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삶 지키는 ‘저체온 치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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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 손상 예방 효과 커, 보험 적용으로 접근성 확대돼

질병 관리청의 뇌졸중 역학보고서(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0명 중 1명은 뇌졸중 진단을 받는다. 뇌졸중으로 뇌 신경 세포가 손상되면 다시 되살릴 수 없어 혈액이 돌지 않은 부위의 뇌 신경 손상을 줄이고, 주변 신경 세포를 가능한 한 많이 살리는 것이 허혈성 뇌졸중 치료의 관건이다. 출혈성 뇌졸중의 경우 출혈이 발생한 부위의 정상적인 세포가 뇌부종이나 출혈로 2차 손상을 받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흔히 저체온 치료 혹은 치료적 체온조절요법이라 불리는 ‘목표체온 유지치료(Targeted Temperature Management, TTM)’는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료의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질환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특히, 뇌졸중과 급성 뇌 손상 환자의 신경 및 뇌 손상을 최소화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신경학적 예후를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1차 손상과 초기 처치 후 혈액이 다시 유입돼 발생하는 2차 손상 모두에 효과가 있다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환자의 심부 체온을 낮춘 뒤 다시 정상 체온으로 서서히 끌어올리는 치료법이다. 체온을 1도 낮출 때마다 뇌의 대사는 6~10% 감소하기에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줄어도 뇌가 심한 손상을 입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종전에는 심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응급의학과에서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중환자실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대서울병원이다. 목표체온 유지치료 기기를 중환자실에 비치하고 신경과와 신경외과의 협진으로 허혈성, 출혈성 뇌졸중을 비롯해 외상성 뇌 손상, 뇌전증 지속 환자들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박진 교수는 “신경계 중환자실에서는 외상성 뇌 손상이나 뇌염, 뇌전증 지속 상태, 척수 손상 및 신생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 등에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시도하고 있다”며 “뇌압 상승 및 뇌부종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고 중증 응급질환자의 체온 조절에도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적용하면 고열로 인한 2차 장기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신경외과 김정재 교수는 “뇌 손상 후 뇌부종이 동반되는 환자에서 발열은 뇌부종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신경학적인 2차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통해 발열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면 이와 관련한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라며 “모든 뇌졸중 환자에게 목표체온 유지치료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외상성 뇌 손상과 뇌출혈, 중증 뇌졸중 환자에서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뿐 아니라 기능적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이미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뇌 손상 정도가 크면 뇌가 많이 붓는데, 이로 인해 생명 중추인 뇌간을 누르게 되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목표체온 유지치료로 뇌부종을 가라앉혀 뇌압을 낮추고, 뇌 신경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이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김정재 교수(왼쪽)와 신경과 박진 교수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크게 비침습적인 방식과 침습적인 방식으로 나뉜다. 침습적 방식은 피부가 아닌 혈액을 냉각시켜 목표체온에 비교적 빨리 도달할 수 있지만, 카테터의 주입에 대한 환자 부담이 크고 감염이나 혈전 발생의 위험이 따른다. 반면 비침습적 방식의 경우 침습적 방식보다 냉각 속도는 느리지만 감염의 위험이 적고 냉각 패드만 부착해 치료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덜하다. 미국 신경중환자학회(NCS)는 2017 목표체온 유지치료 시행 가이드라인을 통해 젤 패드 및 표면 냉각 장치를 이용한 비침습적인 방식을 강력히 권고(strong recommendation)하고 있다.  

목표체온 유지치료 기기로는 피부 표면에 젤 패드를 부착하는 비침습적 방식의 바드코리아 ‘아틱선(Arctic Sun)’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7월 1일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돼 치료비 부담이 기존 비급여 대비 5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뇌혈관 질환 및 중증 외상 환자는 중증질환 산정 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본인 부담률은 더 낮아진다. 소아(15세 이하) 및 신생아의 경우에도 일반 성인 대비 치료 비용이 더 낮은 수준이다

박진 교수는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뇌 손상 환자에서 뇌압 조절을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의 하나로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사용이 늘고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 중증환자 치료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건강보험 적용으로 이전보다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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