇌경색, 뇌출혈, 뇌 손상, 뇌종양 등의 뇌 질환도 한 번의 검사로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뷰노가 개발한 '뷰노메드 딥브레인' 이미지

특히 최근에는 뇌 MRI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솔루션이 등장해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환영받는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뷰노'의 '뷰노메드 딥브레인'이 대표적이다. 개발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상준·서종현 교수는 "의사와 인공지능의 협업을 통해 치매 진단의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뇌 MRI로 치매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AI의 결합은 치매 진단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두 교수를 만나 물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상준 교수

-뇌 MRI로 어떻게 치매를 진단하는 건가.
김상준 교수=치매가 진행할수록 뇌의 크기가 주는 ‘뇌 위축’이 심해진다. 뇌 MRI는 바로 이 뇌 위축을 토대로 치매를 판단한다. 치매의 종류는 20여 가지가 넘는데 어떤 치매를 앓는지도 뇌 위축 부위를 토대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은 해마의 위축, 전두 측두 치매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위축, 혈관성 치매는 백질 고강도 신호(WMH) 영역의 위축 등 각각 양상이 다르다. 문제는 위축 정도가 심하면 육안으로도 구분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정량적으로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뇌 위축 영역과 정도를 등급으로 구분해 놓은 연구를 참고서 삼아 진단하는데, 의료진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치매 진단에 AI를 접목하게 된 이유인가.
김상준 교수=치매 진단에 오랜 시간 참여하면서 이를 어떻게 하면 정량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미 해외에서는 치매 진단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솔루션이 개발됐지만, 분석 시간도 오래 걸리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미국인과 한국인은 뇌 크기부터 다르지 않나? 그러던 차에 마침 우리 병원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한 ‘의료 빅데이터 분석 컨테스트’를 통해 뷰노의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시작하게 됐고, 이후 닥터앤서 등 국가사업을 활용해 해당 솔루션을 개발할 때 실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상준(왼쪽), 서종현 교수가 뇌 MRI를 이용한 치매 진단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뇌 MRI를 기반으로 뇌 영역을 100여개 이상으로 구분(분할)하고 주요 뇌 영역의 위축 정도를 정량 제공하는 진단 보조 솔루션이다. 한국형 인공지능(AI) 닥터앤서 사업으로 개발한 제품 중 처음으로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았다.  

-AI 적용 전후의 치매 진단은 어떻게 달라졌나.
김상준 교수=진단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MRI 사진을 입력한 뒤 프로그램을 돌리면 1분 내외로 분석이 완료된다. 기존의 뇌 MRI 분석 솔루션인 ‘프리서퍼’가 최대 8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빠른 것이다. 프리서퍼가 등장하기 전에는 의료진이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서 위축 정도를 파악했는데 이와는 비교할 수 없게 진단 시간이 짧아졌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서종현 교수

서종현 교수=현재까지 의료현장에 도입된 의료 AI 솔루션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거나, 정확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치매 진단에서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후자다. 의사의 감에 의존하던 치매 진단을 통계적, 정량적으로 명확히 알려주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 안정감 있게 판독할 수 있다. 특히 뇌 위축 정도나 유무의 경우 경험에 비례하는 진단 정확도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판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의사로서 영상 진단에 의료 AI가 '경쟁자'일 수 있는데.
김상준 교수=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의 적용은 결국 영상의학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판독을 시행해야 하는데, 인공지능 덕분에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판독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치매 진단 역시 전반적인 퀄리티가 높아지고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신경과에 정확하게 전달해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