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는 암이나 심장마비처럼 생명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단순히 머리카락이 좀 빠지는 정도로 치부한다. 탈모는 가랑비처럼 찾아온다. 비가 내리는지 모르고 걷다가 정신을 차리면 옷이 흥건히 젖어있다. 탈모도 마찬가지다. 진행성 질환인 탈모는 유전자·호르몬의 영향으로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 아직 머리숱이 많다고 방심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20~30대로 어리다거나 머리숱이 풍성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면 그만큼 탈모 진행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확실하게 지키고 싶다면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져 헤어 스타일링이 잘 안된다고 느껴질 때가 탈모 치료 적기다.”
Q2. 탈모 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고 느끼는 순간 빨리 병의원을 방문해 치료를 시작할수록 가장 쉽고, 빠르면서, 완벽하게 머리카락 복구가 가능하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미용적으로 자연스럽게 유지가 가능하다. 탈모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다시 자라길 반복할수록 모낭의 상태가 나빠진다. 탈모 유전자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발 각질형성세포를 공격한다.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이 자라도록 만드는 모발 각질형성세포가 갈수록 죽어간다. 주기적으로 성장기→퇴행기→휴지기를 반복하는 머리카락 성장기를 대폭 줄인다. 그 결과,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 대신 가늘고 얇은 머리카락이 늘어난다.
특히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이 서서히 가늘어지다 솜털로 변한다. 모낭이 죽기 직전 상태까지 약해진 것이다. 이때는 늦다. 아무리 약을 먹고 발라도 회복이 어렵다. 예전처럼 모낭에서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더 진행하면 모낭 자체가 사라진다. 두피가 피부처럼 맨들맨들하게 변한다. 돌밭에 아무리 씨를 뿌려도 작물이 자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증 탈모로 진행하면 약물 치료보다는 자신의 모발을 이식하는 수술을 고려한다. 이마 헤어라인의 M자 윤곽이나 정수리 빈 공간을 확실하게 채울 수 있다. 남성형 탈모의 원인인 유전자·호르몬에 잘 반응하지 않는 뒷머리 모낭을 한 가닥씩 뿌리째 뽑아 미세한 바늘로 이식한다.”
탈모는 진행성 질환…빠질 운명의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야 멈춰
빨리 치료할수록 가장 쉽고 빠르면서 완벽하게 복구 가능
빨리 치료할수록 가장 쉽고 빠르면서 완벽하게 복구 가능
“안타깝게도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같은 먹는 탈모약의 효과는 최소 3~6개월 후부터 나타난다. 탈모 약을 먹는다고 그날부터 즉시 머리카락이 안 빠지는 것은 아니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성격 급한 한국인은 탈모 약을 먹다가 금방 효과가 없으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탈모 치료는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 경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아보다트든 프로페시아든 탈모를 치료하는 기전은 동일하다. 탈모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생산을 억제해서 탈모가 진행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들 탈모 약을 복용하면 점차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줄고,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탈모 진행을 막는다. 단 탈모 억제 효과는 아보다트·프로페시아 같은 약을 먹는 동안에만 유지된다. 나아졌다는 생각에 탈모 약 복용을 중단하면 6개월 이내 탈모를 억제했던 치료효과가 사라진다. 다시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진다.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길 바란다면 탈모 약물 치료를 꾸준히 유지하길 권한다.
참고로 각종 데이터 상에서 아보다트가 프로페시아보다 비교적 빠르고 강력하게 탈모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DHT 생성 억제 효과가 약 3배 정도 높다. 개인적으로 프로페시아보다 아보다트를 선호하는 이유다.”
Q4. 바르는 탈모약인 미녹시딜 성분도 먹는 알약 형태로 나와 편할 것 같은데.
“미녹시딜 성분은 생장기 모발의 생장 기간을 늘려 탈모를 억제한다. 그런데 이 성분만으로는 결국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탈모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다. 바르는 미녹시딜 제품은 끈적거림 때문에 사용이 불편하다고 많은 사람이 호소한다.
