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의 백내장 수술, '이것' 유의하세요"

인쇄

[안과 명의의 눈 건강 솔루션] 송민혜 센트럴서울안과 망막클리닉 원장

우리 몸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포도당은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조직 구석구석으로 에너지를 운반한다. 인슐린은 우리 몸에서 당을 에너지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이 인슐린이 적정량 배출되지 않으면, 우리 몸에 들어온 당이 제대로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한다. 결국 남은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당뇨병이다.  

우리 국민 7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다. 최근에는 고열량·고혈당의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2030의 당뇨병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연령이 증가할수록 노화가 진행될수록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내장은 안과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다. 연령 증가에 따라 누구에게나 조금씩 발생하며 노화의 일환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 백내장은 투명함을 잃고 혼탁해진 수정체로 시야가 뿌옇게 보이기 때문에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인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만 한다.  

당뇨병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는 대사질환이기 때문에 백내장과 당뇨병이 같이 있을 경우 백내장 수술에 대해 걱정하는 분이 많다. 백내장이라는 외과적 수술을 받을 때 당뇨병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혈당 조절이 잘 이뤄지고 백내장 외에 다른 안과 질환이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뇨병이 있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백내장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당뇨 환자라면 아래 내용을 참고하면 보다 안전한 수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당뇨병 환자, 백내장 수술 전 망막 정밀 검진 필수

당뇨가 무서운 이유는 초기에는 눈치챌만한 증상이 없다가 여러 합병증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안과에서 다루는 당뇨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당뇨망막병증, 당뇨 황반부종, 당뇨병성 백내장, 시신경 병증 등이 있는데, 질환을 알아채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합병증을 가장 잘 알기 위해 백내장 수술 전 정밀 검진은 필수다. 안저 검사, 형광안저촬영, 빛 간섭 단층 촬영,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해 질환 여부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백내장 수술 전 합병증을 알지 못하고 수술할 경우 수술 후 시력 저하, 시야 손실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당뇨병 환자라면 더더욱 사전 검사에 충실해야 한다.

백내장이 없는 당뇨병 환자라도 치명적인 안과 합병증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망막 질환을 대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환자가 실천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 등 당뇨 관련 안과 합병증을 파악하기 위한 안저 검사 시행률은 45.9%로 나타났다. 당뇨 환자의 안과 합병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았다면 특정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상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꼽히는 당뇨망막병증이 이미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뇨망막병증은 망막 미세혈관에 이상이 생겨 산소·영양분이 전달되지 않으면서 망막 세포가 손상되고 결국엔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질환 발생 가능성은 증가한다. 비문증, 광시증, 변시증, 시야 흐림 등의 증상을 동반하지만 질환 중기까지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별도의 이상이 없더라도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6개월~1년에 한 번씩은 정기 검진을 받아보기를 권고한다.
 
당뇨병성 백내장 앓는 젊은 환자, 진행 속도 빨라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30대에서 40대, 이르면 20대부터 당뇨병을 앓는 환자가 많다.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백내장은 젊은 나이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발병 이후 진행 속도도 몹시 빠르다. 당뇨병성 백내장을 진단받았다면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 인공수정체와 수술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단순 노인성 백내장과 달리 당뇨병이 원인이 된 당뇨병성 백내장은 인공수정체 선택 범위나 동반 수술 여부 등이 기존 수술과는 차이가 난다. 그만큼 수술 난도도 높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수정체의 팽창·액화 등 변성이 나타나 수술이 어려워지고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 당뇨 황반부종 있으면 치료부터

당뇨망막병증, 당뇨 황반부종 등 당뇨병으로 인한 눈 질환이 있다면 백내장 수술 전 질환 치료가 우선이다. 질환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면 수술 예후도 좋을 수 없다.  

만약 당뇨 황반부종 있는데 이를 치료하지 않고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황반부종이 악화해 수술 후 시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당뇨 황반부종은 망막 조직으로 단백질 등이 누출되며 망막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시세포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백내장 수술 전 당뇨 황반부종 완화를 위해 유리체 내 항체 주사 치료, 격자형 레이저광응고술 등을 시행해 경과를 관찰한 후 상태가 호전되면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백내장 수술 후 당뇨 황반부종이 재발·악화하지 않았는지 검사·치료하는 게 필요하다.

수술 전뿐만 아니라 수술 후에도 꾸준한 혈당 관리는 기본이다. 내과적으로 철저히 혈당을 관리해야 하며 혈압·고지혈증 조절, 식단 관리를 통한 적정 체중 유지, 금연, 금주, 운동 등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당뇨병 합병증 치료 가능한 안과, 망막 전문의 찾아야

당뇨병 환자라면 백내장 수술 병원 선택에도 신중해야 한다. 먼저 당뇨 합병증 관리가 가능한 병원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이고, 동반한 눈 질환이 있으면 선택할 수 있는 인공수정체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 선택지 안에서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줄 수 있는 적합한 인공수정체를 선정하는 건 의료진의 능력이다.

망막 질환을 동반한 경우 백내장 수술 중 유리체절제술 등 동시 질환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눈 조직이 약한 기저질환자의 경우 수정체를 둘러싼 낭(캡슐)이 약해져 극히 드물게 수술 중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상황에 대처가 가능한 진단과 치료 경험이 풍부한 병원과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내장 수술을 하기로 한 전문의가 망막 전문의, 망막 임상강사, 망막 전임의 경력이 있는지 체크하고 한국망막학회 회원인지 확인해야 한다. 신생혈관 녹내장 등 혹시 모를 합병증에 대비해 녹내장 전문의가 있는 클리닉이 병원에 함께 있는지 확인하면 더욱 좋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