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걱정되나요? 다한증, 심하지 않으면 먹는 약으로도 치료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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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다한증의 약물 치료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 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제는 아침부터 더운 열기가 느껴질 정도죠. 이렇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다한증 환자에게 가혹한 시기입니다. 땀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흐르고 겨드랑이, 손, 발, 얼굴이 항상 축축해집니다. 증상이 심하면 땀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죠.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다한증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안다고 하는데요,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다한증 치료제, 그 중에서도 경구용 다한증 치료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한증이라고 하면 땀을 과도하게 흘리는 증상을 말하는데요, 다한증이 있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덥거나 긴장하는 일이 있으면 땀이 비오듯 흐르게 됩니다. 흔히 다한증 치료라고 하면 수술적 치료를 떠올리게 됩니다. 수술적 치료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죠. 땀을 분비하는 신경인 교감신경을 클립으로 차단하거나 절제해 주는 수술입니다.
 
다한증 수술 후 겪는 보상성 다한증
이렇게 교감신경을 차단하면 기존의 증상은 상당부분 해소됩니다. 근데 수술 후에 기존에는 땀이 나지 않던 곳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는 '보상성 다한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10명 중 9명이 수술 후 보상성 다한증을 경험하고 이들 중 3명은 증상이 심하다고 하네요. 수술한 환자 중에는 오히려 "수술 이전 상태로 돌려달라"고 하소연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수술이 밑돌을 빼서 윗돌을 막은 격이 돼버린 거죠. 사실 병원에서도 다한증 치료법으로 수술을 처음부터 권하진 않습니다. 수술은 그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안입니다.

 

의외로 다한증 치료에도 경구용 약물이 사용됩니다. 대표적인 약물은 '글리코피롤레이트(glycopyrrolate)'입니다. 이 약물의 원리는 간단하게 말해 땀이 나는 스위치를 차단하는 겁니다. 수술이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면, 이 약물은 화학적으로 차단하는 셈이죠. 우리 몸에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요, 아세틸콜린은 무스카린 수용체라는 콜린성 수용체에 결합합니다. 이 무스카린 수용체는 기관지 확장, 심박동 수, 침 분비, 땀 분비, 말초혈관 확장, 동공 확대 등에 관여합니다. 다한증약인 글리코피롤레이트는 바로 이 무스카린 수용체에 아세틸콜린이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항콜린제'죠. 따라서 글리코피롤레이트가 반응하면 무스카린 수용체와 관련된 생리반응이 억제되면서 땀 분비도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경구약 75% 환자에서 땀 분비 억제 효과
효과는 어떨까요. 기저질환이 없는 10세 이상 80세 미만의 다한증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글리코피롤레이트 경구 투여 시 다한증 개선 효과에 대해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초기에는 환자에게 글리코피롤레이트 1mg을 하루 2회 투여하다 이후 증상 완화 여부에 따라 하루 2mg씩 증량해 최대 8mg까지 증량했습니다. 그 결과 75%의 환자에게서 땀 분비가 약물 투여 전 60점에서 35.9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땀으로 떨어졌던 삶의 질은 올라갔죠. 실제 삶의 질 척도 점수(Milanez de Campos Scale)가 복용 전 57.9점에서 38.7점으로 개선됐습니다. 불안장애를 나타내는 BAI 점수 역시 투약 전 12.1점에서 9.7점으로 좋아졌습니다.
 
근데 재밌는 점은 글리코피롤레이트가 다한증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는 탈모치료제로 두루 쓰이는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가 원래는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과 비슷합니다. 글리코피롤레이트는 원래 소화성 궤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입니다. 위십이지장 궤양 치료(위산 분비 억제)와 마취 시 수술 전 분비액 감소, 심박동수 감소 방지 목적으로 쓰이던 약입니다. 다한증 억제 효과가 발견되면서 현재 다한증 치료에 많이 쓰이고 있죠.

 

물론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은 없는 만큼, 이 약도 부작용은 있습니다. 위의 연구에서 10명(27.8%)은 '구강 건조', 4명(11.1%)은 '심계항진(심박을 스스로 느낄수 있는 증상)', 1명(2.8%)은 '두통'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다만 경미한 부작용으로 연구에 참여한 다한증 환자 중 치료를 포기할 정도의 부작용은 없었다고 하네요. 연구진은 "이 경구용 약물의 경우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술처럼) 보상적으로 땀이 나는 증상이 없고 복용하기 쉬운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글리코피롤레이트 외에 '디트로판(ditropan)'이란 약물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글리코피롤레이트가 잘 듣지 않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이 약도 원래는 다한증 치료제가 아니었는데요, 원래는 비뇨기과에서 요실금이나 빈뇨, 절박뇨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던 약입니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다한증 치료에 글리코피롤레이트보다 디트로판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하네요. 다만 디트로판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환각 위험을 경고한 적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경구용 다한증 치료제는 모두 전문의약품입니다. 의사의 진료에 따른 처방이 있어야 사용 가능합니다.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정해진 용법·용량을 복용해야 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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