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시기, 놓치면 '합병 녹내장'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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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김미진 센트럴서울안과 녹내장클리닉 원장

백내장은 동공 안쪽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병이다. 우리 눈에서 카메라 렌즈의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투명할 때는 빛을 잘 통과시켜 사물이 선명하게 잘 보이지만, 백내장이 생겨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눈으로 들어온 빛이 잘 통과하지 못하면 눈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사물이 흐릿해 보인다.

백내장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인성 백내장이 가장 많지만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 외상, 자외선 노출 등도 백내장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백내장 유발 원인에 따라 발생하는 백내장 유형에도 조금씩은 차이가 있다. 노화나 당뇨병과 관련해 발생하는 백내장은 주로 '핵형 백내장'이다. 스테로이드 복용, 외상으로 나타나는 백내장은 '후낭 혼탁형 백내장'이 많다. 이 밖에 약물 복용과 관련해 발생하는 '피질형 백내장', 백내장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나타나는 '과숙 백내장' 등이 있다.

 

백내장 방치하면 녹내장 위험 증가

백내장 발생 후 장기간 백내장을 방치하면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성 백내장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백내장 팽대로 인한 녹내장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백내장 환자 중 적당한 수술 시기를 놓친 환자군에서 녹내장이 더 잘 나타나는 편이다. 많은 환자가 외래 진료 시 “제 녹내장은 백내장 때문에 생긴 건가요?”, “백내장과 녹내장은 서로 어떤 관계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백내장 환자에서 백내장으로 인해 녹내장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녹내장 때문에 백내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녹내장은 높은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질환이다.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과 함께 대표적인 실명 질환으로 손꼽힌다.  

우리 눈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있다. 눈의 안압을 유지하고 영양분이 돌게 하는데 적정량 생성되고 배출돼야 적정 안압을 유지할 수 있다. 백내장을 방치해 과숙 백내장으로 진행하고, 수정체가 점차 부풀면 이로 인해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막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연히 빠져나가야 할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하면 안압이 급상승해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전방이 더 좁아 폐쇄각 녹내장 발생 빈도가 더 높다. 또 과숙 백내장이 되면 수정체 내부 물질이 녹으면서 수정체 외부로 빠져나온다. 이 역시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를 막아 안압이 상승하면서 녹내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백내장 진단 후에는 수정체가 팽대하는 상황까지 방치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해 '합병 녹내장'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백내장으로 인해 '합병 녹내장'이 발생한 이후라면 약물 사용이나 레이저 치료 등으로 안압을 빠르게 떨어뜨린 후 백내장을 적출해야 한다. 녹내장이 있다고 해서 백내장이 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녹내장은 고령 환자에서 잘 발병하고 백내장도 나이가 들면서 잘 나타난다. 나이가 많은 녹내장 환자에게서 백내장이 함께 관찰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수술 적기 놓쳤다면 안과 선택 신중해야

환자의 백내장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해 수술 시기를 제안하는 건 의사의 몫이다. 그러나 수술 결정은 전적으로 환자의 몫이다. 주치의는 환자의 백내장 상태에 따라 수술 시기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환자가 수술에 대해 확고히 결심하지 않는다면 수술은 이뤄지지 않는다.  

백내장 수술이 흔해지기는 했지만, 눈에 하는 수술인 만큼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그렇다고 수술을 피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건 옳지 않다. 백내장을 방치하면 시력 저하가 나타나고, 더 심해지면 과숙 백내장으로 발전해서다. 나아가 일부 환자에서는 팽대한 수정체로 인한 안압 상승으로 합병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수정체가 과하게 부풀어 전방이 좁아져 초음파 에너지로 수정체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각막내피세포 손실 위험성이 높다. 수술 예후도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은 적절한 시기에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만약 시기를 놓쳐 합병증이 생기면 백내장은 물론 녹내장, 망막질환 등 모든 눈 관련 질환을 다루는 전문 안과를 찾아야 한다. 백내장 수술 병원을 고민하고 있다면 해당 병원이 백내장, 녹내장, 망막 질환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지, 한국녹내장학회에 소속된 녹내장 전문의가 있는지 등을 내원 전 미리 확인해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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