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멍울 잡힌다면 성조숙증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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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잠재력 줄어 최종 키 작아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쑥쑥 자란다. 키 성장은 소아·청소년의 전신 건강·영양 상태를 반영한다. 또래와 비교해 체격이 유난히 크거나, 커야 할 시기에 잘 크지 않는다면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바로 성조숙증이다. 신체가 너무 빨리 성장해 문제가 된다. 소아·청소년기 바른 성장에 대해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청소년센터 이선행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성조숙증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소아 비만으로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2차 성징이 발달해 성조숙증으로 치료받는 아이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을 앓는 아이는 2015년 8만3998명에서 2019년 11만8371명으로 늘었다. 성조숙증은 여아는 가슴 멍울이 잡힐 때, 남아는 생식기 용적이 4ml이상 혹은 장경이 2.5cm이상일 때 의심한다. 여아는 가슴에 멍울이 생기는 것을 비교적 쉽게 인지해 발견이 빠르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받는 아동중 여아가 많은 이유다. 실제 성조숙증 진단 여아는 남아보다 7.8배나 높다. 

성조숙증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소아 비만, 스트레스, 환경 호르몬 노출, 스테로이드 사용 등이 원인이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2차 성징이 평균보다 빨리 나타난다. 대개 여아는 10~11세, 남아는 11~12세에 시작하는데, 이보다 2년 정도 빨리 사춘기가 시작된다. 2차 성징으로 키가 자라는 성장판이 닫히고, 결국 성장 잠재력이 줄어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청소년센터 이선행 교수는 “성조숙증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또래들과 다른 신체적 변화들로 위축되거나 수치심을 느끼고 놀림을 받을 수 있어 결과적으론 심리적 문제가 생기고 학교생활 및 교우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장이 빨라져 또래 아이들보다 키와 몸집이 클 수 있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는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의 치료는 대략적인 성장 수준이 정해지기 전인 사춘기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여자아이는 가슴멍울이 잡히기 전, 남자아이는 음모가 발달하기 전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현실적으로는 가슴멍울이 잡히거나 음모가 생겼을 때 성조숙증을 의심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여아는 가슴멍울이 잡힌 이후에는 15~25㎝ 정도, 초경 이후 2~3년 동안은 5~7㎝ 정도 자란다. 남아는 음모가 발달한 이후 25~30㎝, 음모가 성인처럼 퍼진 후에는 8~10cm 정도 성장한다. 

한의학적 성조숙증 치료는 신장 장애, 간 순환 장애, 비만 등으로 성조숙증의 원인을 세분화해 이를 보완하는 식으로 치료한다. 구체적으로 신장이 허약할 때는 자음강화탕·지백지황환 계열의 한약을, 짜증이 많고 한숨을 잘 쉰다면 간 순환장애를 개선하는 소요산·용담사간탕 계열로 사용한다. 비만으로 인한 성조숙증은 태음조위탕·육구자탕 계열의 한약을 처방한다. 이들 한약은 단순히 살을 빼고 키를 키우는게 아닌 신체 불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빨라진 성장 속도를 가능한 천천히 진행하도록 한다.

이선행 교수는 “일반적인 성조숙증 치료인 생식샘자극호르몬 유사체(GnRH agonist) 치료는 비용도 적고 안전한 치료이긴 하지만 여아 만 8세, 남아 만 9세 이후에 사용할 경우 추가적인 성장 효과는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여아 8세나 남아 9세 이후에 성숙 지표가 나타난 정상군에서는 한방치료가 성숙을 늦추면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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