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지원인력 '원팀' 이뤄 혈액암 환자에게 희망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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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혈액암센터

두 번의 조혈모세포이식과 면역항암제 치료 후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박진우(가명)씨가 지난 6일 정기 검사를 위해 건국대병원을 찾았다. 사진 왼쪽부터 박씨의 어머니와 박씨, 암 환자 교육 전담 전희경 간호사, 이홍기 교수. 김동하 객원기자

혈액암 재발 환자인 박진우(가명·20)씨는 두 차례의 조혈모세포이식과 면역항암제 치료 끝에 완치를 앞두고 있다. 암세포가 소멸한 완전관해 판정 후 3년째 건강하게 생활하는 중이다. 6년 전(14세) 기침·두통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은 박씨는 ‘급성 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소아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백혈구가 악성 세포로 변해 간·림프계 등을 침범하는 질환이다.
 
박씨는 백혈병의 최종 치료 단계로 여겨지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17세까지 두 차례 받았지만 두 번 모두 재발했다. 재발·불응성이었던 박씨의 다음 치료 계획을 위해 건국대병원 혈액암센터 의료진은 박씨에게 세포 면역검사를 포함한 염색체·분자유전학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백혈병 세포에 붙은 특정 항원(CD19)을 발견했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면역항암제(성분명 블리나투모맙)를 선택해 투여했다. 혈액 내 면역 세포(T세포)를 활성화해 백혈병 세포를 파괴하는 기전의 신약이다. 박씨의 주치의인 이홍기 건국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다양한 검사 중 박씨에게 적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을 선별하고, 약에 대한 환자 반응을 예측해 합병증 예방 등 치료계획을 수립해 온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혈액암은 2년 이내 재발률이 90% 이상이므로 3년째 건강하게 생활하는 박씨의 경우 완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혈액암은 정밀한 진단과 합병증 관리가 중요한 암이다. 혈액암은 100여 가지로 세세하게 분류되고, 치료 과정에서 중증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혈액암센터는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협진을 통해 혈액암 치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홍기 교수는 “유전자 등을 기반으로 한 첨단 진단 기법과 영상 검사 등 최신 의료장비가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맞춤 치료를 위해 혈액암 전문 의료진과 진료지원과가 팀을 이뤄 환자·보호자·의료진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재발·합병증 없는 완치에 도전 

혈액암 치료의 경쟁력을 가르는 첫 번째는 정밀한 진단이다. 건국대병원 혈액암센터는 혈액내과·감염내과·심장내과·호흡기내과·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진단 과정에 참여한다. 환자의 신체 검진에서 나오는 이상 소견과 검사 결과 등 임상 정보를 공유하고 의학적 소견을 수시로 주고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 검사, 영상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진단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세운다. 이 교수는 “표준치료법이 있지만 환자 케이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약제를 선택해 어느 시점에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건 의료진의 경험과 노하우”라며 “혈액암을 전공한 각과 전문의가 환자 개개인에게 집중하고 토의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암에서 협진은 중증 감염 치료를 위한 주요 시스템이기도 하다. 혈액암은 치료 과정에서 면역 기능이 심하게 감소하면서 치명적인 중증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면 환자가 몇 시간 안에 사망하기도 한다. 예컨대 급성 백혈병의 경우 백혈구가 급감하면서 진균에 의한 감염이나 거대세포바이러스 같은 중증 감염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백혈병 세포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간·폐·뇌 같은 주요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적혈구가 급감하면서 빈혈 증상이, 혈소판이 급감하면서 출혈 증상이 나타난다. 이 교수는 “감염이 의심되는 임상 특징 등 환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검사 항목과 진단 결과에 따라 치료계획이 달라진다”며 “성공적인 혈액암 치료를 위해서는 중증 감염학을 전공한 전문의와 영상학적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전문의 간 협력이 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영양사·사회사업가 동참 

질환의 시작과 진행이 빠른 혈액암 치료에서는 환자와 24시간 밀접히 접촉하며 전문의를 지원하는 전공의와 간호사의 역량도 중요하다. 건국대병원 혈액암센터에서는 트레이닝으로 숙련된 우수한 지원 인력들이 혈액암 환자의 바이탈 사인 등을 모니터링하며 위험 인자를 조기에 인지하고 대처한다. 환자에게 발생한 이상 증상을 신속하게 파악해 즉각 치료에 돌입한다.
 
임상 약사, 사회사업가, 영양사, 보험 심사 전담 간호사 등 진료지원과와의 협진은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건국대병원 혈액암센터는 진료과와 진료지원과를 서로 근접한 공간에 배치해 두 팀 간 수시로 협진하는 체계를 갖췄다. 환자·보호자에게 영양 섭취 교육을 진행하고,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부분을 다룬다. 이 교수는 “혈액암 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내·체력과 함께 의료진·환자·보호자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서로 신뢰하는 것”이라며 “혈액암 치료 성적이 지속해서 높아지므로 완치 희망과 목표를 갖고 치료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Tip 이홍기 교수가 자세히 풀어주는 혈액암 치료 궁금증
혈액암의 증상은
급성 골수성백혈병은 멍이 많이 들고 코·잇몸에서 출혈이 있으며 어지럽고 고열을 포함한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수치가 정상 범주에서 현저히 감소하지 않으므로 증상을 쉽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악성림프종은 촉진으로 목에서 종괴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신 어느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재발했거나 고령인 환자도 완치를 바라볼 수 있나
재발했거나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를 써서 완전관해율과 무병 생존율,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백혈병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요즘 70세에도 할 수 있다. 환자들의 체력이 좋아졌고, 이식 전 저강도 전처치 요법 등 부작용에 대처하는 치료법도 발전했다.
 
희귀한 혈액암도 치료가 가능한가
악성림프종 중 자연살해T세포림프종은 세계적으로 드문 혈액암인데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더 흔히 발생한다. 비강을 포함한 안면 중앙부에 암이 침윤하는 것이 특징이다. 난치 질환이지만 최근엔 약제 개선으로 치료 효과가 좋다. 발열과 코 이물감으로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의 경우 비강과 위턱에 림프종이 진단됐다. 네 차례의 항암 치료와 방사선요법을 받고 현재는 완전관해 상태에서 병이 진행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대형 병원에선 최신 치료를 받을 기회가 더 많나
그런 건 아니다. 대학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이면 혈액암 치료에서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을 기반으로 첨단 진단, 최신 치료가 가능하다. 혈액암은 환자 수가 적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 의료기관이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대한혈액학회 산하 연구회를 통해 공동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공동 연구를 주로 한다. 해외에서 효과가 입증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거나 보험급여가 안 되는 좋은 면역항암제들이 있다. 면역항암제 같은 최신 치료의 임상시험은 학회 산하에서 의료기관이 공동 연구하고 약을 공급받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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