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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두통의 연결고리

두통은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겪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46%)이 두통을 호소한다. 매일같이 만성적인 두통을 경험하는 비율도 3%나 된다.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심지어 눈 문제가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국내 11개 병원에서 두통으로 내원한 환자 1627명을 조사한 결과(2014년) 눈, 코, 귀 질환이 두통의 원인인 경우는 1.7%였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는 “눈은 뇌의 연장으로 고려될 만큼 많은 뇌 영역과 연관돼 있다”며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안구건조증은 각막, 노안과 근시·원시는 홍채 등 조절부위, 녹내장은 안압 증가에 따른 자극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디지털 눈피로와 두통

'눈이 피로하면 머리가 아프다?'란 말은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이야기다. 강동성심병원 안과 김용대 교수는 “근시, 원시, 난시, 노안 등 눈의 굴절 및 조절 이상과 안구건조증은 눈의 피로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장시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발생하는 ‘컴퓨터 시각 증후군(디지털 눈피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눈피로가 두통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눈은 모양체 근육을 이용해 수정체의 볼륨을 조절하며 초점을 맞춘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근거리 작업만 오래 하면 모양체 근육 긴장도가 높아져 피로도가 커지고 조절력이 저하된다. 눈 깜박이는 횟수가 줄고 이로 인해 눈물층이 마르면서 안구 건조증이 심해진다. 눈이 피로하고 시야가 흐려지며 눈물이 나거나 충혈되기도 한다. 도수가 맞지 않은 안경을 쓰면 머리가 어지럽고 아픈 것처럼 시력이 나빠지면서 두통도 덩달아 심해진다.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김예림 교수는 “국제두통질환분류(제3판)에도 ‘굴절 이상에 기인한 두통은 오랜 시간 동안 시각작업(visual task)을 한 뒤 주로 증상이 나타난다’고 기술돼 있다”며 “안구 건조나 눈의 피로감이 심한 사람은 일반적인 두통 원인인 수면 장애, 스트레스, 목이 뻣뻣해져 발생하는 경부인성두통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시력 문제나 안구건조증에 따른 두통은 치료가 가능하다. 안경과 돋보기의 착용은 눈의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된다. 근거리 작업을 할 때면 주기적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반면 휴식시간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용대 교수는 “컴퓨터 작업 후 두통과 눈 피로가 심하면 안과를 찾아 눈의 굴절, 조절 기능 등을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어린 학생들은 성장에 따라 근시, 난시가 진행되는 만큼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착용해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구 건조증이 있을 경우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이는 게 좋다. 증상이 심하면 인공눈물이나 싸이클로스포린 계열의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쓴다. 마이봄샘의 기능이 떨어져 눈물을 덮는 기름층이 부족한 환자는 따뜻한 물로 세수하거나 따뜻한 물수건을 눈에 대고 지그시 눌러서 마사지를 해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녹내장과 두통

녹내장(폐쇄각 녹내장)은 안구의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이 막혀 안압이 오르고, 이로 인해 시력 저하와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런 녹내장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눈 통증과 두통이다. 조수진 교수는 “녹내장은 두통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안구 질환”이라며 “안구 충혈과 통증, 시력저하 등이 동반되면 신속하게 안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안구 길이가 짧을수록 발생률이 높다. 증상이 발생할 땐 즉시 치료를 해야 영구적인 시신경 손상 등의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
 

두통으로 인한 안구 증상

통증, 충혈 등 안구 증상이 두통 때문인 경우도 많다. 한 두통 클리닉의 보고에 따르면 눈의 통증을 호소한 환자의 70%는 신경과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안과 문제(16%)보다도 훨씬 많았다. 김용대 교수는 “눈의 문제로 안과를 찾았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신경과 진료를 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안구 증상을 유발하는 두통에는 편두통, 군발 두통, 뇌 문제로 인한 두통이 있다. 편두통의 경우 머리가 아프면서 구역질과 구토가 동반되고,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군발 두통은 심한 안구 통증과 함께 눈꺼풀 부종, 눈물, 눈 충혈이 흔히 나타난다. 한쪽 머리의 통증이 눈 주변에서 짧게는 15분, 길게는 180분 동안 지속하면 의심해야 한다. 두통과 함께 눈 증상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뇌압이 오르면 눈의 통증과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김예림 교수는 “심한 두통과 함께 눈 통증, 시야 장애, 안구 운동 이상, 마비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될 때는 뇌압이 올라갈 수 있는 질환 즉, 뇌출혈이나 뇌 정맥 혈전 등 뇌혈관질환, 뇌종양, 뇌염 등 여러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삼차 자율 신경두통(trigeminal autonomic cephalagia) 에서는 두통과 함께 한쪽 눈이 충혈되고 붓거나 눈물이 나기도 한다. 조수진 교수는 “두통은 아니지만, 경동맥 협착이 심하면 한쪽 눈이 일시적으로 안 보이는 일과성흑내장(Amaurosis Fugax)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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