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수술실 CCTV 설치…핵심 쟁점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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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 장치 VS 심리적 위축 유발 '팽팽'

최근 인천과 광주 지역의 척추전문병원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터지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천에 위치한 부평힘찬병원이 8일부터 전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지만, 아직은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 공청회 내용을 중심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둘러싼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주장을 정리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대리 수술 예방 VS 실효성 의문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가 '대리 수술'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최근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병원 두 곳은 모두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기관평가인증과 척추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병원이었다. 일부 동네 의원이나 중소병원을 넘어 의료계 전반에서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환자 안전을 위해 CCTV와 같은 보다 실효성 있는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CCTV가 대리수술을 막고, 의료 분쟁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모든 사건은 수술실 내부 직원에 의한 공익제보였으며 의료분쟁의 주요 쟁점은 수술 결과에 대한 불만족이 원인이지 대리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소송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고정된 수술실 CCTV로는 수술 과정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이런 이유로 의료 분쟁 등이 발생할 때 활용도가 낮을 것이라 주장한다.
 

부평힘찬병원에서 보호자가 수술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 수술 모습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힘찬병원

위험 수술 기피할 것 VS 의사 '안전 장치'될 수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심리적인 위축을 야기해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치료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료계의 시각이 있다. 위험 수술을 기피하게 되고 소극적이고 보존적인 수술 문화를 만들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주장이다.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생명과 직결되고 응급수술이 많은 진료 과의 전공의 지원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본다. CCTV로 녹화된 수술실의 모든 행위와 과정을 환자, 보호자에게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와 달리 환자단체는 상당수 의료기관에서 이미 CCTV를 설치·운영되는 점에 주목한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전국 의료기관의 60%는 수술실 입구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응급실에는 100% 설치됐다. 환자와 보호자가 본인과 의료인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수용하고 있는 CCTV를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험 수술을 기피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수술 설명의무와 수술동의서 작성의무가 있으며, 여기에 수술실 CCTV 영상이 오히려 의료분쟁 발생 시 진실 규명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 인권 침해 우려 VS 응급실과 수술실 다르지 않아

의료계에서는 공익 추구를 위한 CCTV 설치가 '인권 침해'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는 항상 환자의 인접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카메라 앵글 각도를 조절해도 환자의 신체 노출을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환자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영상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절차도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요구돼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될 경우 소규모 보안업체와 계약 체결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해킹 피해도 완벽히 막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환자단체에서는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 노출은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응급실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고 반문한다. 촬영 영상의 유출 우려 역시 응급실에서도 동일한데, 의료계가 응급실 CCTV 설치는 찬성하면서 수술실은 안 된다는 논리를 펼치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런 조치가 환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도 비판한다. 게다가 의료인이나 직원이 임의로 CCTV 영상을 조작·유출해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며 보다 엄격한 관리·보호 규정을 수술실 CCTV 법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환자단체의 입장이다.
 
최근 수술실 CCTV 설치한 부평힘찬병원

수술실 CCTV 설치는 아직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부평힘찬병원은 지난 8일부터 6개 수술실 모두에 CCTV를 설치하고, 전체 수술 과정을 녹화하는 동시에 대기실의 보호자에게 실시간 송출하는 ‘이원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인천 지역의 전문병원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터지면서 지역사회 병원과 의사에 대한 환자 불신이 팽배해졌다. 수술 취소 문의는 물론 타 지역으로의 환자 이탈이 적지 않았다"며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수술실 CCTV 전면 설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힘찬병원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촬영은 사전에 원하는 환자에 한해 진행된다. 도입 후 3일이 지난 11일까지 전체 수술 환자의 62%(40건 중 25건)가 촬영에 동의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89%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보다는 낮지만 도입 초기인 점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수치다.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수술 장면을 시청한 사례는 8건이었다.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보호자 한 명만 지정된 장소에서 시청이 가능하며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한 녹화는 금지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 녹화 영상을 요청할 경우, 이유를 청취한 뒤 경찰 등 공공기관의 입회하에 전달한다고 한다. 별도의 모자이크 처리는 하지 않는다.

수술실 CCTV 조작은 수간호사가 전담하며 로그인이 필요하다. CCTV 프로그램이 설치된 PC는 USB 인식이 불가능하다. 이곳을 비추는 CCTV가 따로 있어 누가, 언제 PC를 다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후에 의료사고가 발생하거나, 수술 결과가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병원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됐는지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환자 만족도도 높다"며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다른 지점으로 순차적인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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