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 콕콕 쑤시는 40대 남성, 맥주 끊으세요

인쇄

퓨린 함유량 많아 통풍 유발, 물 충분히 마셔야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40대 이상 남성이 갑자기 엄지발가락·발목·발등이 퉁퉁 붓고 빨개지며 찌르는 것 같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경험했다면 통풍을 의심해봐야 한다. 스치는 바람에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와 괴롭다는 ‘통풍’이다. 환자 10명 중 9명이 남성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이 40·50대다.

통풍은 우리 몸에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쌓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과다한 요산은 서로 뭉쳐 뾰족한 결정체를 이루고 관절의 연골과 힘줄, 주위 조직으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인체는 매일 일정량의 요산을 생성·배출하면서 혈중 요산 농도 균형을 유지한다. 적정량의 요산은 혈압을 유지하고 중추신경계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혈중 요산 농도의 균형이 깨질 때가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거나 과식으로 음식에서 섭취하는 퓨린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때다. 치킨 같은 고기류는 고단백식품으로 퓨린 함유량이 많다. 맥주의 주원료인 맥주보리에도 퓨린이 많다. 소주보다 맥주 섭취 후에 잘 발생하는 이유는 맥주에 퓨린도 높고, 소주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crystal)이 뭉치기 시작한다. 요산 결정이 피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관절 부위에 쌓이면 인체는 이를 세균·바이러스로 착각해 공격한다. 이 때문에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 반응이 생기면서 심한 관절통이 온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통풍의 첫 증상은 엄지발가락이 56~7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발등, 발목, 팔, 손가락 순으로 나타났다.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헌 교수는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의 관절 중 한 군데가 붉게 부어오르고 열감이 느껴지고 이어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며 “통증은 몇 시간 이내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약 2~3일 정도 지속하고 심한 경우 몇 주간 지속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통풍은 고요산혈증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해야 나타나므로 주로 40대 이후 남성에게 잘 생긴다. 복용 중인 약의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이상헌 교수는 “뇌졸중이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복용하는 아스피린이나 이뇨제, 베타차단제도 요산 배설을 억제해 요산의 농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에는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탈수되면서 혈액 속 요산의 농도는 더욱 진해진다. 통풍 환자는 탈수가 오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식은 삼간다. 먹는 양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퓨린 섭취가 늘어 요산 수치가 높아지기 쉽다. 알코올은 요산 배설을 방해하므로 술은 되도록 마시지 않는다. 알코올은 요산의 생성은 증가시키는 반면, 요산의 배설은 억제한다. 특히 맥주에는 퓨린 함유량이 많아 요산이 많이 생성된다. 콜라·사이다 등 당분이 많은 탄산음료도 피해야 한다.

유제품과 퓨린이 함유된 채소는 섭취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급성 통풍 증상이 없을 때는 이들 음식을 조금씩은 먹어도 괜찮다. 이 교수는 “내장류와 고기, 고등어 같은 푸른 생선, 멸치 등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며 “다만 알코올보다 지속해서 섭취하는 경우가 드물고, 포만감으로 인해 일정량 이상 섭취가 제한되는 점으로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