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디지털 미디어 사용, 청소년 정신건강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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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온택트 생활’ 릴레이 기고② 정조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조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스마트폰·태블릿 PC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삶의 형태와 패턴을 바꾸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로부터 얻는 익숙함, 편리함과 더불어 과도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요즘 영유아와 아동, 청소년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디지털 세대’다. 지난해 한국청소년대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응답 학생 10명 중 9명(87.7%)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57.7%는 하루 2시간 이상 이용한다고 답했다.

영유아부터 청소년 시기는 신체, 인지, 감정, 사회성이 급격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는 만 1세 이하의 영아는 미디어 노출을 피해야 하고, 만 2~5세 유아는 미디어 사용이 하루 2시간(WHO는 1시간)을 초과해선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이상의 노출이 있으면 ‘과도한 미디어 사용’으로 정의한다.
 
수면 부족, 학습 부진의 원인될 수도

과도한 미디어 사용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는 수면장애다. 영유아 및 미취학 아동(0~7세) 시기에 과도하게 미디어를 사용할 시 어떤 수면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 1시간 이상의 미디어를 사용하면 1시간 미만 사용한 경우보다 수면 부족이 나타날 위험이 1.4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할 경우 2시간 미만 사용한 경우보다 수면 부족을 보일 위험이 2.28배 더 컸다. 1년 동안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1253명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모은 결과, 인터넷 중독을 보이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 수면장애를 보일 위험이 2.11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란 생체 시계의 수면 시간과 외부 환경의 24시간 주기 사이에 불일치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수면 장애로, 잠드는 시간이 지연되는 등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잠을 잘 수 없는 형태를 보인다.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멜라토닌이다. 스마트폰 등 미디어 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일주기 리듬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야간에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수면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심리적 각성도를 높여 숙면을 취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소아·청소년의 수면 부족은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학습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만 등 내분비계 질환과 심혈관 질환도 초래할 수 있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SNS 중독되면 우울 발생 위험 1.65배

과도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우울과 불안에도 영향을 준다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있다. 유럽·미국·호주 등에서 9개월간 1618명의 청소년을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 성별, 공부에 대한 부담 등의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병적인 인터넷 사용군은 정상군보다 우울 발생 수준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콘텐츠별로 보면 ▶SNS는 사용 시간이 길고 방문 횟수가 높은 경우 우울 증상에 영향을 미쳤다. 5365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9개월 동안 진행한 연구결과, SNS 중독이었던 경우가 그렇지 않았던 경우보다 우울이 발생할 위험이 1.65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디오 게임 이용 정도가 지속해서 증가한 ‘증가형 그룹’은 ‘비문제형 그룹’과 달리 게임 이용의 증가가 우울, 불안과 함께 공격성, 수줍음(shyness), 문제적 핸드폰 이용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280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4년간 실시한 연구결과, 강박적 인터넷 사용자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명명(labeling)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과도한 미디어 사용이 어떻게 우울, 불안 등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기전을 일부 설명해 줄 수 있다.

이 외에도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은 청소년의 주의력 및 판단, 충동 조절, 공격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SNS 문제적 사용 또는 폭력적 비디오 게임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대표적인 증상인 주의력결핍, 충동성에 영향을 미치며 신체적 공격성 등의 정신건강 영역에도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부모는 자녀에게 미디어 사용 규칙 정해줘야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과도한 미디어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 영유아· 소아·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자녀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대한 빈도, 기간, 종류, 조절력 저하와 같은 문제적 사용이 있지 않은지 점검하고 이에 대한 규칙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자신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 패턴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이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현대의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정신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중독특별위원회는 디지털 과사용으로 인한 유아동·청소년 건강 관련 전문의 기고를 온·오프라인 릴레이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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