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vs 제네릭 의약품은 뭐가 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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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의 차이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 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만성 질환이든 급성 질환이든 우리는 치료를 받을 때 대부분 약(藥)이 필요합니다. 수술·시술 같은 외과적 치료나 행동요법 같은 치료를 제외하곤 거의 모두 약으로 치료한다고 할 정도로 약에 대한 의존도는 높습니다. 의사나 환자 모두 질 좋은 약을 원하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좋은 약'이라고 하면 우선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없거나 덜한 약일 겁니다. 두 조건이 같다면, 이왕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을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은 이러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약의 양 축입니다. 사실 최근 벌어진 '타이레놀 품귀 현상'도 오리지널과 제네릭 논의의 연장선에 있는 대표적 사례이긴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는 순서를 갖겠습니다.
 

오리지널=신약, 제네릭=카피약? 후발약?
오리지널 약은 어떤 약을 말하는 걸까요. 말 그대로 '원조' 의약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제약사가 개발해 처음으로 출시한 특정 성분으로 이뤄진 신약을 말합니다. 반면 제네릭 약은 오리지널 약과 성분, 함량, 제형, 용법·용량 등이 동일하면서 오리지널 약 이후에 출시된 의약품을 말합니다. 오리지널 약에 대해서는 특허권으로 인한 시장독점권이 인정되고, 일정 기간의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제네릭 의약품이 나오게 됩니다.
 
제네릭 의약품은 우리나라에서 '복제약' '카피약'으로도 불립니다. 그래서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우리와 달리 '후발의약품'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제네릭 의약품이라는 용어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주로 제약사에서 출시한 상품명이 아닌 일반명(generic name, 성분명)으로 처방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은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 걸까요.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하는 데에는 사실 성분, 함량, 제형, 용법·용량뿐만 아니라 효능·효과의 개념까지 포함됩니다. 효능과 효과도 오리지널약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그럼 무엇을 근거로 효과와 안전성을 동일하다고 판단할 것이냐가 관건이겠죠.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바로 '생물학적 동등성'입니다. 쉽게 말해 '몸에 미치는 영향이 동등한지'의 여부죠. 그리고 이를 평가하는 수단이 바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입니다.
 
일반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은 신약 개발 시 필수로 거치는 동물실험, 임상시험 대신 생동성 시험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가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동성 시험을 통해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면 오리지널 약이 구축한 허가 근거를 차용해도 된다고 보고 효능·효과, 안전성, 적응증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간주하는 것이지요. 즉, 생물학적 동등성의 개념은 혈중 유효성분 농도의 양상이 같으면 임상적 퍼포먼스도 같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담보하는 생동성 시험
물론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하는 범위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 식품의약국(FDA) 등 전 세계적으로 제네릭 약이 오리지널 약 대비 80~125% 구간을 생물학적 동등성의 허용 범위로 봅니다. 그리고 그 대상 지표는 바로 '생체이용률'입니다. 몸에서 해당 성분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만큼의 혈중 농도를 유지하느냐의 개념입니다. 즉 약 복용 후 시간에 따른 정맥혈중 농도 변화 그래프와 그 면적(AUC; Area Under Curve)이 생체이용률과 관련이 깊습니다.
 
약을 먹으면 약이 위장에 도달한 뒤 용해되고 약 성분의 일부가 흡수된 뒤 간에서 대사를 거쳐 혈류에 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복용 후 혈중 농도는 서서히 증가하다가 일정 시간에 최고치에 이르고 그후에 서서히 감소하는 모양새를 띱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그래프에서 나타나는 곡선 양상과 곡선 하단의 면적(AUC),  혈중 농도 최고치(Cmax), 혈중 최고치일 때의 시간(Tmax), 등입니다. 이들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평가 했을 때 오리지널 약을 100으로 보고 제네릭 약의 지표가 80~125에 해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생물학적 동등성) 허용 범위가 너무 큰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약이라도 똑같은 약을 동일 인물이 복용했을 때 생체이용률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오늘과 내일 다를 수 있고 복용자의 신체 컨디션이나 약의 한알 한알 미세하게 다른 제조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론 어제 잰 혈압과 오늘 잰 혈압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규제기관이 80~125% 범위 안에 있는 변동성은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아직도 의사마다, 의약 직역마다 의견이 갈리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유럽 등 정부는 국가의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해 (오리지널 약보다 저렴한) 제네릭 약 사용을 장려하고 있고, 의사 중에는 오리지널 약 처방을 고집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네릭 약도 충분히 검증받고 좋은 약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동안 카피약이라는 딱지로 인식 속에서 저평가 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 바꿔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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