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부러지는 초 고위험 골다공증이라면 약효 쎈 것부터 투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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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골절 막는 골다공증 치료제 선택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 도둑입니다. 신체 골격을 이루는 뼈는 항상 만들어지고 파괴되길 반복합니다. 오래된 뼈 조직은 분해돼 몸속으로 흡수되고, 그 자리를 새로 만든 뼈가 대체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뼈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어느 순간 속이 빈 수수깡처럼 곳곳에 구멍이 뚫린 허약한 뼈로 변해버립니다. 약해진 뼈는 작은 충격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집니다. 골절로 한 번 부러진 뼈는 또 부러지기 쉽습니다. 다행히 뼈 손실 속도를 조절해 골절 위험을 줄이는 약을 투여하면 골다공증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골절을 막는 골다공증 치료제 선택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져 있다면 전신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살짝 부딪쳤을 뿐인데 툭하고 부러집니다. 이는 단순히 골절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아도 몸을 움직이지 못해 최소 3개월은 침대에서 누워 지내야 합니다. 장기간 누워 지내다 욕창으로 피부가 괴사하거나 근육이 빠르게 사라집니다. 평소 건강했던 사람도 낙상 후 골절로 전신 건강이 쇠약해집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고관절 골절 환자의 5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뼈는 얼마나 약해져 있는지 스스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부러진 다음에는 아무리 잘 대처해도 늦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도 만 54·66세 여성을 대상으로 뼈의 밀도·강도를 확인하고 골다공증 위험을 살피도록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내준 서류와 신분증을 챙겨 가까운 보건소나 병·의원에서 전액 무료로 뼈 상태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뼈 부러지기 전 골밀도 적극 관리해야
골다공증 치료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로 개인별 골절 위험도 입니다. 뼈는 부러지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한 번 부러진 뼈는 또 부러지기 쉽습니다. 골절이 처음 발생한 골다공증 환자는 추가 골절 위험이 2~10배 가량 증가합니다. 최근 의료계에서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사람을 ‘골절 초 고위험군(very high risk)’으로 분류해 적극적인 골다공증 치료 권장하는 배경입니다.
 
구체적으로 ▶최근 12개월 내 골절을 경험했을 때 ▶골다공증 치료 중 골절이 발생했을 때 ▶동시에 여러 뼈에서 골절이 발생하는 다발성 골절을 경험했을 때 ▶골격계 손상을 유발하는 약물 복용 중 골절을 경험했을 때 ▶T-score -3.0 이하로 진단될 때 ▶골다공증 골절 평가(FRAX)에서 주요 골다공증 골절 위험이 30% 이상 혹은 고관절 골절이 4.5%이상일 때 ▶낙상 위험에 노출돼 있을 때 ▶과거 낙상으로 인한 부상 병력이 있을 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골절 초 고위험군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세세한 구분 없이 뼈 분해·흡수를 막아 추가적인 뼈 손실을 억제하는 다양한 기전의 약으로 골다공증을 치료했습니다. 뼈 손실 속도를 최대한 늦춰 골절 위험을 줄여줍니다. 다만 이런 골다공증 치료 전략은 이미 약해진 뼈를 되돌리기 어려워 한계가 존재합니다. 지난해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등에서 골다공증 치료 시 골절 초 고위험군의 전략적 치료 필요성이 주목 받은 배경입니다.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골절 초 위험군은 뼈 파괴를 막으면서 동시에 뼈 흡수를 촉진하는 스클레로스틴 표적 항체치료제(이베니티)나 부갑상선호르몬제(포스테오·테리본 등)등으로 처음부터 강력한 치료를 실시해 골밀도를 빠르게 끌어올립니다. 골절 효과가 강력한 약을 먼저 투약해 골절이 생기는 것을 우선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 입니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1~2년 정도 단기 투약만 가능합니다. 더 오래 쓰면 약효가 떨어져 장기적인 골다공증 관리가 어렵습니다.
 

투약 편한 약으로 골다공증 지속 치료해야
둘째로 복약 편의성입니다. 골다공증은 지속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골다공증 치료를 중단하면 골절 예방효과가 사라지는 리바운드 현상으로 골절 위험이 높아집니다.
 
사실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어 치료에 소홀하기 쉽습니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한국인 골다공증 환자의 66%는 1년 이내 치료를 중단합니다. 주로 약 복용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먹는 약의 복약 주기가 주 1회인 경우 30.5%, 월 1회는 47.5%로 복약 순응도가 낮습니다. 복약 순응도가 50%이하로 떨어지면 골다공증을 치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골밀도가 떨어집니다. 특히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 치료제는 복용법이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이 약은 음식물과 함께 들어가면 흡수가 덜 돼 아침에 일어나 최초 음식물을 먹기 30분 전에 복용하고, 식도 점막 자극이 심해 충분한 물을 마신 다음 30분간 눕지 말고 서 있어야 합니다. 임플란트·발치 등 턱뼈에 부담을 주는 치과 치료를 계획하고 있다면 일정기간 투약 중단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행히 이런 불편을 개선한 다양한 골다공증 치료제가 많습니다. 약 마다 투약 방식·횟수가 다릅니다. 비슷한 기전의 골다공증 치료제도 약의 작용 시간을 늘려 투약 횟수를 최소화합니다. 매일 먹는 것부터 주 1회, 월 1회 투약 등 제각각입니다. 정맥·피하 주사제 형태의 골다공증 치료제는 투약 간격이 이보다 더 긴 편입니다. 최대 6개월에 한 번씩 주사하는 약(프롤리아)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알약을 장용정으로 만들어 식사와 상관없이 먹을 수 있도록 개량한 약(악토넬EC 등)도 있습니다. 처음 약을 결정할 때 의료진과 세밀한 상담을 통해 나와 맞는 약을 선택합니다. 약효뿐만 아니라 약 복용이 얼마나 편한지 등도 반드시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말 :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송광섭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임승재 교수,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윤석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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