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오영수 분)은 치매와 뇌종양을 동시에 앓는 환자로 나온다. 넷플릭스
이에 주목받는 진단 방법이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다. MRI는 PET보다 보편화해 환자 접근성이 높고 통증 등의 부작용이 없어 안전하다. 자기장을 이용하는 만큼 방사선 노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치매뿐만 아니라 뇌경색, 뇌출혈, 뇌 손상, 뇌종양 등의 뇌 질환도 한 번의 검사로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뷰노가 개발한 '뷰노메드 딥브레인' 이미지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상준 교수
김상준 교수=치매가 진행할수록 뇌의 크기가 주는 ‘뇌 위축’이 심해진다. 뇌 MRI는 바로 이 뇌 위축을 토대로 치매를 판단한다. 치매의 종류는 20여 가지가 넘는데 어떤 치매를 앓는지도 뇌 위축 부위를 토대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은 해마의 위축, 전두 측두 치매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위축, 혈관성 치매는 백질 고강도 신호(WMH) 영역의 위축 등 각각 양상이 다르다. 문제는 위축 정도가 심하면 육안으로도 구분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정량적으로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뇌 위축 영역과 정도를 등급으로 구분해 놓은 연구를 참고서 삼아 진단하는데, 의료진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치매 진단에 AI를 접목하게 된 이유인가.
김상준 교수=치매 진단에 오랜 시간 참여하면서 이를 어떻게 하면 정량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미 해외에서는 치매 진단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솔루션이 개발됐지만, 분석 시간도 오래 걸리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미국인과 한국인은 뇌 크기부터 다르지 않나? 그러던 차에 마침 우리 병원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한 ‘의료 빅데이터 분석 컨테스트’를 통해 뷰노의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시작하게 됐고, 이후 닥터앤서 등 국가사업을 활용해 해당 솔루션을 개발할 때 실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상준(왼쪽), 서종현 교수가 뇌 MRI를 이용한 치매 진단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I 적용 전후의 치매 진단은 어떻게 달라졌나.
김상준 교수=진단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MRI 사진을 입력한 뒤 프로그램을 돌리면 1분 내외로 분석이 완료된다. 기존의 뇌 MRI 분석 솔루션인 ‘프리서퍼’가 최대 8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빠른 것이다. 프리서퍼가 등장하기 전에는 의료진이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서 위축 정도를 파악했는데 이와는 비교할 수 없게 진단 시간이 짧아졌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서종현 교수
-의사로서 영상 진단에 의료 AI가 '경쟁자'일 수 있는데.
김상준 교수=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의 적용은 결국 영상의학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판독을 시행해야 하는데, 인공지능 덕분에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판독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치매 진단 역시 전반적인 퀄리티가 높아지고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신경과에 정확하게 전달해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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