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 환자의 ‘생명선’ 투석혈관, 관리 잘하면 20년 이상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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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유외과의원 혈관센터 정영재 원장(이식혈관외과 전문의)

신장은 우리말로 ‘콩팥’이라고 불리며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시키고, 혈액 속 전해질 농도와 혈압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콩팥병’이라고도 불리는 신부전증은 신장(콩팥)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노폐물이 걸러지지 않고 몸 안에 쌓이면 요독증이 발생하며  심장이나 뇌 기능 손상까지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이렇게 신장의 기능이 지속해서 떨어져 정상적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만성신부전증이라 한다. 국내 만성신부전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로, 2016년 18만 9000여 명이었던 환자 수는 2020년 25만 9000여 명에 달해 4년 새 36.6%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신장기능이 계속 악화해 사구체여과율(신장이 1분 동안 깨끗하게 걸러주는 혈액의 양)이 15%보다 떨어지는 경우를 말기신부전으로 진단한다. 이때는 신대체요법(투석치료 또는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그 수가 10년 전보다 두 배나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삼성서울유외과의원 혈관센터 정영재 원장(이식혈관외과 전문의)

혈액투석은 환자의 몸에서 피를 추출해, 투석 기계를 통과시켜 여과된 피를 다시 몸속으로 넣는 것을 말한다. 신장이 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체내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때 말초혈관과 같이 얇은 혈관으로는 짧은 시간 내 많은 양의 혈액을 빼내지 못하므로, 많은 양의 혈액이 지나갈 수 있도록 혈액 투석용 혈관을 만들게 된다. 자가 혈관을 이용하는 경우 환자의 동맥에 정맥을 연결하여 정맥으로 많은 혈액이 지나갈 수 있도록 ‘동정맥루’를 만들게 되며, 환자의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인조혈관을 이용하기도 한다. 다만 자가혈관 동정맥루가 염증이 덜 발생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투석치료를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의 장기생존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투석환자들에게는 생명선으로 여겨지는 투석 혈관의 장기적 유지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투석 혈관의 유지관리에서 가장 유의해야 하는 합병증은 동정맥루의 협착으로 혈전증과 폐색이 발생하는 것이다. 협착과 폐색 모두 인터벤션(중재시술)이나 수술적 교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혈액투석 환자들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술보다 침습도가 낮은 인터벤션이 먼저 고려된다. 인터벤션은 외과적 수술 대신 혈관 조영 장비, 초음파장비, 컴퓨터 단층촬영장비(CT) 등의 영상을 이용해 의학 기구를 삽입, 치료하는 방법이다.

인터벤션을 이용해 투석 혈관을 재개통하는 치료는 풍선 카테터를 이용하는 혈관 성형술이 있다. 국소마취 후 혈관을 통해 풍선이 달린 가는 관(카테터)을 삽입하여 협착된 부분을 넓혀주는 시술이다. 혈전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시술 시간이 평균 30~40분 정도로 짧을 뿐 아니라 치료 예후가 좋고, 시술 후 대부분의 경우 곧바로 혈액투석이 가능하다. 만약 다시 혈관이 막히더라도 반복 시술이 가능하며, 혈전이 있는 경우 혈전 제거도 가능하다. 

투석 혈관은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진다. 평균적으로 자가혈관 동정맥루는 5~7년, 인조혈관은 3~5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평소 신경 써 관리하고 적시 적기에 치료를 받은 투석 혈관은 20년 이상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투석 혈관을 잘 관리하려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실천하고, 혈관 초음파나 혈관조영술을 통해 혈관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일상생활에서는 혈관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염분을 낮추는 식단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음과 과식, 흡연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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