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적발, 간호조무사보다 간호사가 드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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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의 이면 'PA 간호사'

최근 광주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대리 수술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간호조무사가 수술 부위를 봉합한 사실이 동영상을 통해 확인되면서다. 간호조무사의 대리수술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70대 간호조무사는 성형외과 의원에서 일하며 코에 실리콘을 삽입하고, 눈꼬리 처짐 개선 수술을 하는 등 1300여 회의 불법 시술을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도 간호조무사가 요실금, 제왕절개 수술 등 700여회에 달하는 대리수술을 집도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간호조무사와 달리 간호사의 대리수술은 적발된 경우가 거의 없다. 수술실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건 비슷한데 간호조무사만 대리수술을 하는 걸까? 사실 간호사는 간호조무사보다 대리수술로 볼 수 있는 의료행위에 더 많이 참여한다. 집도의 없이 피부를 째고 수술한 부위를 봉합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대리수술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건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의료 시스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간호사' 제도 때문이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선 PA 간호사들 

PA 간호사는 일반 간호사와는 달리 특정 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병원마다 전담 간호사, 진료 지원 간호사, 교육 간호사, 수술 보조사, 예진 간호사, 임상 전담 간호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병원간호사회의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 전담 간호사와 PA 간호사는 각각 1335명, 1532명에서 2017년 2082명, 3553명으로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동네 병의원까지 더하면 전국적으로 PA 간호사가 1만명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PA 간호사는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가 늘고, 늘어나는 의사의 업무를 분배하기 위해 1980년대 처음 등장했다. 일반적인 간호 업무 외에도 검사결과 확인, 환자 치료 계획 변경, 환자와 보호자 교육, 중증도 분류, 약물 처방, 검사 처방, 수술 및 수술보조, 상처 봉합과 회진 등 다양한 의료 행위를 담당한다. 예컨대 A병원에서는 응급실 당직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초진 차트를 쓰지만, B병원에서는 PA 간호사가 의사를 대신해 초진을 수행하고 차트를 작성한다. 지난 5월 보건의료노조가 진행한 좌담회에서 한 12년 차 PA 간호사는 "집도의를 대신해 다른 간호사와 전공의를 데리고 직접 개복하고 수술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PA 간호사의 업무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다. 의료법 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와 같이 포괄적인 의료 행위가 가능하다. 반면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 관찰, 자료 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환자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 등에 국한한다.

문제는 의사의 지시, 지도를 받아 시행하는 '진료 보조'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아도 해당 의료행위가 인체의 위험이 높아 고도의 전문 지식과 기술, 경험이 필요하다면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있다는 건데 간호사의 입장에서는 이를 명확히 알 수 없을뿐더러 의사의 지시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런 문제는 특히 환자 사망 등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두드러진다. 한 개원 병원에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아 치핵 제거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척추마취 시술을 했다. 이 간호사는 국가로부터 공인 받은 마취 전문간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약제, 사용량을 스스로 정해 환자에게 투여했다. 하지만, 수술 후 환자가 사망하자 이 간호사에게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고, 대법원에서도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규정해 결국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한 PA 간호사는 "행여 문제가 생겨도 보호해줄 수도, 보호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의사들이 하기 싫고 번거로운 일은 PA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게 현실"이라며 "부족한 의사들의 손을 저임금 간호사로 대체하려는 병원과 자신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는 의사의 이해관계 속에 힘없는 간호사만 속절없이 당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PA 없으면 수술실 못 여는 병원 많다"

일각에서는 현재 의료계가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도 PA 간호사의 인력을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본다. 간호조무사는 관련 법률상 의료인이 아니라 의료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반면,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 감독하에 진료 보조가 가능해 수술 후 피부 봉합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가 부족한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에서는 수술실에서 PA 간호사가 보조자로서 맡는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리수술은 대부분 내부고발로 적발됐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은 무자격자인 간호조무사의 수술 참여는 '불법'으로 간주하는 반면, 관행적으로 이뤄진 PA 간호사의 의료행위는 용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간호사의 의료 행위는 '대리 수술'로 비친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이런 행위에 대한 환자의 질문과 불만을 의사와 병원이 떠안아야 할뿐더러, 환자 반발 등을 이유로 간호사가 스스로 수술 참여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부담이 크다.

한 종합병원 의사는 "규모가 작을수록 PA 간호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아예 수술하지 못하는 병원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박병준 교수는 "PA 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법제화하는 동시에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학과 3차 병원이 각각 교육 수련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환자, 보호자의 불신을 해소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PA 간호사를 공론화하고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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