기억해야 할 점은 약 효과가 탈모 부위에만 국소적으로 작용해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먹는 미녹시딜은 약 성분이 전신에 퍼진다. 머리 뿐만 아니라 온몸에 털이 돋아나고, 전신 부종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맥 등 심장 관련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부작용을 우려해 저용량을 투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르는 것보다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미녹시딜 성분의 탈모 약은 바르는 형태로 적용하는 게 좋다.”
Q5. 최근 집에서 탈모를 관리하는 홈 케어 기기 붐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 효과는 있다. 그러나 주 치료법이 될 수는 없고 보조 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런 방식만으로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탈모 치료를 위해서는 아보다트·프로페시아 같은 약을 복용하고, 미녹시딜 제품을 바르는 것이 필수다. 머리카락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케라틴 제제도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탈모 치료 보조제품이 있다. 중요한 것은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탈모 치료다. 사람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패턴이 다르다. 일률적으로 약을 처방해 알아서 사용하도록 내버려두면 안된다. 미녹시딜 제품은 어느 부위에 어떻게 바르는 것이 좋은지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Q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으로 탈모가 생겼다는 말도 있던데.
“일종의 휴지기 탈모증이다. 코로나19에 걸리면 고열·스트레스로 대략 2개월 후에 머리카락이 일시에 많이 빠진다. 다이어트로 영양 섭취가 부족할 때나 출산 후에도 휴지기 탈모로 머리카락이 빠진다. 다행히 휴지기 탈모는 가까운 조상 중 탈모 가족력이 없다면 별도의 치료없이 저절로 복구된다. 문제는 탈모 가족력이 있을 때다. 부모나 조부모 중에서 탈모가 있다면 휴지기 탈모로 빠진 머리카락은 완전 복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탈모 치료제를 복용해야 휴지기 탈모로 빠진 머리카락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복구할 수 있다.”
“관련된 임상연구를 살펴보면, 프로페시아가 정신적 부작용 위험을 높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지는 탈모 환자라면 탈모를 치료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과도한 두려움을 이유로 탈모 약물 치료를 중단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탈모가 진행해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충분한 상담을 통해 탈모 약물치료를 지속하다가 전에 없던 우울감이 나타났을 때 약 복용 중단을 고려해도 늦지 않는다.”
Q8. 모발 이식을 했다면 더 이상 탈모 약을 먹지 않아도 되나.
“대표적인 오해다. 모발 이식 수술을 했어도 탈모 약은 꾸준히 먹어야 한다. 오히려 전보다 아보다트·프로페시아 등 먹는 약 복용에 더 신경써야 한다. 모발 이식 수술을 통해 심은 머리카락은 탈모가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주변이다. 머리카락을 심지 않은 부분은 탈모가 계속 진행해 머리카락이 빠진다. 모발 이식수술 후 탈모 약물치료 병행이 필수적인 이유다. 추가적인 탈모 진행을 억제하면서 모발 이식수술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모발 이식수술 후 탈모 약물치료에 소홀하면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남게 돼 대머리보다 흉할 수 있다.”
Q9. 탈모 약이 남성의 성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있던데.
“성기능은 성욕과 발기력 두 종류로 구분한다. 탈모 약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니 뇌에서 느끼는 성욕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탈모 약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탈모를 유발하는 DHT로 바뀌는 것만 막을 뿐이다.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남성 호르몬의 총량은 동일하다. 다만 DHT 감소로 극히 일부에서 약 복용 초반에 발기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수는 있다. 초반 발기력 저하를 느낀 사람도 계속 약을 복용하면 차츰 원래대로 회복된다. 탈모 약 시판 전 대규모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약 복용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탈모 약 복용군과 가짜 약 복용군 사이에 발기력 등 성기능 문제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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