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날 때 유독 두통이 심하면 뇌종양 가능성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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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노태훈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뇌는 인체의 ‘컨트롤 타워’입니다. 호흡•체온 유지에서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 행동 제어까지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죠. 뇌종양의 치료는 그래서 어렵습니다. 종양의 위치•크기에 따라 증상과 위험성, 효과적인 치료법이 달라 환자별 ‘맞춤 치료’가 필수입니다. 이번 주 ‘닥터스 픽’에서는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노태훈 교수의 도움말로 뇌종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뇌종양과 뇌하수체 종양은 다른 질환인가요?
뇌하수체 종양은 뇌종양의 일종입니다. 뇌종양이 두개강(뇌가 들어 있는 두개골 안쪽의 공간) 내 모든 종양을 의미하기 때문에 뇌의 일부인 뇌하수체에서 발생한 종양도 뇌종양에 포함됩니다. 다만, 발병 기전과 중증도가 달라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뇌종양과 뇌하수체 종양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WHO에서는 뇌하수체 선종을 중추신경계 종양에 포함하지 않고 신경내분비 종양으로 분류하였습니다. 뇌종양이 뇌에 직접적인 문제를 발생시키는 반면 뇌하수체 종양은 내분비계 이상 등 외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환자 예후가 비교적 양호한 양성 종양인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보험에서도 뇌종양은 중증질환으로 분류돼 암과 동일한 혜택(본인 부담률 5%)을 받지만 뇌하수체 종양은 본인 부담률이 10%로 이보다 높습니다.

▶뇌하수체 선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가 일단 지켜보자고 하는데 괜찮은 건가요?
종양은 크게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으로 나뉩니다. 뇌하수체 종양은 악성 종양(암)은 드물고 99% 이상 선종을 포함한 양성 종양입니다. 양성 종양의 경우 수술로 얻는 이익이 이에 따른 위험을 넘어서는 경우에만 치료합니다. 양성종양이기 때문에 크기가 작고 호르몬 분비를 하지 않는다면 치료하지 않고 그냥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보통 ▶호르몬 교란으로 인해 말단 비대증, 쿠싱병 등의 질환이 생기거나 ▶종양이 너무 커 주변의 신경을 압박할 때 수술을 시행합니다. 종양이 커지면 주로 시신경을 압박해서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방치하게 되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머리가 자주 아프면 뇌종양인가요?
뇌종양의 증상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두통 같은 증상도 너무 일반적이라 다른 질환과 헷갈리기 쉽죠. 다만,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은 아침에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고 일어날 때 유독 머리가 아프고 구역질이 난다면 뇌종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운 상태에는 뇌척수액이 차올라 뇌압이 더 많이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소재로 다뤄지기도 했는데 전과 달리 성격이 괴팍해지고 말수가 줄어드는 것도 전두엽에 발생한 뇌종양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뇌하수체 종양이 있을 땐 인근의 시신경이 눌려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시력이 떨어지고 특히, 바깥쪽 사물이 잘 보이지 않으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할아버지가 뇌종양으로 돌아가셨고 저도 6세 때 뇌종양 수술을 받았습니다. 뇌종양도 유전되나요?
뇌종양의 대부분은 유전과 관련이 없습니다. 신경섬유종증처럼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 질환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부모에서 자식으로 모두 대물림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질문자처럼 어릴 때 뇌종양이 발병한 경우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뇌종양을 예방할 수는 없나요?
현재로서는 특별한 예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장기의 암이 전이돼 발병하는 전이성 뇌종양은 애초 암에 걸리지 않으면 예방이 가능한 만큼 금연•금주 등 예방수칙을 잘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마나이프 수술로 뇌종양을 완치할 수 있나요.
감마나이프 수술은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 뼈를 통과하는 감마선을 이용해 칼을 대지 않고 종양을 죽이는 치료입니다. 양성 종양 중에서는 뇌수막종과 신경초종, 악성 종양 중에서는 전이성 뇌종양에 효과가 좋아 많이 시행합니다. 일반적으로 부피가 10cc 미만(직경 2~3cm)은 치료 성공률이 95% 이상입니다. 즉, 감마나이프 수술만으로도 뇌종양이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방사선에 취약한 시신경이나 뇌간과 가까울 땐 안전상의 문제로 감마나이프 수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머리를 열고 수술하는 개두술이나 코를 통한 내시경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방사선 치료처럼 감마나이프 수술도 여러 번 받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오히려 한 번에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몇 번에 나누어서 하는지를 결정합니다. 감마나이프 치료를 할 때 단 하루 만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크기가 크거나 중요한 구조물 근처에 있는 경우에는 2~5일간 나누어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면 후유증이 심해 평생 항경련제(간질약)를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 맞나요?
수술 전부터 경련 발작 증상을 보였거나, 경련 증상을 유발하는 위치에 종양이 생겼다면 한동안 항경련제를 먹게 되지만, 그 외에는 항경련제를 오래 먹지 않아도 됩니다. 수술 후 두통도 시간이 지나면 대개 자연히 사라집니다. 뇌종양 수술 후 후유증은 양성 종양보다 악성 종양일 때 더 심합니다. 병이 진행하는 데다 수술 후 항암 방사선치료를 받는 과정에 뇌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역시 적절한 약물 사용과 재활 치료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어머니가 코로 뇌하수체 종양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수술 후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뇌하수체 종양 수술은 대게 코로 접근해 이뤄지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코와 관련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가 잘 막히고 딱지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해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뇌하수체 종양 수술 후 1주~2주 사이에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저나트륨혈증이 심한 경우 경련 발작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퇴원 후에 몸살감기 걸린 것처럼 기운이 없고 토하는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내원해야 합니다. 또, 뇌하수체 종양 수술을 받은 뒤에는 적어도 2개월은 뇌압이 높아지는 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코를 세게 풀거나 볼일을 볼 때 너무 강하게 힘을 줘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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