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생활 방역 효과 "가와사키병 40%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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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방역 시행 전후 가와사키병 발병 비교 연구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된 생활 방역이 가와사키병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안종균·강지만 교수와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영은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방역의 효과로 가와사키병이 코로나19 이전보다 40% 줄었다고 9일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안종균·강지만 교수,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영은 박사.(왼쪽부터)

가와사키병은 주로 5세 이하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급성 열성 혈관염이다. 5일 이상 계속되는 발열과 함께 경부임파선 종창이나 손발의 홍반과 부종, 다양한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가와사키병은 소아 후천성 심장병의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약 20%에서 관상동맥에 합병증이 생기고 심각한 경우 심근경색증이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아직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학적 요인이 있는 소아가 병원체에 감염되면 과민 반응이나 비정상적인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켜 가와사키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생활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 사회적 거리 두기, 검역 격리, 온라인 수업, 모임·여행 금지 등 비약물적 중재(NPI·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로 환자 증가 속도를 낮추고 환자 수를 줄여 질병 피해를 최소화한다.

특징적인 계절성 양상도 변해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NPI가 호흡기 감염을 비롯한 감염병 질환을 감소시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NPI가 가와사키병의 발병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다. 2010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은 0~19세 5만3424건의 발생 현황을 2010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코로나19 이전과 2020년 2월부터 9월까지 NPI가 시행된 이후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결과 NPI 기간 동안 가와사키병 발생률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가와사키병은 10만명당 31.5건이 발생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10만명당 18.8건이 보고됐다. 특히 가와사키병의 호발 연령인 0~4세와 5~9세 그룹 모두에서 유의하게 줄었다. 0~4세 그룹은 NPI 이전 10만명당 123건에서 NPI 이후 10만명당 80건으로 확인됐다. 5~9세 그룹은 NPI 이전 10만명당 23.8건에서 NPI 이후 10만명당 10.6건으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가와사키병 발생의 계절성 양상이 변한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와사키병은 겨울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늦봄과 여름에도 흔히 발병한다. 이런 계절성은 가와사키병 유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을 포함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보이는 현상이다. 그동안 이를 두고 대류권 상층부의 바람을 타고 대양을 건너 전달된 감염성 물질이나 바람을 타고 전달된 오염 물질 혹은 불활성 입자가 원인이라는 가설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 그동안의 가와사키병 발생 패턴과 달리 계절과 상관없이 발병률이 줄어들어 대류권 바람으로 인한 가설은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종균 교수는 “다양한 생활방역 실천 이후 가와사키병 발병률이 감소했다”며 “이런 결과는 아직 원인을 모르는 가와사키병의 병인에 대해 환경적인 유발 인자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심장협회 발간 공식 학술지(Circulation)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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