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일반인과 단순 고혈압·당뇨 환자, 일상적 아스피린 복용은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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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 토크] 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센터 김원 교수

피 묽게하는 아스피린 부작용은 출혈

심혈관병이 없는 일반인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을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된다. 아스피린은 혈소판을 억제하여 피가 묽어지도록 하여 혈전(피떡)의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심장병·뇌졸중 등을 경험한 환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 매우 효과적인 약이다. 따라서 출혈 부작용이 문제가 된다. 몸에 멍이 들거나 속 쓰림 등의 위장증상이 발생하고, 발치 및 내시경 등의 시술 시에 출혈 우려로 인해 약을 중단하여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출혈은 고령일수록 많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이다.  

아스피린 복용과 심혈관질환의 관련성에 대해 2019년, 16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주요 심혈관 사건을 11% 감소시키지만, 출혈사건을 43% 증가시켰고, 사망률에는 이득이 없다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심혈관 사건의 위험 감소 효과와 출혈사건의 위험 증가 부작용이 서로 상쇄되고 있다. 최근 당뇨병 및 7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 역시 일반인에서 아스피린 사용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2019년 미국심장병학회는 “심혈관질환을 위한 일차예방을 위해 건강한 성인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은 명확한 이득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와 출혈위험이 높은 모든 연령대의 성인에게 투약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였다. 단, 출혈위험이 낮고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인 40~70세 사이의 성인 중 선별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고, 혈관에 스텐트시술을 받은 환자는 혈관병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필수적으로 복용하여야 한다. 흡연·고혈압·당뇨 및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여러 개 가지고 있거나, 뇌동맥·심장혈관 등에 동맥경화(기름때)가 상당한 경우에는 아스피린이 이득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일반인, 단순히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을 치료하고 있는 사람에서 일상적인 아스피린 복용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따라서, 아스피린 복용을 결정할 때에는 전문의사와 긴밀히 상의하여야 할 것이다.
 

쥐어짜는듯한 묵직한 가슴 통증은 심근경색증 징후

돌연사는 어떠한 질병 또는 징후가 없이 갑자기 증상이 발생하여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돌연사로 인한 사망이 연간 2~3만명에 이르고 있다. 돌연사의 대부분은 치명적인 부정맥에 의해 발생하며, 그 원인은 80%가 심근경색증이다. 허혈성심질환의 20%에서는 첫 임상 양상이 돌연사로 나타나며, 급성심근경색증 발생 후 40%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따라서 돌연사의 치료는 ▶예방적 치료를 적절히 하고 ▶증상 발생 시 빨리 병원을 방문하며 ▶심폐소생술을 빠르게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달려있다.

역학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자, 고령, 조기 관상동맥질환의 가족력, LDL-콜레스테롤의 증가, 고혈압, 흡연, 당뇨병 등이 위험요소로 작용하며 이는 심근경색증의 위험인자와 같다. 그러므로 금연·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심장 돌연사 위험을 현저히 낮춘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1984~2010년에 여성 8만명을 대상으로 4가지 저위험 인자(비흡연, BMI 25 미만, 운동, 지중해식단)와 심장 돌연사의 관련성을 검토하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6년간 추적 결과 돌연사의 발생위험은 양호한 생활습관을 갖는 사람에서 훨씬 낮았다.  

심근경색증은 왼쪽 및 가슴중앙부의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통증은 20분 이상 지속하고, 쥐어짜는 듯하며 묵직하게 누르는 듯한 압박감 등으로 나타난다. 식은땀을 흘리며, 메스꺼움·구역·구토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체한 느낌이다’라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 위장병으로 오인되어 병원 방문이 늦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에 병원 방문하여 막힌 혈관을 뚫어주고 스텐트 시술을 하게 되면, 거의 정상적으로 심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심장마비의 80%는 주로 집에서 일어나므로, 일반인이라도 기본적인 심폐소생술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의 생존에 가족에 의한 심폐소생술의 빠른 대응이 매우 효과적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돌연사 환자를 발견하면 의식 및 호흡(무호흡 or 빈사 호흡) 확인 후, 즉각 응급의료체계 119에 신고하여야 한다. 동시에 재빨리, 효과적으로 흉부 압박을 실시하면서 구급대의 도착을 기다리면 된다.

십수년 병 앓다 완치한 하행대동맥 환자 기억에 남아

광주에 근무하던 시절 환자로 좀 오래되었다. 45세 남자가 후천적으로 하행대동맥이 좁아지는 질환으로 입원하였다. 대동맥이 심하게 막혀 있어서, 걷거나 뛰면 하지에 혈액공급이 부족해져 장딴지에 견디기 힘든 심한 통증이 있었다. 이 분은 십수 년동안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군대도 가야 했고, 군에서 구보 등의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구타와 기합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스텐트 시술로 막힌 대동맥을 성공적으로 뚫었고 무사히 퇴원하였다. 환자분은 시술이 잘 되었다는 설명을 들은 순간, 그토록 힘들고 괴로웠던 옛날 일들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떠올라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이제 새 삶을 얻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장문의 편지를 전해왔다.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분이다. 그분을 생각하면, 어떤 최신의 검사보다 의사의 문진과 신체검사가 좋은 진단 도구임을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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