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시스플라틴 투여 때 생기는 난청 예방 기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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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팀

국내 의료진이 고형암 치료제로 사용하는 항암제의 주요 성분 중 ‘시스플라틴(Cisplatin)’으로 인한 난청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을 밝혀냈다.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투여한 성인 환자의 40~80%는 이독성 난청을 겪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치료·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 김연주 연구조교수 연구팀은 이독성 난청 유발 모델(rat 복강내 시스플라틴 투여)에 cAMP의 활성을 유도하는 포스콜린(forskolin)을 고실(중이 일부로 바깥귀와 속귀 사이에 있는 공간) 내 주입한 결과, cAMP가 이독성 및 난청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포스콜린은 식물에서 추출한 화합물이다.

또 폐암(세포주를 이종 이식) 종양 동물모델에 역시 포스콜린을 투여한 결과, 시스플라틴의 암세포 억제 효과, 즉 주요 작용인 항암효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포스콜린에 간극결합(gap junction) 증강제로 레티노산(retinoic acid)를 복합 투여해 간극결합 기능을 높이면 cAMP가 더욱 활성화돼 난청 예방 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간극결합은 듣기를 담당하는 달팽이관 내 청각감각세포인 유모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지지세포간 존재하는 채널 구조다. 외부 소리 진동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와우 내 전위에 매우 중요한 칼륨이온 국소 순환에 관여한다. 이전 연구들에서 간극결합 채널이 세포사이에서 세포 사멸 또는 생존에 관련된 저분자 물질들(cAMP, cGMP, Ca2+, DAG 등)을 주고받으며 세포 생존을 조절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정연훈 교수는 “폐암, 위암, 식도암, 난소암 등의 고형암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시스플라틴의 부작용인 난청으로 고생하는 암 환자들이 많다”며 “이번 연구로 시스플라틴 투여 환자에서 종양 억제 효과를 유지하면서 난청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6월 세계적 권위의 SCI급 국제 저널인 국제분자과학학회지(IJMS)에 게재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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